인간의 지성은 한정되고 그 수명은 짧지만, 그가 가진 기억에 의해 인간은 정신의 불멸성을 획득한다. 인간의 생명은 연약하여 머지않아 스러질 것이기에 오히려 영원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바치는 사랑은 변덕스럽고 불완전하지만 스러지는 인간은 그 사랑을 가장 완전하고 가장 영원한 "형상으로 간직" 해둘 수 있다. 삶은 덧없어도 그 형상과 형식은 영원하다. 그래서 한번 살았던 삶은 그것이 길건 짧건 영원한 삶이 된다. 그래서 <컨택트>의 루이스는 자신의 몸에서 태어날 딸이 20년도 채 살지 못할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 딸을 낳기 위해 이안과의 결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P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