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 생물학과 철학의 우아한 이중주
김동규.김응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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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살아남은 인간은 슬퍼할 줄 압니다. 죽어간 이들을 애도하며 홀로 살아남은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압니다. 글쎄요, 동물도 슬퍼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그만입니다. 문제는 인간의 인간다움만큼은 이런 슬픔에 물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살아남는 것, 강자가 되는 것은 결코 인간다움의 척도가 될 수 없습니다. 스스로의 강함을 혐오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강자는 야수에서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나치에 저항했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는 물론 알고 있다. 단지 운이 좋아 그 많은 친구들을 잃고도 나는 살아남았다. 그런데 지난 밤 꿈에 그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강한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나 자신이 미워졌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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