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이 우리에게 온 이후로 우리는 억지 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면은 거짓 표정을 만들어내는 대신 서로에게 진짜 다정함을 베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게 시몬 사람들이 여전히 가면을 쓰는 이유랍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지구행 우주선이 잠시 뒤에 출발한다는 방송이 나왔고, 여자는 바닥에 놓여 있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소은이 물었다.
"그래도 떼어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사람들의 가면 뒤 진짜 얼굴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가면 뒤에 진짜 얼굴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자가 반문했다. 소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물었다.
"저도 언젠가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도 있을까요?"
"원한다면요. 하지만 보여지는 표정에 이미 익숙해졌다면,
그것을 감추고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은은 아마도 가면 뒤에서 여자가 웃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