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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 ㅣ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평점 :
이 책은 여러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책이다. 사회적으로 고민해볼만한 내용들을 담고있는데, 그 중 김세희 작가의 ‘가만한 나날’ 이라는 단편을 소개할까 한다.
가만한 나날에서 주인공은 광고 회사의 신입으로 입사하게 된다. 안정적인 취업을 위해 전공과는 거리가 먼 직장을 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공인 국어 국문학과의 능력을 토대로 합격하게 된다. 주인공이 맡은 일은 광고가 들어오는 회사의 제품을 블로그에서 사용해본 리뷰어인척 글을 작성하는 일 이었는데, 대학시절 읽었던 책의 주인공인 ‘부인’ 캐릭터를 토대로 블로그를 만들게 된다.
문제는 이때 시작되는데. 주인공의 ‘부인’ 캐릭터을 모티브로 만들었던 블로그가 네이스에서 재재를 먹게되고, 주인공은 결국 다른 블로그를 만들게 되지만 ‘부인’ 캐릭터의 블로그는 남겨두게 된다. 오래만에 ‘부인’ 캐릭터의 블로그에 들어간 주인공은 우연히 이웃에게서 온 쪽지 하나를 읽게된다. 쪽지에는 블로그에서 리뷰했던 살균제가 문제가 되어 둘째인 갓난아이를 잃고 첫째는 폐에 손상을 입어 평생호스를 끼고 살아야한다며 살균제 회사를 소송할 예정이니 혹시 피해를 본 일이 있다면 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저런 제품 리뷰를 했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 살균제 제품의 이름은 ‘뽀송이’. 주인공은 자신에게 온 쪽지를 읽으며 혹여나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까 전전긍긍 하다가 이내 피해를 본 내용이 있다면 말해달라는 내용을 보고 안심하게 된다.
현실에서도 이런 사건이 하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많은 임산부와 갓난아이가 죽거나 폐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분명히 있었다. 현실에서도 분명히 저런 사건은 존재하고, 주인공이 만들어낸 ‘부인’ 캐릭터 블로그도 존재한다.
하지만 광고를 받아 블로그에 리뷰어인척 글을 쓴 주인공은 벌을 받았을까? 책속의 주인공이 그러했다면 현실의 ‘주인공’들 은? 과연 벌을 받았을까? 현실에 존재하는 주인공과 같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걸까?
나는 이런 광고글을 의도적으로 리뷰어인척 속여 블로그에 글을 쓰는 ‘주인공’ 같은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검색이 당연해진 시대인 만큼 개인의 블로그 마저도 사람들에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곳이 되었다. 현실에도 분명히 이런 특성을 악용한 사례가 있을것이다. 나는 현실의 ‘주인공’ 같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것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본체의 소음만 윙윙거리는 정적속에서 나는 다시 쪽지함을 열어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처음부터 읽어 내려갔다.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나는 상황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혹시 나와 나의 가족도 피해를 입지 않았는지, 살균제 때문인데 모르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있었다.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에 대해 알려주었다. 나를 탓하는게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자기와 같은 피해자라고 여기고 있었다. 점차 심장박동이 안정되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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