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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박상곤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0월
평점 :
18세기 후반 영국.
21세의 젊은 여성 작가의
위대하고 낭만적 소설을 읽고 있자니..
감정이 몽글몽글 기억이 성글성글 마음에 맺힌다.
오만한 다아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편견은
두 사람의 관계 자체를 어긋나게 한다.
오만은 타인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편견은 내가 타인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2001년도에 #첫인상 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책을 읽었고, 2006년에 영화, 2012년에 BBC 드라마를 보고 난 후,
다시 읽는 오만과 편견은 너무나 애틋하고 다정했다.
다아시 역할에는 무조건 콜린 퍼스!
엘리자베스 역할에는 키이라 나이틀리!
젊은 모습의 두 사람을 계속해서 그리며 책을 읽었다.
(콜린 퍼스는 BBC 드라마에서 키이라 나이틀리는 영화에서 완벽했기에..)
눈에는 총기,
표정에는 근엄함,
태도에는 신사다움,
그리고 담백한 말투 까지 고루 갖춘
다아시는 완벽한 남자다. 정말. 나의 완벽한 이상형.
거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오만함까지..
(큰 키에 훤칠한 외모도 한 몫 한다)
TV나 영화에서 하나같이 선한 눈매에 빙글빙글 웃고 있는 배우들을 보면
매력이라곤 일도 못 느끼는 나의 눈에
엘리자베스의 다이시를 향한 오해와 편견이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났다.
저런 사람이 진짜라는 걸.. 어린 아가씨들이 알 턱이 없지.. 에휴..
오해와 어긋남을 반복하며 찾아가는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과 사랑에
발을 동동 굴러 가며 결국 다 읽고 잘 수 밖에 없었다. 새벽 4시까지..
이야기에서 만나는 18세기 말 영국의 사회도 재미있다.
딱히 일을 하지 않으면서 지주로서 수입으로 그저 놀고먹는 듯한 상류층.
결혼만이 여성의 삶을 보장해준다고 믿던 분위기.
사교 모임, 무도회, 치장, 주택과 가구 등..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에 치중하고 카드게임 따위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
여성에게는 독서나 공부 보더는 뜨개질과 피아노나 노래를 권하던 사회.
그러한 분위기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본인의 삶을 스스로 당차게 지켜나가는 엘리자베스가 예쁘지 않을 수 없다.
숨 쉴 수 없는 오글거림, 안타까움, 속터짐, 답답함, 달달함, 기쁨의 무한 재생..
엘리자베스의 시선과 감정선을 따라가지만
다아시의 애절한 마음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정말이지 완벽한 연애소설이고,
1700년대 후반의 사회 계층적 문화와 자기중심적 상류층을 지적하는 완벽한 사회소설이라 하겠다.
오만과편견 은 분명 두고두고 읽을 ‘고전 of 고전’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문예춘추사 의 번역이 너무 좋다
p.16
다아시 씨는 보기 좋게 큰 키와 아름다운 얼굴 윤곽, 품위 있는 태도를 지녔다.
p.24
다아시는 누가 뭐래도 머리가 좋았다. 그리고 다아시는 거만하고 뭔가 음흉스러운,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태도에 품위가 있었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은 없었다.
p.18
작은 일에도 재미있어 하는, 쾌활하고 장난기 어린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p.23
그녀는 관찰력이 뛰어나고 남들의 말에 쉽게 좌지우지 되지 않았으며,
p.33
처음에는 다아시 씨도 그녀가 아름답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디 한 군데 잘난 데가 없다고 스스로 확신한 뒤, 친구에게도 그 점을 확실하게 말하려는 순간, 검은 눈동자를 한 그녀의 아름다운 표정이 얼굴을 상당히 총명하게 빛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용모의 경쾌함 때문에 좋은 느낌을 갖게 한다는 사실만은 아무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예의바르고 총명하며, 경쾌하고 밝은 성격의 거침 없는 엘리자베스와
언제나 품위 있고 신사답지만, 다소 거만하고 말이 없는 다아시.
상류층의 엄격함과 정중함으로 가득한 다아시에게 엘리자베스의 당차고 솔직한 개성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신선하게 보였을지.. 짐작이 간다.
아슬아슬하게 직설적이고 냉소적인 두 사람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고 두근두근 했다.
계속해서 어긋나는 듯 하지만 완벽한 티키타카라고 할까..
p.231
계속 노력해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내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어요.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숭배하고, 사랑하고 있는지 모르실 겁니다.
>> 다아시의 첫 번째 고백..
아오~ 정말~~
.
p.421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제 마음이 다른 곳까지 참견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당신 한 분만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p.422
그는 엘리자베스가 자기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고백하면서, 더욱더 그의 사랑을 가치있는 것으로 이끌어주는 자기의 모든 감정에 대해 말했다.
>> 본래 나는 낭만적인 결말 같은 거 안 좋아하는데...
제인 오스틴의 이 결말은 정말 낭만적이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