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내가 좋아하는 것들 17
길정현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좋아하는것들그릇 #길정현 #스토리닷 #그릇 #취미 #빈티지 #수집 #여행



 

그릇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인제 그만 사야지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보지만 그럼에도 눈앞에 아른거리며 꿈에까지 나오는 경우라면 그 욕망에 굴복해 줄 필요가 있다. <p27>

 

위의 문장을 읽고 얼마나 키득거리며 웃었는지 모른다. 나만 그런거 아니로구만~ 이라는 묘한 동지애! ‘이제 정말 그만 사야지라고 굳게 결심해놓고도 예쁜 그릇을 보면 심장이 나대고, 그 눈부심에 넋을 잃어버릴 지경! 예쁜 그릇 앞에서는 나 또한 의지박약 갈대가 되어버린다.



 

책자켓의 예쁨에 한 번, 눈부신 그릇 사진에 또 한 번 반하고, 위트 넘치는 작가님의 글에 미소 짓게 되는 책이다. 취미도 많고, 관심사도 넘쳐나는 맥시멀 라이프 예찬자. 해외 일정 중엔 배를 채우기보다 가방 가득 현지 그릇을 챙겨오며, 좋아하는 마음이 삶의 의미가 되고, 귀여운 것이 지구를 구한다니이런 열정이라면,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구할 기세다.

 

며칠 전 읽은 <바다 끝 카페에 무지개가 뜨면>에서 일본의 도자기 수리 기법인 킨츠기(金継)에 대해 나오는데, 이번 책에서도 다시 언급되어 무척 반가웠다. 깨진 그릇을 옻으로 이어 붙이고 금가루로 이음새를 장식하는 이 기술은 섬세한 손길과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기본적으로 2~3시간이 소요되며, 경우에 따라 10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깨진 도자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이는 버려짐 대신 재탄생을 선택하는 일본의 와비사비 정신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다.<나무위키 참조함>



 

빌레로이앤보흐 부르겐란트도대체 이 그릇이 어떻길래 작가님의 욕망이 불타올랐나 검색해봤다. ~ 끄덕끄덕...역시나 엄청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작가님의 브런치스토리에 올려진 것도, 검색해서 본 것들도 너무너무 아름답다.

 

터키식 찻잔 이야기에서 차를 너무 꽉 채우지 않는다니...나는 여전히 잔을 가득 채우는 쪽이다. 덕분에 깨알 지식 하나를 얻게 되었다. 지인으로부터 르크루제 대접시 두 장을 선물 받았다는 에피소드에서 본인 취향과는 달랐지만 의외로 괜찮았다는 고백을 읽으며 깊이 공감했다. 익숙한 취향만을 고집하다 보면, 새로운 신선함과 즐거움을 차단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나 역시 최근 읽은 책들 중에서 그런 경험이 있다.

 

에그 스탠드의 귀여움, 로열 앨버트 레이디 칼라일에 얽힌 할머니와의 일화, 그리고 작가님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레녹스 버터플라이 메도우 에피소드에서 엄마를 위해 소중히 아껴두셨던 그릇 이야기를 읽으니 작가님은 참 효심도 깊다. 작가님은 이 시리즈를 썩 좋아하지 않으신 듯하지만, 나는 정말 애정한다. 내가 꽃을 한창 사들이던 때, 친구가 꽃을 좋아하면 나이 드는 거래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정말 그런 걸까? 꽃무늬 그릇에 한없이 마음을 빼앗기는 걸 보면, 왠지 설득력이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인지할 수 있고, 그것의 소중함을 아는 것...설령 부서지더라도 킨츠기로 다시금 이어 붙일 수 있는 사람인 것, 나는 당신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p2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길정현

출판사: 스토리닷 @storydo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볼일 없지만,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는 요절복통 인생들의 유쾌, 상쾌, 통쾌한 반란. 읽는 내내 ‘웃프다!’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만큼 유머와 감동을 다잡은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웬만해선죽을수없는최고령사교클럽 #클레어풀리 #이미영 #창비교육 #장편소설



 

영국 런던의 작은 마을에 자리한 만델 복지관. 원래 이름은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에서 따왔지만, 간판에서 ‘a’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델 복지관으로 불리게 되었다. 간판을 새로 다는 것보다 이름을 바꾸는 것이 더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노인 사교 클럽 첫날, 갑작스럽게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 자리에서 은퇴한 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폴린이 목숨을 잃는다. 한편, 지역 계획 부서는 복지관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고급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만델복지관은우리지역공동체의심장입니다

#복지관에는훌륭한유아원과_인기많은노인사교클럽이있습니다

 

*일흔이라. 일흔이라니. 정말로 그렇게 늙었다고? 그 사실이 다가오지도 않고 믿기지도 않았다.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 그 모든 시간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p24>


*사람들은 대부분 흰머리를 나이의 상징으로 여기죠. 하지만 나는 아니에요. 나는 흰머리를 빈 캔버스로 여겨요. 일종의 도전이랄까?<p158>


*난 그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든 전혀 관심 없어요. 중요한 건 당신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느냐 없느냐예요.<272>


*당신을 아름답게 하는 건 그 주름이에요. 주름은 웃음과 지혜, 경험의 흔적이거든요.<p284>

 

<주요 인물>

리디아: 결혼하면서 자신의 성을 포기하고, 딸들이 태어났을 때는 직업을 포기했던 53세의 그녀가 지역 의회에 일자리를 신청하면서 노인 사교 클럽을 만든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며 남편의 외도로 인해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프니: 디올을 입는 여자들은 어디에서도 울지 않는다는 강인하고 깐깐하고 괴팍한 70세의 멋쟁이, 정의의 여전사!!! 지기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데이트앱에 프로필을 올리고 데이트 상대를 찾아나선다. 수년간 사진을 찍지않아 변변한 사진 한 장조차 없어서 윌리엄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한다. 지기의 딸을 돌봐준다.

 

아트: 연기에 대한 배고픔으로 도벽을 일삼는 75세의 단역 배우, 훔친 물건들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획득하는 순간의 전율이 사라져 수치심을 일깨우는 달갑지 않은 존재들일 뿐이라서 옷장에 쳐박아버린다. 지난 10년동안 충동을 억누를 수 없을 때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집어들었다. 각성제를 먹은 까치처럼...그러나 늘 소외된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린다.

 

지기: 고등학교 3학년생인 미혼부, 윈게이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대학을 갈 준비를 한다. 그에게 만델복지관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이를 돌봐줄 곳, 학교, 대학, 새로운 삶이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루비: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뜨개질계의 뱅크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50년 가까운 결혼생활 동안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지만, 갈색 피부를 가진 여성과 결혼한 아들을 용서하지 않은 시어머니의 냉대를 받았다.

 

애나: 장거리 트럭 운전사로 일했으며, 다섯 번의 결혼을 했지만 모두 사별했다. 머리색을 자주 바꾸고 바퀴달린 보행 보조기를 이용한다.

 

윌리엄: 아트의 친구이자 은퇴한 파파라치. 아기시절 그레나다에서 영국으로 이민왔다. 하숙집마다 개 사절, 흑인 사절, 아일랜드인 사절이라고 적힌 표지를 내걸던 시절에 초등학교에서 아트를 만났다. 한 소년이 윌리엄을 향해 바나나를 흔들며 원숭이 소리를 내자, 아트가 그 소년을 때려눕힌 이후로 70년동안 서로를 돌보며 지낸다.

 

성탄절을 앞두고 냉담한 의회 관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복지관을 지키기 위해, 그들 모두 성탄극 공연을 준비한다. 각자의 재능을 한껏 발휘해 아트는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고, 윌리엄은 무대 장치와 홍보 사진을, 루비는 의상을, 리디아는 다과를 준비하며 모두 힘을 합친다. 그러나 성탄극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길을 비켜라! 우리 복지관을 구하라! 길을 비켜라! 우리 복지관을 구하라!”

 

#웬만해선죽을수없는최고령사교클럽 

별볼일 없지만,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는 요절복통 인생들의 유쾌, 상쾌, 통쾌한 반란. 읽는 내내 웃프다!’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만큼 유머와 감동을 다잡은 소설이다

과연 만델 복지관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삶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까? 다음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클레어 풀리

옮긴이: 이미영

출판사: 창비교육 @changbidu_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표현되었을 뿐 설명할 수 없습니다 - 아시아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 타고르 평전 아티스트웨이 1
하진희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현되었을뿐설명할수없습니다 #하진희 #책읽는고양이 #타고르평전 #타고르 #노벨문학상



 

때로는 거친 비바람에도 흔들림이 없는 큰 나무 같았고, 때로는 아주 향기로운 꽃향기처럼 매력적이었으며,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가 가끔은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어려운 성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은 진실한 삶의 노래였다.” <p160>

 

조카인 인디라 데비의 삼촌에 대한 위와 같은 묘사는 어쩌면 타고르라는 인물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이자 철학자, 음악가 그리고 작가였던 타고르는 1913, 시집 <기탄잘리>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186157일 인도 서벵골주의 캘커타(콜카타의 전 이름)에서 14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부유한 집안에서 유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한 그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몹시 외로움을 탔고,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해 열세살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타고르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14세 때 어머니를 잃었고, 그의 뮤즈였던 형수 카담바리의 자살, 아내는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다섯 자식 가운데 큰아들만 빼고 모두 단명하였다. 특히나 형수 카담바리의 자살로인한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형수 카담바리에게 헤카테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헤카테는 그리스 신화에서 선과 악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세 갈래 길을 상징한다. 또한 밤과 달의 여신이자 마녀들의 여왕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녀의 사인은 아편 과다 복용이었다.

 

그가 영국인 친구에게 쓴 편지에는 카담바리에 대한 애절한 사랑과 그리움이 절절하다.

나의 여왕, 그녀의 죽음으로 나의 왕국이 무너져 버렸어요. 이제 그녀가 보여주었던 세상의 문이 닫혀버렸어요.”

 

또한 카담바리가 떠난 후 쓴 시에도 비통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가슴에 품은 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달을 쳐다보는 것, 그것 말고 어디서 위안을 얻었을까요? 그녀가 모두에게 준 사랑, 이제 어디서 그런 부드러운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가요? 그녀가 누군가의 슬픔에 흘린 눈물, 이제 누가 그녀를 위해 울어줄까요?”<충분해, 충분해 중에서>

 

타고르의 작품을 읽다보면.....특히나 <환상><아기 도련님>.....슬픔에 잠식되어 맨발로 고속도로를 토할때까지 미친 듯이 달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데, 아마도 그의 작품 속에 스며든 이러한 애절한 감정은 그가 직접 겪었던 상실과 아픔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했던가. 타고르에게 아버지는 삶의 방향을 제시한 정신적 스승이자 그의 철학적 기반을 형성한 중요한 존재였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떠난 여행을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었으며, 그 경험은 평생 그의 자산이 되었다. 또한 교육 개혁에 힘쓴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단순히 학문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혼자 읽기 너무너무 아까운 책이다. 타고르를 중심으로 가족 이야기 또한 흥미있고, 그의 작품도 많이 실려 있다. 서평을 3회 정도는 남겨야 될 정도로 페이지마다 감동 깊고, 타고르 못지 않게 이 책을 쓴 저자의 언어도 너무너무 진짜 미치고 환장하게 아름답다. 타고르의 문체와 사상에 얼마나 깊이 몰입하셨는지...이 책을 쓴 저자가 타고르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책의 제목만 봐도 <표현되었을 뿐, 설명할 수 없습니다>라니...눈물나지 않은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하진희

출판사: 책읽은고양이 @reading_ca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38세에죽을예정입니다만 #샬럿버터필드 #공민희 #라곰출판사 #힐링소설 #영미소설 #휴먼드라마

 

지난 18년간 내가 했던 모든 일이 어제를 위한 거였거든. 난 당장 오늘 일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 한 치의 의심도 없었어. 그래서 난 인생을 특이하고 신나는 경험으로 가득 채운 거야. 여행도 잔뜩 하고. 젊은 나이에 죽을 운명이라면 버킷리스트에 있는 걸 모조리 해보고 싶었거든.”<p66>

 

살면서 자신의 죽을 날짜를 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19살인 넬과 남자친구 그렉은 점쟁이에게서 자신들의 마지막 날을 듣게 된다. 넬은 서른여덟, 그렉은 백 살까지. 그리고 다음 달, 친구 소피가 점쟁이가 예언한 날짜에 실제로 세상을 떠나면서 넬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19. 넬은 더 이상 나중에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여행을 미루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으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즉시 실행에 옮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단 한순간 만에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맨디가 알려준 죽음의 날짜는 넬에게 세상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주었고, 동시에 독립할 완벽한 핑계가 되어주었다.

 

넬은 예정된 죽음 몇 주 전부터 조용히 떠날 준비를 시작한다.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필요한 것은 기부하고, 일부는 팔아 없앤다. 떠난 후 남겨질 법적 문제와 재산 관련 사항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모든 흔적을 지운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자 다섯 통의 편지를 쓴다. 엄마에게는 사랑과 지지에 대한 감사와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를, 법률 보조와 바람나 집을 떠난 아빠에게는 너무 날카롭지도, 무례하지도 않게, 언니 폴라에게는 형부의 추행과 언니 친구와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첫사랑 그렉에게는 열한 살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생각해 왔음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과 일주일 전에 그녀의 침대를 사러 와서 세 시간이나 함께했던 톰에게.

 

넬은 19년동안 완벽한 죽음을 준비해왔다. 그래서 마지막 날을 위한 특별한 장소를 준비한다. 런던 최고급 호텔의 디럭스 룸을 예약하고, 명품 드레스를 입은 채 마지막을 맞이하려 한다.

 

객실 청소하러 왔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넬은 얼어붙었다. 극심한 공포가 밀려온다. 갈아입을 옷도,정산할 현금도 카드도 없다. 누군가에게 연락할 전화도 없고 도망갈 방법도 없다.

 

19년 동안 마지막을 향해 사는 삶을 살아온 넬.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혼란과 함께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제 넬에게 주어진 것은 예정된 결말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인생이다. 더 이상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랜 시간동안 확신했던 운명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마디로 멘붕이 올 거 같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소설을 읽으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샬럿 버터필드

옮긴이: 공민희

출판사: 라곰출판사 @lagom.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