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류와 함께한 진균의 역사 - 곰팡이, 버섯, 효모가 들려주는 공생의 과학
니컬러스 P. 머니 지음, 김은영 옮김, 조정남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1월
평점 :

“곰팡이 없이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라는 책 자켓의 문구는 다소 과장된 주장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곰팡이가 단순한 불청객이 아니라 인류 문명과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진균은 곰팡이·효모·버섯을 포함하는 균계로, 인류 문명과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책에서는 진균이 단순히 질병을 유발하는 생물이 아니라, 실제로는 식문화·의학·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음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효모는 술과 빵의 발효 과정을 가능하게 했으며, 치즈·된장·간장과 같은 발효 식품은 진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또한 20세기 의학의 혁신을 이끈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에서 유래하여 수많은 생명을 구한 항생제로, 진균이 인류 건강에 기여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더 놀라운 점은 진균, 특히 버섯류가 인간의 정신과 문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이다. 북아프리카의 암각화는 석기시대 집단이 버섯을 의례적 맥락에서 사용했음을 시사하며, 러시아와 시베리아에서는 알광대버섯이 샤먼 의식에 활용된 기록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진균이 단순히 생태계의 분해자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정신세계와 종교적 실천에도 관여해왔음을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나니 곰팡이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알게 되어 좋았지만, 동시에 생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떠올라 두렵게 느껴지고, 강아지나 고양이를 쓰다듬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진다. 알레르기 비염을 달고 사는 터라 화분을 가득 키우던 것도 곰팡이가 생길까 걱정되어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피와 피부에도 진균이 득실댄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고, 특히 임산부는 구강 위생과 치아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책 속에는 발음조차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비듬을 일으키는 효모와 어릴 적 많이 보았던 옥수수 깜부기병을 유발하는 곰팡이가 서로 가까운 친척이라는 사실은 놀라웠다.
이 책은 인간과 진균이 맺어온 공생관계를 다룬다. 진균은 때로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숨은 힘이기도 하다.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인류의 건강과 문명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책 뒤쪽의 주석만으로도 한 권 분량에 해당할 만큼 읽을 거리가 풍부해, 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세종서적 @sejongbooks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