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일
채수아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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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든다는 건 우주 만물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니 보통의 사람은 그 경지에 가기 어렵지만,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참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철이 든다는 것, 철이 든다는 것...<p226>

 

작가님은 한때 봉사의 삶을 꿈꾸며 수녀가 되고자 했던 시절이 있었고, 40대 초반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오셨다. 17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며 삶의 무게를 온전히 견뎌내신 분이다. 나 역시 비슷한 시간을 살아왔기에 글 속의 이야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깊이 공감되었다.

 

우리 집은 17녀이고, 그중 5명이 맏며느리라 부모님을 모시는 일이 얼마나 큰 인내와 헌신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며느리라는 자리는 잘하면 당연한 것이 되고, 아홉을 잘해도 하나를 못하면 그 부족함이 크게 드러나 상처가 되곤 한다. 그래서 외며느리인 나는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긴장 속에서 살아야 했고, 작은 실수조차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작가님께서 “17년을 산 것이 아니라 살아낸 것이다라고 고백하셨을 때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그 말이 곧 내 삶의 고백처럼 느껴졌다. 살아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을 버티고 견디며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치열한 과정이었으니까.

 

되돌아보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며느리를 맞이하셨던 우리 어머니는 참 젊고 기가 세셨겠다 싶다. 그 나이를 지나온 이제야 비로소 그 당시의 어머님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당뇨로 아프신 아버님 대신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니, 삶이 얼마나 고달프셨으면 나에게 그러셨을까 싶다. 같은 여자로서 짠한 마음이 든다.

 

책 속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암 환자에게 좋지 않아 왕조개 미역국을 끓여드렸는데 시어머님께서 좋아하셨다는 양지미역국을 끓여드렸어야 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셨다는 글을 읽으며, 나 또한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친정엄마께서 술을 워낙 많이 드시던 분인데, 이제 더 이상 드시면 큰일 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막걸리라고 속여 큰 요구르트를 사다 드리곤 했다. 지금도 엄마는 그것을 술인 줄 알고 안주까지 곁들여 열심히 드신다. 과연 어떤 것이 효도일까...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사랑이 충만하시고, 남을 헤아리는 깊은 측은지심을 지닌 분이시다. 예쁜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책을 읽으며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참 부족한 사람이구나, 더 배우고 더 많이 사랑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지식은 어느 한 부분만 알아도 되나 지혜는 끊임없이 배우고 깨달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 몰라서 주변을 힘들게 하지 않도록 늘 의식을 깨우고, 스스로를 다잡아 눈을 크게 떠서 보아야 할 것을 보려 애써야 한다는 말씀. 그것이야말로 진정 자신을 가치롭게 만드는 자기 사랑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깊게 스며드는 밤이다.

 

#사람을사랑하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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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아 작가님께서 선물해 주신 책을 읽고 썼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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