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나의 것
니컬러스 파담시 지음, 김동욱 옮김 / 롤러코스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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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는 어디서 일어나든 세상 모든 곳의 정의를 위협한다.”_마틴 루서 킹 주니어. <p165>



 공감이 무너진 시대, 경제적 빈곤과 인종차별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들. 이란계  혼혈 데이비드와 무슬림 청년 하산의 이야기를 통해 소속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절실한 갈망과 그 갈망이 좌절되었을 때, 그것이 어떻게 분노와 혐오로 변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설이다.



부모님의 이혼 뒤, 재혼한 엄마와 아빠 집을 오가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데이비드.

얼굴의 기름기와 여드름을 가리려 학교에 들고 간 남성 메이크업 파우치는 곧 메이크업 보이라는 조롱으로 돌아오고, 무슬림 친구에게 오줌테러를 당하는 굴욕까지 겪으며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대학 진학에는 평균 5만 파운드의 빚이 따라붙는 현실. 결국 데이비드는 학업을 포기하고, 노동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마트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삶의 버팀목은 오직 자신이 숭배하는 록 뮤지션 칼 윌리엄스의 노래였다. 그러나 칼의 혐오 발언 논란으로 캔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데이비드는 큰 혼란에 빠진다. 이 사건은 그가 극우 이데올로기가 난무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더 깊이 몰입하고, 점차 급진화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된다.

 


대학 진학을 위해 좋은 성적을 얻고자 전화친구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무슬림 청년 하산.

친구들이 데이비드에게 오줌테러를 가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과 절교한다. 이후 동네 백인들에게 파키 xx” 소리를 들으며 폭행을 당한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움츠러들기도한다. 하산은 피파게임을 즐기며 게이머가 되기를 꿈꾸지만, 엄마의 반대에 부딪히며 꿈과 현실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겪는다.


 

어느 날 헬스장에서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친다. 하산은 데이비드에게 오줌테러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만, 그의 사과는 오히려 데이비드의 마음을 무너뜨린다. 데이비드는 몸을 떨었고, 하산은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본 것만 같다.



극우 커뮤니티에서 밈과 댓글로 미디어 게릴라전을 벌이던 데이비드. 그러나 그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제 온라인을 넘어 현실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믿으며,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진짜 현실 세계 운동을.”



 

#영국은나의것

데이비드의 급진화 과정과 하산의 내적 갈등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단순한 허구로만 읽을 수 없게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립청년은 54만여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학업과 취업의 압박, 가족과 사회의 기대, 그리고 온라인에서 증폭되는 혐오의 언어 속에서 청년들은 자신이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나 우리 청년들 또한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고립과 좌절 속에서 분노와 혐오로 기울어질 위험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 단 한 사람만이라도 믿어주는 이가 있을 때 우리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며, 고립된 우리 청년들이 자기만의 색을 찾아갈 수 있도록 믿어주고 지지하며 공감의 언어를 건네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롤러코스터 도서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저자: 니컬러스 파담시

옮긴이: 김동욱

출판사: 롤러코스터 @rollercoaster_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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