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숨 - 흙과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만들어왔는가
유경수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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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숨 #유경수 #김영사 #토양학 #도서제공



몸이 밀어내는 공간의 모양과 크기는 몸의 성장과 노화에 따라 변하다가 끝내는 몸의 죽음과 부패로 사라진다. 흙의 몸도 그렇다... 겉으론 견고해 보이나, 실은 절반이 텅 비어 있다. 비어 있지 않다면 흙의 숨이 들고 날 수도 없겠거니와, 빗물이 들어 젖을 일도 없고, 그러니 햇볕에 마를 일도 없는 몸이었을 것이다.<p289>



미네소타대학교 토양학과 유경수 교수의 흙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넘나들며 직접 땅을 파고 채집한 생생한 기록. 10장에 걸쳐 똥을 통한 생태 순환 이야기부터 쟁기 기술의 발전, 침입종 지렁이의 영향, 흙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까지, 인류 문명의 토대인 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장은 아시아에서는 사람의 똥오줌이, 유럽에서는 가축의 똥오줌이 흙의 비옥도와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요긴하게 쓰였음을 설명한다. 인간과 가축을 가리지않고 똥에는 질소, , 칼륨 같은 식물의 필수 영양소와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화학비료가 없던 시절에 농업의 필수 자원 구실을 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서구와 마찬가지로 아시아도 화학비료로 갈아탔다.

 

화학비료 덕분에 농업은 똥에서 해방되었고, 농업 생산량이 급증하는 녹색혁명이 이루어졌지만 질소비료는 토양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해 유기물이 분해되며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과다 사용된 질소비료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로 전환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을 먹이기 위해 지구를 파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그 해답이 바로 똥에 있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2장 화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무엇보다 온대 생태계에서는 질소가, 열대 생태계에서는 인이 식물 생장에 필요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19세기 산업혁명만큼이나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쟁기의 등장은, 땅속 유기물을 분해해 이산화탄소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3장에서 놀라웠던 것은,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 20억 헥타르, 즉 미국의 두 배가 넘는 면적을 농업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흙의숨

책을 읽으며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7지렁이였다. 지렁이는 생태계에 이로운 존재로 배워왔지만, 과거 빙하로 덮였던 북반구의 고위도 지역에서는 오히려 숲을 파괴하는 침입종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1만 년 전, 북아메리카 대륙 북쪽 절반을 뒤덮은 빙하는 토종 지렁이를 전멸시켰고, 이후 빙하가 물러나면서 숲이 다시 형성되었다.

 

그런데 낚시나 정원 가꾸기 용도로 유입된 유럽산 지렁이가 낙엽층을 먹어치우면서 어린 식물들은 보호를 잃고, 물 부족으로 나무의 성장도 둔화되었다. 유기물 분해 속도가 빨라지면서 과잉된 영양분은 식물이 흡수하기도 전에 지하수와 하천으로 씻겨 내려가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침입 지렁이와 기후변화가 맞물리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종 다양성 역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된다면, 미네소타는 100년 안에 광대한 숲을 잃고 초지로 뒤덮이게 될지도 모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저자는 한 길 사람 속만큼이나 한 길 땅속도 모른다고 말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흙의 몸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유경수


출판사: 김영사 @gimm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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