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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다시 계절의 품에 안긴다
양일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천천히 많이 묵어라.”
엄마의 목소리와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갈비의 양
그리고 맞지 않는 젓가락들의 움직임.
이내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있던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 물 한 잔 더 주이소.”
가만히 앉아 물만 드시던 부모님.
내 앞에 놓인 갈비의 무게는
가난이 깎아낸 엄마의 굶주린 하루와
조용히 삼킨 아빠의 한숨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p17>
이 시집은 시인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가난했던 시절의 따뜻한 가족애와 형제 간의 깊은 우애를 담고 있다. 또한, 오늘날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배려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을 되돌아보며, 과거 형제자매들의 희생과 가족의 유대감을 그려낸다. 부모님의 부재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나눈 사랑은 깊은 감동을 주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1부: 가난은 왜 사랑이 되는가, 2부: 별은 숲이 되고 너는 그리움이 되어, 3부: 그대의 봄날은 자국을 남긴다, 4부 네가 사라진 자리엔 바람만 남았다 등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시를 읽으며 서랍 속 고이 간직해 두었던 빛바랜 앨범을 들춰가며 보는 듯한 감정이 밀려왔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함께했던 얼굴들이 떠오르고, 잊고 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어린 시절 소독차가 지나가던 골목에서 친구들과 함께 웃고 뛰놀던 순간, 이제는 희미해진 그날의 냄새까지도 다시금 떠오르고, '길들여진 속도, 잃어버린 시간'을 읽으면서는,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재촉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리듬대로 성장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현실이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 행님의 전화벨이 울리면’을 읽으며 문득 언니, 오빠가 내게 베풀어주던 따뜻한 사랑과 헌신이 떠올랐다. 나보다 먼저 세상의 무게를 짊어지고, 어린 동생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던 모습들이 아련하게 스며들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의 나로 자랄 수 있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나 나의 셋째언니의 고마움을 떠올리며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가을이 내려앉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스쳐간 날들의 상처를 다독이며
담담한 미소로 내일을 맞이하는 낙엽이 되리라.
계절이 내려앉는 길섶에서
말없이 흘려보낸 여름날의 꽃을 불러보고
끓어오르던 청춘의 열기를 가슴에 품은 채
붉게 타오르는 단풍에 기대어 보리라.
봄날에 머물던 허기진 마음도
낙엽처럼 조용히 흘려보내고
흔들림 없이 나를 지켜내리라.
깊어가는 가을밤
아련히 저무는 시간의 아쉬움을 거두어
지나온 모든 날들을
온전히 사랑해 보리라.
<p49>
저자: 양일동
출판사: 지식과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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