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돌아가기
최영건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으로돌아가기 #최영건 #산문집 #안온북스

 


 

철로는 검푸르고 이따금 붉은빛이 번뜩이는 어둠에 물들어 있다. 그러다 끝내 기다리는 이들에게로 기차가 온다. 폭설 속에서 얼어붙어 기다리던 이들이 열차에 몸을 싣는다. 기차가 좋은 건 기다리면 언젠가는 도착하기 때문이다. 거기엔 나의 자리가 있다.<p25>

 

산문집을 읽고 작가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검색하다 발견한 문장...‘문학과 미술을 엮고 꿰는 사람’...그녀를 표현하는 이 글귀가 너무나 맘에 든다. 대학교 3학년때부터 기차를 타고 서울과 고향을 오가며 쓴 글에는 섬세하고 아름답고 온기 가득한 그리움의 파편들이 씨실과 날실로 가득 꿰어져있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 집과 가족, 함께 사는 개, 떠났다가 되돌아 오고 또다시 떠났다가 어느날 다시 돌아와 세대를 이어가는 고양이...수년이 지나 고양이들이 머무는 탑을 짓는 직공이자 장인이 된 부모님, 사그라드는 고향의 거리와 오래된 기차역 시계에 얽힌 일련의 기억과 할머니 집 2층 방의 창문을 열면 마주했던 손 같고 팔 같던 나뭇가지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오래된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가 살아오며 마주했던 그 모든 인연들의 눈빛과 웃음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닿을 수 없어도, 다시 만날 수 없어도, 그립다는 감정 하나로 나의 기억창고에 오래토록 머무르는 것들... 학교 가는 길 아침마다 뒤따라오던 우리집 개 메리, 너무나 키가 커서 감을 따려면 모가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던 대봉 감나무, 잘려나간 대나무에 한쪽 발을 찔려 커다란 혹이 났던 짠한 우리집 송아지, 싸리버섯을 따는 날엔 호박을 넣어 끓여주시던 엄마의 매콤한 장국, 동생의 머리에서 토실토실 살이오른 뚱니를 잡아서는 너 내말 잘 들을래 안들을래? 안들으면 도로 놔줘불랑게~”라며 장난아닌 협박(?)을 가하던 어린시절의 추억...

 

고향냄새 가득한 작가님의 글 속에서 너무나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을 내 기억속에서도 소한해 냈다. 그녀의 말처럼 나 또한 시간의 흐름, 영원, 사라짐, 사그라짐 이후로 자리 잡는 평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 그래서일까 비애라면 비애, 아름다움이라면 압도적인 아름다움, 시간과 소멸의 미학.’ 이라는 글귀가 이토록 단단하고 지독하게 가슴속에 박혀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내게 진실은 하나의 날카로움이 아닌 여럿의 여림과 무딤이다. 어느 부분은 턱없이 느슨하고 어느 부분은 끊어질 듯 팽팽하다. 슬픔에 베이면 슬픔이 흐르고 기쁨에 몸을 뉘이면 아늑해진다.....누구든 쓰기 시작한 이는 글을 가질 수 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영롱한 것은 글이자 글을 쓰는 시간이다.<p20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최영건

출판사: 안온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