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내일의 고전
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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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명이고 나는 질서이다. 나는 죽음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지하 세계의 이미지들과 어둠을 암시하는 모든 상징물에 맞서 언제나 분연히 날아오르리라. 죽음은 나의 영혼을 약탈할 수 없고, 나는 나의 정신과 육체를 이루는 조직체 한 점, 영성 한 점도 함부로 노획당하지 않을 것이다.”<p176>

 

그렇다면 어찌하여 제게서 이 혹을 떼어 가 주지 않으시나요? 세상은 배 속 생명을 포기하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만일 제가 오늘 지옥에 떨어진다면 그것은 아기를 죽인 죄 때문입니까, 아니면 스스로를 죽인 죄 때문입니까?”<p176>

 

성배를 찾아 스페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눈 감은 신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혹시 성당에 다니시나요?” 신부는 희미하게 웃음기 띤 얼굴로 묵주를 거두며 주머니 속에 감춘다. “, 그런데 이제 그만두려고 합니다.”

 

한국의 젊은 신부 바오로, 자신이 전담하여 사목해 왔던 소년부 성가대원 헬레나의 비관 자살 사건 이후, 교회의 가르침과 사목적 역할 사이에서 큰 갈등을 느끼게 된다. 헬레나는 비정상 임신의 징후를 진단받기 위해 임신 중절 수술을 고려하는 가운데 바오로 신부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적극적으로 조처하지 못하면서 안타깝게도 그녀의 자살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어둠이 빛의 그림자이고, 육신이 정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바오로 신부는 온몸으로 불안정한 징후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성직을 내려놓겠다는 결심이 일시적인 충동이나 회한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아버지 신부 베드로는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스페인으로 가서 성배를 직접 보고 오라고 한다.

수단을 벗은 너는 무엇이냐? 수단을 벗은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책은 진정한 신앙이란 무엇이며,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성배를 보기위해 스페인 발렌시아 대성당에 도착하지만 성배는 도난당하고 없다. 성배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고대 예루살렘부터 현재의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는 펼쳐진다.

 

결코 쉽게 읽히는 작품이 아니다. 책을 읽고도 내가 제대로 이해한건가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든다. 이 젊은 작가가 이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방대한 지식과 상식, 그리고 경험을 체화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역사, 종교, 과학, 미술, 음악,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이렇게 깊이있고, 완벽하게 녹아내다니... 그저 놀라운뿐이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소설의 형식을 빌린 백과사전이며 성경이다. 한 번 읽고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며, 이 소설에 대한 무례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미쳤다! 미쳤어...정말 미쳤다!

 

자유와 도망을 구분하길 권하지요. 우리에게 내려진 사명은 기분 내키는 대로 입었다가 벗었다가 하는 싸구려 옷 같은 게 아닙니다. 당신은 선택받았으며, 그 부름은 지옥까지 당신을 따라갈 겁니다. 나와 같이 성배를 찾아 신심을 회복하고 주님 앞에 나아가 회개하도록 하십시오<p140~14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함>

저자: 신종원

출판사: 소전서가 @sojeonse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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