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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전,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
송태은 지음 / 이오니아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보면 국가간의 치열한 다툼을 볼 수 있다. 단순히 병력을 동원해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 것이 아닌, 계략과 모략, 기만과 속임수, 가짜 정보를 흘리는등 승리하기 위해서 비겁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서동요도 따지고보면 백제의 무왕이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하기위해 거짓소문을 퍼트리는 기만전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에도 심리를 이용하여 상대를 뭉개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은 늘 있어왔다. 그렇지만 오늘에 와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뇌과학의 발달로 사람들의 심리기제가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정보통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람들을 속이는 기술이 정교해지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뇌를 해킹하는 심리전술로 인해 과거에 비해 우리의 삶이 한층 더 취약해 졌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점점 더 가속화되어가는 심리 전술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전반부에서는 주로 개인의 심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후반부에는 국가간의 심리전술 혹은 인공지능등 IT기술이 만들어 낸 어두운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중 가장 강력한 것은 분노라고 말한다. 분노는 자신을 망치기도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분노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드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분노는 자기통제를 잃어버려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통제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사람이 트럼프인데 특정 상대에게 분노하고 대노를 하면서 결국 분노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도구로 쓰고 있다.
이 밖에도 개인의 여러 심리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중 하나가 초두효과다. 첫인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이론이다. 첫 직감이 맞을 때도 있지만 아마 틀린 경우도 많을 것이다. 저자는 첫인상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대해야 잘못된 결정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이스피싱이나 영업에 있어서도 설득 대상 상대에게 다른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몰아붙여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초두효과를 끝까지 밀고나간 전략일 것이다. 한편 현대에는 다양한 설득 기제중 가장 강력한 것은 정보의 양이라고 한다. 잘못된 정보나 뉴스라도 다양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주입하면 결국 거짓도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웹사이트의 검색창에 특정 단어나 문장 일부를 입력할 때 문장 전체가 자동완성되는 것도 일종의 정보조작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미묘한 작업에 의해서도 우리 뇌의 작동방식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IT 및 뇌과학의 발달은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판독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일례로 인공지능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은 뇌 스캔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읽는가하면 일본의 뇌과학자들은 꿈 분석 연구를 통해 꿈에 나오는 대상을 60~70%의 정확도로 알아맞춘다고 한다. 또한 바이오피드백을 센서에 부착해 개인의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은밀한 개인적인 신체활동이나 생각마저도 여지없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특정 의도에 맞춰 조작하고 조종할 수 있다는 이야기기도 해서 한편 두려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간의 경쟁에 있어서도 심리조작을 통해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들이 많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멀찌감치 멀어진 러시아는 대안으로 샤프파워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이미 하드파워나 소프트파워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기에 강력한 통제방식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샤프파워는 국가 권력을 우선시하고 검열과 정보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시키는등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통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나 디지털의 발달로 하이브리드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있다. 하이브리드전에는 화학, 생물, 화학, 핵무기등 고전적인 방법뿐 아니라 사이버공격, 심리전, 인지전, 그리고 범죄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국가간에도 기만과 속임수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진실과 거짓이 무엇인지 더욱 구별할 수 없게 만들고 전술, 선전, 선동으로 인해 우리도 모르는 채 우리의 의식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종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이, 내 생각이 때로는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알게 해 주며 이러한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