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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평점 :
처음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다. 원래 대중적으로 이름이 난 것에서 손사레를 치면서 싫어하는 이른바 마이너리티의 기질을 가진 나이기에 열심히 방송에서 회자 될 때는 읽고 싶지 않았다가 어제 처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왜 그리 데모가 많았던지...4년 내내 중간고사를 본 적이 없을 정도로 5월 광주 항쟁과 맞물려 캠퍼스가 항상 시끄러웠다. 그 때는 대학이 항상 사회현실에 열려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참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너도나도 공부,취업...물론 대학생의 본연의 임무는 공부다..
그런데 이렇게 장황하게 대학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이 책을 읽으며 나도 예전에 가난한 사람들과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 순수하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며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 한명 정도는 고아원 아이들이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대학을 가니 어느 순간엔가 고아원 아이들이 내 주변에서 없어졌다. 모두가 다 잘 살게 되어서 가난을 벗은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없었던 부모가 생겼을리는 만무하고...어느 순간엔가 서로 길이 달라져 갈라져버린 것이엇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 책은 그렇게 잊고 있었던 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사인 명희의 말이 사뭇 귀에 남는다. 나도 괭이부리말을 떠나 나 혼자 잘 살자고 위로만 오르려했던 시절이 있었어..그리고 그녀는 다시 자신의 일을 찾아 괭이부리말로 돌아온다.
이것은 약간 작위적인 소설적 장치처럼 지나치게 상투적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런 장치들이 감동을 안겨주는 것은 어쩔수 없다. 자, 보라..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이토록 가난하게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 아이들이 있다. 부익부 빈익빈은 점차 가속화되고 어쩌면 몇몇 소수의 사람들은 이제 이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 속에서나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현실의 문제를 잊어가고 안온하게 중산층의 계열에 합류하고 대학을 졸업해놓고도 유학을 못가서 괴로워하고 40평짜리 아파트를 더 넓히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그럴지도 모른다.
사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제대로 사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제는 낡아버린 화두를 다시한번 끄집어 내도록 만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