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마그리트를 좋아하던 나이기에 이 그림책은 신비함과 신선함 그 자체로 다가왔다. 그러나 초등3학년인 울 딸은 시큰둥하다. 왜냐하면 모든 패러디는 원작을 알고 있어야 더욱 그 의미가 크고 신기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책 안에서 마그리트의 그림이 이렇게 사용되었구나 하고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고, 수염이 날렵하게 구부러진 달리의 멀굴을 만나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작가의 그림을 못본 어린이라면 그냥 사람 얼굴 중앙에 사과가 하나 턱 놓여진 신기한 그림책 정도로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춰보는 순간, 히힛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 책이다. 만약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이렇게 패러디해서 그림책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즐거울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미술관에 간 윌리라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생각이 난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이 실사에 가까운 반면 이 그림책의 터치는 약간 투박한 편.원래의 마그리트 그림보다도 투박하다. 그 점은 조금 미흡해보인다. 정말 원본 마그리트의 화풍과 똑같은 작가의 그림체였다면 더 빛났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