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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나이프 -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
하야시 고지 지음, 김현화 옮김 / 오렌지디 / 2020년 11월
평점 :
의사의 영역과 그들의 생각은 언제나 궁금한 영역이다. 쉽게 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그런것 같다.
그런 의사의 삶을, 그중 신경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어서 호기심이 먼저 일었다.
의사중에서도 최고라고 꼽히는 신경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삶이 우리네와 다름이 없기에, 그러나 그들의 겪는 환자들은 놀라움의 연속이기에 더욱 재미있었다.
신경외과 의사들 중에서도 최고에게만 주어진다는 톱 나이프 칭호.
이런 칭호를 받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모자르게 뛰어다닌 의사들의 이야기.
뇌의 한 부분을 다쳐 엄마를 외계인으로 인식하는 아이를 진찰하는 미야마의 이야기가 첫번째로 시작된다.
카프그라 증후군을 치료해 가는 미야마는 외계인 취급당하는 아이의 엄마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어 가는 것 같다.
그와 함께 자신의 아이 마미까지 자신을 찾아와 함께 지내지만 정작 자신은 아이의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것 같이 다시 한번 죄책감에 빠지고 아이를 위한 결심을 하게 된다. 그 후 뒤돌아 흘리는 눈물은 누구를 위한 눈물일까.
엄마라는 존재를 더욱 깊게 생각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코타르 증후군을 치료하는 구로이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4명의 의사들의 이야기가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져 다음엔 누구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하게 만든다.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간베를 치료하며 점점 변해가는 구로이와의 모습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독신으로 사는 자신에게 어느날 찾아온 여자와 아이. 그 아이로 인해 구로이와는 점점 더 사람 냄새를 풍기게 된다.
그 아이를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그의 이야기는 성장 이야기 같다.
자신의 환자와 아이는 서로 보이지 않는 영향을 주고 만다. 자신을 죽었다고 생각하는 환자는 아이의 어떤 모습을 통해 다시금 살아나고, 잠깐이지만 같이 살았던 아이와의 생활은 구로이와에게 또다른 영향을 받게 된다.
아이를 통해 성장한 구로이와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환자와의 거릴 두는 니시고오리는 음악적 재능일 있는 환자를 위해 그녀의 수술을 미루고 있다.
환지인 마리에의 재능을 썩히고 싶지 않아서, 아니 그녀에게서 빼앗지 않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병에 의한 재능을 알고 나서는 환자를 구하기로 한다.
그녀에게서 자신의 어린시절을 본 니시고오리는 혼자인 세상에서 혼자가 아님을 환자를 통해 느끼게 된다.
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것임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괜찮다는 말을 남기고 니시고오리는 다시 한단계 성장하고 있다.
이제 막 의사가 된 고즈쿠에는 사랑을 이해 할 수 없지만 사랑을 알기 위해 신경외과에 오게 됐다.
그리고 자신의 왼팔을 여인으로 착각한 마에카라는 환자와 그 보호자를 통해 사랑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환자의 보호자인 준코는 그녀 자신의 삶에서 남편을 빼놓을 수 없지만 지금은 환자인 남편을 이해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결혼생활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사랑하는 남편에게 더욱 잔임함을 안겨주는 준코를 통해 고즈쿠에는 사랑을 배우게 된다.
의사들의 성장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에게는 삶의 따스함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소설을 덮고 다시금 소설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