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1
염승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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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책장에 꽂혀 있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의 제목이다. 
올해 나의 화두는 '교육'. 스스로를 더 나은 투자자로 교육하기이다. 학생으로서의 나는 충동적으로 이 공부 저 공부를 왔다갔다 하겠지만, 이와는 달리 선생으로서의 나는 면밀한 계획 하에 학생의 학습을 지도해야 한다. 공부를 스스로 한다는 건 다름 아닌 이런 것이다. '내가 학생이면서 동시에 선생도 되어야 하는구나'를 깨닫는 것. 그때가 바로 갓 입대한 자가 신병 훈련소를 떠나 자대 배치를 받는 시기다. 훈련병에서 이등병이 되어 스스로 험난한 세상을 익혀가야 할 때인 거다.

『주린이가 가장 읽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은 '주식 훈련병'들을 위한 책이다. 행군(시클리컬)이 무엇이고, 완전군장(밸류체인)은 무엇인지, 계급(시가총액)은 무엇이고, 유격훈련(박스장)은 무엇인지, 열과 오(보통주와 우선주)는 무엇이며, 화생방(관리종목)에 왜 모든 선배들이 치를 떠는지, 스타 (FOMC)가 뜬다고 하면 왜 모두가 긴장하는지처럼 정말 훈련병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것들을 모두 담았다. 책의 뒷표지에 실린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 팀장의 추천사를 읽어보자.

이 책에는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모두'라는 수식어가 부적절하지 않은 이유는 염승환 부장 특유의 성실함 때문이다. 그의 성실함이 아니었다면 이런 책은 세상에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투자자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군데리아가 나오는 날에는 왜 식당 앞에 일찍 줄을 서야 하는지(인기 높은 IPO), PX라는 단어를 말할 때 왜 모든 장병이 그토록 환호하는지(무상증자 공시) 등이 빠짐없이 적혀 있다는 거다. 실전 투자를 경험해 본 주린이라면 모두가 궁금해마지 않을 것들 77가지를 뽑아서, 그에 명쾌하게 답변하는 QnA식 구성이다.


이 책의 미덕은 아래와 같다.
1. 먼저 77가지의 질문은 정말로 주린이가 궁금한 것들이다. 저자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담기 위해 주린이가 궁금해하지 않을 질문을 몇 가지 섞었을 법도 한데, 그런 '수작'이 전혀 없다.

2. 답변이 호쾌하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다. 물론 호쾌한 답변은 당연히 여러 예외들을 아우르기 어렵기 때문에 때로는 이렇게 단정해도 되나 싶은 구석도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쾌함을 미덕으로 꼽게 되는 건, 그 선택이 주린이라는 독자의 눈높이를 잘 고려했기 때문이다. 생초보는 예외를 묻지 않는다. 생초보는 일반 원칙이 무엇인지부터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3. 읽는 재미가 있다. 388페이지의 책으로 적지 않은 분량인데, 오래 읽어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각 질문에 대한 답변은 대체로 4~5페이지에서 마무리된다. 답변에는 최근 사례와 그림들이 풍부하게 인용되어 있다. 글도 어렵거나 현학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다. 친절한 이웃집 형같은 직장 사수가 말하는 듯한 문체다. 아주 잘 읽힌다.

4. '주식 책이란 게 이렇게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구나' 독자는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다음 주식 책으로 뭘 읽을까 생각하게 되고, 이 책에서 강조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읽을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주린이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지식을 왜곡없이 전해주며, 자연스럽게 다음 코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책보다 더 좋은 주식 책은 상상하기 어렵다.


서평을 쓰는 현재 이 책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각종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현상이 다소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주식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틈타 인플루언서가 평범한 상품을 가지고 공전의 히트를 치는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지금 나의 우려가 전적으로 오해였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이 이만큼 널리 익히는 건 1차적으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로운 일일 뿐 아니라, 2차적으로는 주식 서적 출판계에도 좋은 시사점을 주는 일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저자를 신뢰하게 됐다.

대부분의 투자 구루들은 "좋은 기업을 사라"고 조언한다. 좋은 기업이란 소비자를 속이지 않고 정직하며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이다. 좋은 기업을 발견하면 주주가 되어 함께하면 된다. 투자의 좋은 조력자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늘고, 투자자에게 솔직한 사람이어야 한다. 오랫동안 함께한 염승환 부장(염블리)은 나날이 지식이 쌓여 가고, 순간순간 판단도 날카롭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진솔하다. 좋은 투자의 동반자를 알게 되었다면 희로애락을 같이하면 좋다. 투자의 승자가 되는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염블리와 함께하면 된다. 
-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


무엇보다 이제 막 주식 투자에 입문하여 이것저것 물어오는 지인들이 있다면, 이 책이 다른 어떤 책보다 권하기에 좋을 듯하다. 독자의 성격, 취향, 투자관, 인생관, 독해력, 투자실력, 투자경험 등 그 무엇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거르지 않고 읽을 만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주린이 입문서계의 인싸 중의 인싸라 할 만하다. 나는 서른 권 정도의 투자 서적을 읽고서 이제 갓 주린이에서 초보 투자자로 진화했다. 주린이 시절 궁금했지만 대답을 만나지 못해 곧 잊고 말았던 많은 궁금증들을 이 책을 읽으며 해소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뿌듯했던 점은, 막상 듣고 나면 쉽지만 듣기 전에는 몰랐던 여러 기초 개념들을 알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RSI'나 'MSCI' '코스피 200, 코스닥 150의 편입·편출' '선물옵션만기일에 변동성이 커지는 이유' '블록딜이 주가에 미치는 일반적 영향' 등등)

주식시장 입문자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으나, 침착하고 차분하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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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라면 유대인처럼 - 유대 5천 년, ‘탈무드 유머 에센스!’
박정례 편역 / 스마트비즈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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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오래 된 꿈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운동 마니아가 되어 튼튼한 사내가 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유머 마니아가 되어 즐거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오래 된 꿈이 흔히 그렇듯, 나의 두 꿈도 모진 전쟁통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패잔병은 이제 노병이 되었지만 아직 승리를 꿈꾼다. 그래서 가끔 운동을 하고, 가끔 이렇게 유머 책을 읽는다. 어쩌면 이 또한 하나의 Grit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한동안 유머를 배우고 싶어서 유머 서적을 뒤적였다. 제목은 유머인데, 내용은 유머러스하지 않은 수많은 책들을 만났다. 유머란, 내가 생각하기로는, 웃음으로 마음의 긴장을 한번 풀어내는 것이다. 그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내가 읽은 책들은 대부분 유머가 아닌 풍자를 담고 있었다. 이 책, <유머라면 유대인처럼>은 탈무드의 일화들을 편역한 것이다. 탈무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교육용 교재다. '피식' 웃거나 '쓰게' 웃게 되는 교훈적인 일화가 많다. 

책은 총 114개의 일화를 담고 있다. 별도의 장 구분 없이 모든 일화가 연속으로 나열된다. 각 일화의 구성은 <제목> - <편역자의 Insight> -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다소 의아하게도 편역자의 Insight는 대부분 진지한 글이다. 아마 이분도 나처럼 진지함의 바다 위에서 유머라는 환상의 섬을 향해 나아가는 항해자인 모양이다.

책의 내용중 재미있었던 일화를 몇 가지 소개해 본다. (편역자의 인사이트는 포함하지 않았다)


상술

한 일본인 화상(畵商)이 파리를 여행하던 중, 유대인이 운영하는 화랑에 들러 유명 화가가 그린 동일한 그림 두 장을 발견했다. 가격을 물으니 2천 달러라고 했다.
일본으로 가져가면 장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그 일본인은 그림 두 장을 사겠으니 깎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유대인 화상은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인 5천 달러를 요구했다.
두 장을 사는데 깎아 주지는 못할망정 더 많이 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유대인 화상이 말했다.
"당신이 2천 달러에 그림 한 장을 사 가면, 남은 한 장은 희소가치가 적용되기 때문에 3천 달러를 받을 수 있소."
(236-237)


마술

유대인과 아랍인이 빵집에 갔다. 아랍인은 빵 3개를 훔쳐 주머니에 넣었다. 아랍인이 의기양양하게 유대인에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봤지? 주인은 아무것도 못 봤어!"
유대인은 아랍인에게 말했다.
"유대인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보여주겠어."
유대인이 빵집 주인에게 가서 말했다.
"빵 하나 주시면 신기한 마술을 보여드리지요."
주인은 영문을 모른 채 빵 하나를 유대인에게 줬다. 유대인은 그걸 재빨리 삼키고는 또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렇게 빵 3개를 연거푸 먹고 빈손을 보여줬다.
주인이 유대인에게 따졌다.
"그게 무슨 마술입니까? 절 속이려는 거에요?"
유대인이 대답했다.
"저기 서 있는 아랍인의 주머니를 확인해보세요." 
(45-46p)

험담 1

목사 세 사람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한 사람이 두 친구에게 말했다.
"주변에 신도들도 없으니, 우리 한 번 솔직해져 보는 게 어떻겠나? 서로 완전히 속마음을 열고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백해보세. 나는 말일세. 돈이 무척 좋다네. 하지만 빈약한 목사 월급으로는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살 수 없어서, 헌금 바구니에서 돈을 슬쩍한 적이 있네."
두 번째 목사가 말했다.
"서로에게 정직해보자는 거니까, 나도 털어놓겠네. 나는 도박을 즐겼다네. 나는 뭐든 돈을 걸어야지 직성이 풀린다네. 야구나 축구 경기 특히 경마를 제일 좋아하네."
세 번째 목사는 잠자코 침묵을 지켰다. 한참을 기다리던 두 친구가 그를 채근했다.
"우리는 모두 죄를 고백하지 않았나. 그러니 이제는 자네 차례일세. 자네가 저지른 죄 중에서 가장 용서받기 힘든 게 뭔가?"
드디어 그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내 죄는 험담하는 것을 즐기는 것일세. 벌써부터 집에 돌아가는 것이 기다려지는군."
(80-81p)


욕심

한 부부가 씨수말을 사기 위해 시장에 갔다. 첫 씨수말의 안내문에는 '지난해 교미 50번'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보고 부러운 듯 말했다.
"당신도 배워요. 1년에 50번이나 했대요."
다음 씨수말의 안내문에는 '지난해 교미 120번'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보고 더욱 부러운 듯 말했다.
"어휴. 당신도 배워요. 한 달에 10번씩이나 되네요."
다음 씨수말의 안내문에는 '지난해 교미 365번'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째려보며 말했다.
"어휴. 정말 당신은 부끄러운 줄 아세요. 하루에 1번씩이네요."
지금까지 아내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남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저 씨수말이 365일 똑같은 암말과 했는지, 어디 물어보고 오시오!"
(100-101)


유머에 관한 나의 롤모델은 MC 신동엽이다. 목소리가 쎄지 않고 말을 편하게 한다. 돌멩이 같은 음성이 아니라 공기 90%의 까끌한 솜뭉치 같은 음성이랄까. 동엽신의 개그에 한번 웃고 나면 가슴이 환기되는 것같아 개운하다. 그리고 짓궂은 19금 유머를 대체로 선을 잘 지켜서 한다. '성(性)'은 특히 좀 편하게 다루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주제다.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서 일종의 족쇄(?)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서다. 남녀의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차이와 우리나라의 문화 역사적 배경, 그리고 대중과 학부모의 소양 등등 여러 난관도 있지만, 하여간 이 주제가 사람을 구속하지 않고, 사람이 이 주제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아내 혹은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이 주제에 대해 때로 농담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외의 사람들과는 아예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한두 번 시도해 본 적이 있는데, '너 왜 그래? 이런 얘긴 너랑 안 어울려.' 대체로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그건 뭐... 어쩔 수 없다. 유재석이 야한 유머를 하면 분명 안 어울릴테니까.

유머는 참 배우기 어려운 스킬이다. 일단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유머나 개그로 검색을 해보아도 이렇다할 '명저'를 찾기가 어렵다. 유머 Acamedy가 있는지 찾아 본 적도 있는데, 한때 운영되었던 아카데미도 곧 문을 닫은 경우가 많았다. 유머를 훈련시켜주는 곳이 있다면 좀 멀더라도 다닐 마음인데, 도통 해법을 찾지 못하고 몇 년 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식은 부침전처럼 맛없게 식어버린 유머 꿈이 문득 생각날 때면 툭툭 아내에게 한두 마디를 던져보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가 잘 받아준다. 유머 수준이 비슷해서이기도 하지만, 아내의 이 행동이야말로 사랑의 큰 증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아내가 유머를 받아줄 때마다 그녀의 깊은 인품과 아직 식지 않은 따땃한 사랑을 동시에 느낀다. 각설하고.

아무튼 나는 책으로 무언가를 익히는 게 즐거우므로, 앞으로도 유머나 개그가 제목에 들어가는 신간은 무조건 읽기로 한다. 이 책은 총 246페이지며, 일화가 끝날 때마다 여백을 남기고 다음 페이지에 새로운 일화가 시작되는 구성이어서 분량 부담 없이 읽기 편하다. 나와 같은 레벨에서 유머를 향해 나아가려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객관적이지 않은 서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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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생각의 기술 - AI 시대, 직원부터 CEO까지 메타인지로 승부하라
오봉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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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머리 없던 나의 모습
'공부는 커리큘럼이라도 있는데, 업무는 왜 이렇게 막막하기만 할까.'
수습사원으로 첫 직장에서 무던히도 밤을 새며 되풀이했던 질문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일 머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일은 언제나 기한과 함께 주어졌는데, 대체로 나는 기한을 지키지 못하거나 지키더라도 실수 투성이 결과물을 제출했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문제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나는 낯선 일에 적응이 느린 사람이다. 낯선 일을 접하면 사고와 동작이 멈춘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든다.
2. 내가 낯선 일에 적응이 느린 것은 사고체계와 관련이 있다. 나는 낯선 대상을 파악할 때 생각으로 다가가지 않고 느낌으로 먼저 파악하려 한다. 느낌은 처음에는 모호할 뿐이다.
3. 느낌으로 대상을 파악하려다 보니 충분한 느낌 자료가 모이기 전까지 나는 대상에 접근하지 못한다. 내면에 쌓이는 느낌 자료는 언어로 변환될 수 없는 것이어서, 이 과정에 있을 때는 스스로도 진도를 얼마나 나갔는지 알지 못하고, 다른 이에게도 나의 업무 상태와 진도를 설명하지 못한다.
4. 느낌의 색깔이 분명해지고 나서야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기 시작한다. 그 분석을 마친 다음, 대상에 대한 '첫 생각'을 갖는다. 업무는 이때부터 시작할 수 있다.
5. 업무를 시작하고 나면 이미 납기는 코앞에 와 있다. 밤을 새워도 납기를 맞추기 어려운 일정이다. 서투른 초급자가 쫓기는 마음으로 밤을 새워가며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일하면 업무 결과물이 좋기는 어렵다.
6. 업무 process 중에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선배들이 하던 대로 따라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나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작업을 수행할 때마다 내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7. 업무를 마치고 나서 그 업무를 돌아보며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면 좋았을텐데 곧바로 다른 업무를 진행해야만 했다.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선배들에게 질문하며 풀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나는 일 머리뿐 아니라 주변 머리도 없었다.

적어놓고 보니 두 가지 마음이 든다.
1) 정말 일 못할 만 했구나.
2) 문제 원인 분석이 매우 상세하군. 이 정도면 나의 메타인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메타인지(Metacognition)

이렇게 본인의 사고 흐름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인지할 수 있는 힘을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부른다. (29p)

메타인지를 쉽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일반적인 인지가 플레이어로서의 인지라면, 메타인지는 코칭스태프의 인지를 말한다. 일반적인 인지가 플레이어로서의 나를 관찰한다면, 메타인지는 플레이어로서의 나와 나의 인지방식을 함께 관찰한다.

내가 수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일을 못했던 이유는 메타인지라는 개념을 몰랐기 때문이다. 위에 적은 인지체계를 그대로 계속 사용했던 나는, 어떤 일들은 납기에 맞춰 제출할 수 있었다. 심지어 결과물이 좋다며 기억에 남는 격려를 받는 경우까지 있었다. 반면 도저히 납기를 맞출 수 없는 일을 받았을 때는 결과물을 내지 못하거나 실수 투성이의 결과물을 제출하고서 납기를 더 늘려달라고 납기 마지막 날 상사에게 요청했다. 이럴 때면 점잖은 분노를 받거나 아니면 뜨거운 화에 크게 데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당시 나는 내 성과물이 왜 들쭉날쭉한지 알지 못했고, 당연히 내게 일을 맡기는 사람도 내가 왜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지 알지 못했다. 감정에 기복이 있는 것처럼 업무에도 기복이 있나보다. 아니면 궁합이 맞는 업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업무가 있나보다. 그저 이렇게 추측만할 뿐, 어떻게 해야 일을 잘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저자의 특별한 약력 : '일을 잘 한다'는 것
다음은 책 날개에 적힌 저자의 약력이다.

'메타인지' 하나로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에서 인턴부터 시작해 최고 임원인 파트너까지 올랐다. 한국 딜로이트에서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 딜로이트의 전략 컨설팅 소속 팀장이 되었다. 이후 한국 딜로이트로 돌아와 최연소로 회사의 지분을 소유한 파트너Equity Partner가 되었다. 재직기간 중에는 한국 딜로이트 컨설팅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포함해 전략 컨설팅 그룹 리더, M&A 컨설팅 리더, 품질 및 위험관리 담당 임원 등의 요직을 거쳤다. 또한 한국 딜로이트 그룹의 생명과학 산업 리더로서 국내 최초로 제약 분야 AI 기반 컨설팅 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딜로이트 유니버시티Deloitte University 아시아태평양 캠퍼스의 유일한 한국인 핵심 교원으로 내부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 고객들에게 교육과 강연을 제공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촉망받던 자리에서 자진 퇴사한 후, AI 기반의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장시키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의 약력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저자의 역량이 충분히 설명된 것 같지 않다. <머리말>에 적힌 저자의 소개를 추가한다.

필자는 재직하던 회사에서 최고로 일 잘하는 경영 컨설턴트였다. 상위 5%에게만 부여하는 최고 평가 등급을 받지 못한 해가 별로 없었다. 재직 기간 동안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9번 올렸다. 이는 회사의 직급 체계가 단순화되면서 향후에도 깨지지 않을 기록이 되었다. 흔히 하는 말로 줄을 잘 서거나 정치력 또는 아부로 이룰 수 있는 성취는 아니었다. 필자가 9번 승진을 하는 동안 의사결정권자인 대표이사는 6번 바뀌었다. 또한 9번의 승진에는 한국과는 환경이 다른 미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미국 평가자와 그들의 평가 체계에 따라 이룬 승진도 포함되어 있다.
(...) 비결이라고 할 만한 개념은 '메타인지'밖에 없었다. 

저자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의뢰인의 요청을 받으면 해당 회사로 가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무다. 그의 업무가 일반 회사의 업무와 다른 점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자는 특정 문제 해결의 전문가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인 셈이다. 그런 컨설팅 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다시는 깨지지 않을 불멸의 승진 기록을 세운 저자가 알려주는 일머리 향상의 비결이 '메타인지'라니. 한번 배워보고 싶지 않은가?


메타인지란 무엇인가?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메타인지는 세 가지 주요요소와 아홉 가지의 세부요소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제 기자회견이 있었던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몇번이나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먼저 질문을 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끝까지 아무도 질문하지 않아서 결국 첫 질문의 기회는 중국 기자에게 돌아갔다. 이 상황을 메타인지적 인식으로 풀어보자. 여기서 '나'는 기자이다.

1. know-what : 미대통령에게 첫 질문을 하라고? 대체 뭘 질문해야 하지. 도무지 모르겠는데?
2. know-how / know-why : 이게 질문하란다고 그냥 손들어서 물어보면 되나? 이 내용을 질문해도 되는지 회사에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절차가 어떻게 되지?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데 우리들에게 첫 질문 기회를 주는 거야?
3. know-when / know-where : (돌아오는 길에) 아까 거기서 이러이런 질문을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4. 계획 : 만일 다음 번에 같은 질문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이런 질문을 요러요렇게 말하자!
5. 모니터링 : (실제 질문을 한 후에) 이 질문은 좀더 짧게 물어봤으면 좋았겠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었는데 그걸 깜빡했네.
6. 평가 : 질문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서 메모를 해두자. 메모를 보며 질문하면 문제가 개선되겠다.
7. 의도파악 : 그런데 왜 부장님은 질문 기회가 있을 때 질문하도록 준비하라고 하셨을까? 똑똑한 질문으로 우리 회사의 이미지를 제고하라는 뜻일까?
8. 인지흐름센싱 : 부장님 입장에서 내가 어떤 질문을 할 때 미션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할까?
9. 반응예측 : 오늘 내가 기자회견 장에서 한 질문에 대해 단순 내용 보고를 드리는 게 나을까, 질문 취지를 보고드리는 게 나을까? 두 보고에 대해 부장님은 어떻게 반응하실까?

위처럼 메타인지의 요소를 규정한 다음, 저자는 다양한 실무 사례를 들어 메타인지의 작동이 어떻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를 풍부하게 설명한다. 사례들이 무척 흥미롭고 설득력 있다.


이 책의 미덕 : 군더더기 없이 중요 뼈대로만 쓰여진 업무적 메타인지 학습서
전반부에서 메타인지가 무엇인지를 설명한 다음, 후반부에서 저자는 아래의 네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컨설팅이 주 업무였던 사람이라 그런지 책이 마치 보고서처럼 쓰여져, 논리적인 주장, 합리적인 근거, 설득력 있는 예시로 논지가 전개되고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이야기꾼의 책이 아니라서 어찌 보면 담백한 글이지만, 그만큼 핵심 내용을 익히고 싶은 독자에게는 발라내야 할 살이 적은, 뼈대로만 이루어진 글이어서 독해가 쉽다.

- 후반부의 네 가지 주제
① 업무적 메타인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② AI 시대에 조직의 생존은 메타인지가 좌우한다
③ 조직적 메타인지를 갖추기 위한 다섯가지 방법
④ 글로벌 기업들의 조직적 메타인지 사례


이 책의 의의 : AI시대 인간에게 강조되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이란

이미 AI 시대다.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 특히 AI의 범용화가 진행되는 향후 3~5년간은 누구든 특정 영역에 AI 활용의 깃발을 꽂으면 본인의 영토를 확보할 수 있는 개척 시대가 열렸다. (15p)

AI 시대에는, AI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무슨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조직의 생존을 가르는 최상위 의사결정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CEO가 내리는 이 의사결정을 이해하고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메타인지가 필수적이고, 메타인지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주어진 업무만 하는 사람들의 과업은 현재 개발된 다양한 범용 AI로 순식간에 대체가 가능한 상황이라 한다. 나의 경우 평소 업무를 잘하게 하는, 일 머리를 좋게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조직생활을 하지 않는 내가 그 관심을 파고드는 건 단순한 지적 여흥이지 않나, 하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메타인지를 배우는 일이 단순한 여흥거리가 아니라 미래 시대의 삶을 대비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니, 웃고 싶은데 마침 누가 간지럼을 태워주는 것처럼 속이 후련했다.

즐거울 것 같다. 메타인지. 한번 배워보자.

※ 출판사의 선물로 책을 받아 작성한 객관적 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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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공부천재가 된 재석이
조희전 지음 / 진한엠앤비(진한M&B)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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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튀는 책
통통 튀는 책이다. 현직 교사가 저자라서 내용이 어떻든 일단 문체가 진지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치 인터넷 게시판의 유머 글같은 문체에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책의 첫 문장은 아래와 같다.

공부에 자신 없고 매사에 부정적인 재석은 어느 날 자살을 결심했다.

요즘 무척 핫한 싱어게인의 유행어를 빌려 이 책의 첫인상을 말하면 이렇다. "쟤 뭐야?"


서평 이벤트를 신청한 이유
이 책의 서평 이벤트를 신청한 이유는 (1)10대를 위한 공부법을 알고 싶고, (2)재석이가 만난 수많은 공부 고수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첫째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업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셈이다. 초등 고학년 학부모로서 자연히 아이의 학습과 공부에 관심이 커졌고, 때문에 이 책의 서평 이벤트에 응모하게 됐다.


책에 소개된 공부 고수들과 그들의 공부 습관
책에 소개된 공부 고수들은 <박철범>, <반기문>, <김동환>, <강성태>, <세종대왕>, <박원희>, <금나나>, <고승덕>, <이형진>, <조승연>, <장승수>, <이건희>, <홍정욱>, <안철수>, <정약용>, <디즈니>, <빌 게이츠>, 총 17명이다. 고수들 대부분이 직접 공부에 관한 책을 썼다. 그 책들을 읽고 엑기스를 추린 다음, 주인공 재석이의 상상 모험(각 고수들을 만나 미션을 하나씩 받고 이를 해결하면 메달을 얻는) 형태로 이야기를 꾸린 것이 이 책의 1부다.

주인공 이름 '재석'은 베스트셀러를 내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 담긴 작명이다. 예능 천재 유재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작가는 20여 권 정도의 책을 집필했는데, 그 책들이 다 아쉽게도 베스트셀러가 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재석이의 모험이 이어지는 중간중간 작가가 1인칭 시점으로 개입해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가 또한 놀랍다. 원래는 의대를 꿈꾸었고, 아쉽게도 학업 성적이 미치지 못해 의대를 가지 못했고, 교육대학을 나와서 지금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지만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초반에 무척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놀라운 솔직함이다.

못다 한 공부에 미련이 남아서 공부 고수들이 쓴 책을 보며 공부법을 연구했다는 저자, 그는 1장 후반부 <공부 고수들의 공부 습관 50>이라는 코너에서 자신이 연구한 공부법의 정수를 전해준다. 그중 11번과 12번에 대해 수다 거리가 생각 나서 아래에 옮겨 적는다.

11. 공부는 꾸준히 하는 것이다
공부는 꾸준히 하는 것이다. 공부는 마라톤이다.

12.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상위권들이 쉽게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는 하위권들의 자포자기에 있다. 그들은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포자기 해버린다. (141p)

공부든 사회생활이든 성공 스토리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요소는 ①절박하게 ②열정을 가지고 ③끈기있게 하라는 조언이다. 헌데 책을 읽을 때는 마음에 와닿던 이 조언들이 책을 덮으면 늘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무엇이 문제일까?


'실행지침'과 '동력' 구분하기

이 문제를 풀려면 먼저 조언을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모든 조언은 '실행지침'과 그 '동력'에 대한 이야기로 구분된다.

1. 실행지침 : '장기적으로 꾸준히 하라'
2. 그러기 위한 동력: ①절박함 ②열정 ③끈기 ④몰입 ⑤재미 ⑥의미 ⑦습관 ⑧약속 ⑨동기부여 등

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나는 죽는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라. 벼랑끝에 매달린 채 동앗줄을 붙잡고 있는 마음으로 공부하라.
② 8시간을 공부했다면 다음 목표는 10시간이다. 10시간을 달성하면 그다음은 12시간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마라. 항상 더 공부해라. 끝없는 열정을 가져라.
③ 공부란 건 누구나 괴롭다. 괴로운 걸 참고서 끝까지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중요한 건 끈기다.
④ 몰입을 못하기 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핑계를 찾게 된다. 몰입하면 이 세상에 공부와 나밖에 남지 않고 다른 모든 것은 잊혀진다. 그렇게 공부하면 심지어 공부가 무척 즐겁기까지 하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효율이 다르다. 몰입하라.
⑤ 공부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없다. 공부의 목표는 지식을 머릿속에 우겨넣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도록 생각하는 능력, 필요한 지식을 찾아서 배우는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뇌는 재미를 느낄 때 그 기능이 활성화된다. 뇌가 활성화될 때 적극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공부 재미를 경험하는 게 우선이다.
⑥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하나다. '왜 공부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왜 사는지를 모르면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괴로운 것처럼 왜 공부하는지를 모르면 공부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의미'다. 왜 공부를 하는지 그 의미를 알아야 한다. 공부는 자아를 실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⑦ 공부가 꾸준히 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부 습관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습관이 붙으면 저절로 하게 된다. 작은 습관부터 66일 동안 실천하라.
⑧ 사람은 무엇이든 혼자서 하는 일은 잘 못하게 되어 있다. 스터디를 만들어 서로 공부 약속을 하면 약속 때문에라도 공부를 하게 된다. 목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라. 그들에게 어떻게 공부할 것이라고 선언하라. 공부 약속을 하고 그것을 지켜라.
⑨ 먼저 되고 싶은 직업을 정하라. 그다음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하라. 그러기 위해 필요한 점수를 확인하라. 동기부여가 확실하지 않으면 흐리멍텅하게 공부하게 된다. 확실한 동기부여를 찾고, 끈기있게 밀어붙여라.

어떤가. 위에 적은 내용들 모두 어디선가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있지 않은가? 자, 이제 문제를 풀어보자.
공부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다.'
올바른 방법은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이고, 꾸준히 하는 것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전자는 지식을 알면 해결되는 문제고 후자는 실천의 문제다. 유튜브 시대, 정보 경제의 시대에 전자는 문제라고 할 만한 부분이 아니다. 조금만 품을 들여 찾아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문제는 후자이고, 여기서는 후자의 문제를 다룬다.

그동안 우리가 겪은 혼란은 '동력'을 '본질'과 혼동한 데 따른 것이다. 공부 문제의 본질은 '꾸준히 하는 것' 하나뿐이다. 다만 그러기 위한 동력이 다양했을 뿐이다. 동력은 그 자체가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 가능'하다. 위에 언급한 총 아홉 가지 동력 중에서 어느 것을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일뿐 문제해결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니 중요한 생각은 이것이다. '무엇이든 동력으로 삼아도 된다.'

이 해결책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가지 위력적인 조언들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번을 동력으로 즐겁게 공부해나가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1번을 강조하는 공부의 신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특별한 성취를 이룬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런 절박함 없이 그저 즐겁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기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합니다. 적당히 설렁설렁해서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습니다.' 공신의 선언에 마음이 크게 흔들린다. '그래 저 말이 맞는 것 같아. 난 너무 편하게 공부하고 있었나봐.' 그러면서 절박함을 느끼기 위해 애쓰기 시작한다. 불안함, 초조함, 막막함이 생기고, 공부 리듬이 흐트러지고, 공부가 잘 안 될수록 절박함이 부족해서일 거라 짐작하고, '더 절박해져야 해'라며 자신을 채찍질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혼돈 속에서 악순환이 시작되는 거다.

자신만의 동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동력을 다른 것으로 대체할 필요는 없다. 동력은 이를테면 내공심법이다. 오랜 세월 익힌 자신만의 무공인 거다. 더 나은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무공을 깊이 익히면 될 뿐, 자신의 무공을 버리고서 다른 무공을 익힐 일은 아닌 것이다.


서평 마무리

서평을 쓰다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공부를 오래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동력을 찾는 것이 첫째이고, 늘 밥만 먹으면 심심하듯 때때로 다른 동력도 반찬 삼아 해나가도 좋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성공 스토리 책이 갖는 보편적인 문제는 성공한 이가 '자신만의 동력'을 모든 이에게 '성공의 비결'로 가르치는 데 있는데, 이 함정을 피해가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공부법, 독서법, 성공법 등 어떤 것이든 '해내는 스토리'를 찾아 읽는 독자들은 이 부분을 유념하여 책을 읽으면 보다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 공부 고수들의 공부법을 다루기 때문에, 한 이야기에 너무 푹 빠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성공 스토리에 대한 저항 능력'을 독자 자신도 모르게 키워주는 셈이다. 다만 오탈자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조금 있어 읽을 때 이를 감안해야 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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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술 - 로마의 현자 에픽테토스에게 배우는 슬기롭게 사는 법
샤론 르벨 엮음, 정영목 옮김 / 싱긋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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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철학을 다룬 서적이다. 그는 노예의 신분으로 태어났고 절름발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함이 뛰어나 이를 눈여겨 본 주인이 로마로 유학을 보내주었고, 스토아 철학자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로부터 철학을 배웠다.

에픽테토스의 흥미로운 점은 '명상록'을 집필한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스승이란 점이다. 둘은 어떻게 만났고 어떤 사제 관계였을까. 이 책을 읽고 다소 맥빠지는 답을 알게 되었다. 둘은 만난 적이 없다. 아우렐리우스는 에픽테토스의 철학을 그의 책으로만 접했다.

에픽테토스의 다른 흥미로운 점은 그의 철학이다.

우리 소박하게 현실적으로 해봅시다. 당신이 지금 처한 삶의 환경에서 가능한 한 가장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봅시다. 당신이 될 수 있는 한 가장 훌륭한 자아가 되는 길로 나아가봅시다.

행복과 자유는 한 가지 원리를 분명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 원리란 어떤 것들은 우리 뜻대로 할 수 있고 어떤 것들은 우리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9p)

당신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에 속한다면,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훈련을 하십시오. (33p) 

삶에서 가치가 있는 유일한 목표는 자유입니다. 자유를 얻는 방법은 우리 뜻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이 두려움과 야망으로 재앙의 솥단지처럼 부글거리면 마음이 가벼워질 수가 없지요. 
무적이 되고 싶습니까? 그럼 당신 뜻대로 할 수 없는 전투에는 가담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세 가지이며, 그 세 가지 모두 당신 뜻대로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당신의 의지이며, 둘째는 당신이 관련된 사건들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며, 셋째는 당신이 자신의 생각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68)
다소 놀랍게도 에픽테토스의 이야기는 현대 심리학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뜻대로 할 수 없는 외부의 사건들을 걱정하는 대신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내부의 사건들에 집중하라는 충고는 불안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심리학이 건네는 처방과 동일하다. 불교가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 데 우뇌 지향적인 관점을 사용한다면 에픽테토스의 철학은 서양인에게 보다 익숙한 이성을 강조하는 좌뇌 지향적인 관점을 사용한다는 게, 이 책을 엮은 샤론 르벨의 생각이다.

이성과 감성이 들쭉날쭉 멋대로 자라있어서, 내게는 좌뇌 지향, 우뇌 지향 처방이 모두 효과가 있다. 이 책은 엮은이의 설명대로 확실히 좌뇌형 책이다. 감성적인 부분은 최대한 터치하지 않으면서 읽는 이를 차분하게 만든다. 놀랍고도 재미있는 사실은 이 책이 얼마 전에 읽은 루이스 헤이의 <하루 한 장 마음챙김>(완전 우뇌형 책이었다)과 완전히 똑같은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루이스 헤이는 '생각을 바꾸려고 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하나의 아이디어로부터 자신의 생각을 펼쳤는데, 그녀의 핵심 주장은 '인생은 당신을 사랑한다(Life loves you)'이다.  이 얼마나 감성적인가! 좌뇌이든 우뇌이든, 에픽테토스든 루이스 헤이든, 서양 철학이든 동양 불교든 모두 동일한 하나의 전제인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에서 출발하는 거였다니!

여러 철학, 명상 책을 읽을수록 알게 되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목적을 추구하는 방법론은 모두가 동일하지만 추구하는 목적 자체, 각자가 되고 싶어하는 '최선의 나'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삶의 목적은 누군가에게서 배우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세우는 것이고, 우리는 자신이 세운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만을 타인으로부터 배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분명히 정하라 Clearly Define the Person You Want to be
정확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어떤 부류의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당신의 개인적 이상은 무엇입니까? 누구를 존경합니까? 존경하는 사람의 어떤 특질을 당신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까? (102p)

원하는 것이 선명할수록 혼란은 줄어든다. 물론 자유도 줄어들지만 원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안다면 괜찮다. 자, 좋은 철학 책을 읽은 기념으로 한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리해보자. 

1. 관계적 측면 : 가족과 꽁냥꽁냥하며 지내는 사람. 
2. 문화적 측면 : 다양한 문화를 감상하며 지내는 사람.
3. 시간적 측면 :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대하며 생활하는 사람.
4. 활동적 측면 : 건강하게, 활기있게, 유머러스하게 활동하는 사람.
5. 감정적 측면 : 마음의 평정, 온화함이 defalut인 사람
동양 문화인지 우리나라의 문화인지 모르겠지만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선언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에픽테토스는 그 문화를 저만치 따돌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삶의 의미는 목적의 달성에 있지 않고,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에 있다는 거다.

진정한 행복은 동사입니다. 그것은 가치 있는 일을 지속적이고 역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융성하는 삶의 기초는 덕을 지향하는 마음이며, 그 삶은 우리가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영혼이 성숙합니다. 우리 삶은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가 접촉하는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습니다. (152-153p)
에픽테토스는 당대의 많은 철학자들과는 달리 세상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도덕적 탁월함을 추구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도덕적 완벽함의 추구보다 도덕적 진보를 강조한 것은 그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19p)

고대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철학이 여러 다양한 분야로 분화되기 이전의 이야기다. 고대 철학은 현대 심리학처럼 현대인의 어지러운 감정을 평정시키는 방법론을 세밀히 제시하지는 못하는 대신, 보다 본질적인 물음에 집중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어떤 욕망이 가치 있으며, 우리는 무엇에 힘써야 하는가'와 같은 주제를 다룬다. 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적은 바를 보면 알 수 있듯, 심리학이 강조하는 마음의 평정이란 '5번 감정적 측면'에서의 이야기이고 삶에는 나머지 네 분야의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다.

우리에겐 두 가지 인생이 있다.
두 번째 인생은 우리 인생이 한 번뿐임을 깨달을 때 시작된다.
- 공자

공자의 이 이야기에 동의한다면, 철학 서적을 읽는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는 분명히 알 수 있다. 철학 서적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를 묻는다. 그 주제로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기 때문에, 우리는 철학 책을 읽는다.


※ 출판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 책은 『새벽 3시』(2015)의 재출간 도서다.
※ 이 서평은 출판사의 이벤트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냉정한 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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