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 - 그린블랫의 마법공식을 능가하는 칼라일의 신마법공식
토비아스 칼라일 지음, 이건 외 옮김 / 에프엔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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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 : 원제 THE ACQUIRER'S MULTIPLE

이 책의 원제는 『THE ACQUIRER'S MULTIPLE』이다. 저자 토비아스 칼라일은 어콰이어러스 펀드Acquirers Funds의 설립자겸 CFO로, 행동주의 헤지펀드 애널리스트, 호주 상장기업의 법률 자문, 사내 변호사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초과수익을 얻으려면 대중과 다른 견해를 가져야 하고 그 견해가 옳아야 한다.
2. 비범한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위 방법은 일반 투자자가 따라하기 어렵다.
3. 버핏은 '평범한 기업을 싸게 사는 그레이엄 방식'에서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멍거 방식'으로 투자방법을 바꾸었는데, 그 큰 이유는 '자금 규모' 때문이다.
4. 버핏은 소규모 자금을 운용한다면 기존 방식(꽁초투자)으로 지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5. 조엘 글린블라트의 마법공식은 버핏의 후기 투자방법인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방식'을 퀀트 형태로 정량화한 것이다.
6. 마법의 멀티플은 버핏의 초기 투자방법인 '평범한 기업을 싸게 사는 방식'을 퀀트 형태로 정량화한 것이다.
7. 양자를 비교했더니 모든 투자 기간, 모든 투자 풀에서 마법의 멀티플이 더 우수한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제의 의미를 그대로 살린 번역은 '기업인수배수'이나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마법의 멀티플'로 번역했다고 책 서두 '일러두기'에 적혀 있다. 바뀐 제목, 『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은 직관적으로 책의 핵심 주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예비 독자에게 원제보다 더 많은 설명을 제공하는 좋은 제목이다. 바뀐 제목이 비록 도발적이긴 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문체는 그렇지 않고 친절하다.


마법의 멀티플

조엘 그린블라트의 마법공식이 자본수익률과 이익수익률의 두 가지 지표를 통해서 '훌륭한 기업을 염가에 사는 방식'을 추구한 반면, 마법의 멀티플은 이익수익률의 역수인 'EV / EBIT' 단 한 가지 지표로 '평범한 기업을 싸게 사는 데' 집중한다. 백테스트 결과 마법의 멀티플이 더 우수한 투자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저자는 이를 '평균회귀 원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평균회귀에 의해서 저평가 주식은 상승하고, 고평가 주식은 하락한다. 폭등했던 고성장 고수익 기업의 주가는 다시 하락하고, 폭락했던 역성장 적자 기업의 주가는 다시 상승한다.
평균회귀는 주식시장은 물론, 산업과 경제 전반에도 작용한다. 그래서 경기순환에 의해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고, 주식시장에는 고점과 저점이 형성된다.

평균회귀는 왜 발생할까? 왜 고성장 고수익 주식은 다시 하락하고, 역성장 적자 주식은 다시 상승할까? 벤저민 그레이엄은 평균회귀가 '투자의 미스터리'라고 설명했다. 다소 겸손한 표현이었다. 미시경제학에서 제시하는 간단한 답은 '경쟁' 때문이다.
고성장 고수익 사업에는 경쟁자들이 몰려들고, 그러면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잠식된다.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경쟁자들이 떠나고, 그러면 경쟁이 감소하여 남은 기업들은 다시 고성장 고수익을 누리게 된다.
(43p)

퀀트가 통계적 투자 방식이라면 통계적으로 확률이 높은 평균회귀 원리를 반영하여 투자 전략을 짜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그린블라트의 마법 공식보다 마법의 멀티플의 성적이 더 우수한 이유는, 퀄리티 지표인 ROC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평균회귀 원리에 따라 고수익 기업이 평균 수익 기업으로 회귀함으로써 발생하는 투자 손실을 제거한 것이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요소가 마법공식의 밸류 지표와 마법의 멀티플의 밸류 지표가 같다는 사실이다. 둘 모두 'EV / EBIT'를(또는 그 역수를) 밸류지표로 사용한다.

퀄리티 지표와 밸류 지표를 함께 사용한 그린블라트의 마법공식보다 밸류 지표만을 사용한 토비아스 칼라일의 마법의 멀티플의 투자 성적이 더 우수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칼라일이 설명했듯, 워런 버핏이 강조한 경제적 해자는 특별한 소수의 몇몇 기업만이 가질 수 있을 뿐이며 투자자가 이를 파악하는 데는 비범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통계적 방식을 추구한다면 경제적 해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란 거다.

디 애슬래틱의 선임 기자인 키스 로는 그의 저서 『인사이드 게임』(2020)에 이와 꼭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남겼다.

- 눈앞의 특정 대상에 집중하느라 그 대상이 속한 전체 집단에 대한 데이터를 무시하는 오류를 '기저율 무시'라고 부른다. 즉 눈앞의 특정한 케이스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 수많은 증거를 무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프런트는 인식론적 질문에 직면한다. 전통적인 관점으로는, 고졸 투수들은 다른 선수들보다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더 많은 보상이 리스크를 상쇄하는 것 아닌가? 지난 5년간 빅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클레이턴 커쇼는 고졸 투수다(2006년 LA 다저스에 전체 7순위로 지명됐다.). 1라운드 25순위로 지명됐던 그레인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 문제의 진실은 명확하다. 1라운드에 지명한 고졸 투수들은 다른 선수군(고졸 야수, 대졸 투수, 대졸 야수)에 비해 실패 확률이 높고 성공했을 때 잠재력도 크지 않다.

- 다른 정보의 뒷받침 없이 고졸 투수에게 1라운드 픽을 소모하는 것은 나쁜 전략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106~109p에서 발췌)

클레이턴 커쇼 같은, 경제적 해자가 장기간 유지되는 특별한 기업의 사례 때문에 고수익 기업에 자금을 배분하는 퀀트 전략은 그렇지 않은 퀀트 전략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열세하다는 게 토비아스 칼라일의 핵심 주장인데, 이와 마찬가지의 주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논의되었다는 게 흥미롭다. 역시 투자와 야구는 통하는 바가 많다.


마법의 멀티플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 : 기업 거버넌스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제도

우리에게는 아쉽게도 토비아스 칼라일의 설득력 있는 전략은 국내에는 잘 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옮긴이 심혜섭 변호사는 그 이유를 기업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내 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나라 상장 기업은 미국과는 달리 대체로 지배 주주가 있고, 지배 주주는 최대주주 할증을 감안하면 약 60%의 상속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1세대 지배 주주가 약 50%의 지분을 가진 상태에서 상속 이슈가 발생하면, 그중 5분의 3은 국가가 가져가고 나머지 5분의 2인 20%를 2세대 지배 주주가 갖게 된다. 그러므로 제도가 바르게 작동하고 있다면 2세대 지배 주주나 3세대 지배 주주는 있을 수 없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미스터리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마법의 멀티플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라는 게 옮긴이의 설명이다.

그외에도 주주가 기업의 저평가를 능동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측면에서 막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헤지펀드에 해당하는 펀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또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다. 헌데 우리나라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어떤 기업의 지분을 10% 넘게 취득하면 10% 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는 짧은 기간 내에 반드시 1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야만 하는 것으로 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거다. 2017년까지는 섀도보팅제라고 하여 주주 의결권을 예탁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가 있었다. 정족 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였는데 단순히 주식을 보관한 예탁기관이 대신 의결권을 행사하다니, 이는 말이 안 되는 제도라고 옮긴이는 비판한다.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할 뿐 주주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은) 방 관리인은 '방'을 위해 일하는 사람일 뿐, '방 안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략) 그런데 방이라는 무생물은 좋고 나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없지 않은가? 대체 누구 좋으라고 도배를 새로 한 것일까?
- 천준범, 《법은 어떻게 부자의 무기가 되는가》

기업을 인수하는 주체가 상대방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상대방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차입인수(레버리지 바이아웃 LBO)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LBO를 배임죄로 처벌한 판례가 많은 나라다. 이 유죄의 논리가 바로 상기에 인용한 문구에 표현된 논리인데, 옮긴이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기업사냥꾼, 적대적 인수 등의 활동이 제한되면 저평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가 어려워진다는 거다.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위 논의를 읽었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자본과 노동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민감한 역사적 주제라는 거다. 산업화를 일제 시대에 비자발적으로 겪은 우리나라에서, 자본은 일본이었고 노동은 대한민국이었다. 당시 산업 자본의 잔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어리고 젊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목숨을 잃었다. 일제 시대가 비자발적으로 종료되고 갑작스레 해방을 맞은 우리나라에서 자본과 경영은 모두 일본의 것에서 국내 것으로 바뀌었지만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다. 1970년 전태일이 분신할 때까지 자본과 노동은 해방되지 않은 식민지 관계를 답습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 일어난 IMF는 근로자들에게는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대가를 근로자들이 대신 갚은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되는데, 그 와중에 그 파국을 기회로 삼아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를 약탈했다는 시선이 함께 존재한다. 자본의 움직임을 주주와 경영인의 관점에서 보느냐, 아니면 근로자와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서사가 쓰여질 수 있을텐데, 옮긴이의 서술은 순수한 주주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주장, '나'의 선택은?

얘기가 무거운 주제로 흘러갔는데, 기업 거버넌스 확보에는 비지배주주들의 주인 의식 개선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해고의 유연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재취업의 유연성을 말하는 거다)도 필요하겠구나, 란 생각을 했다. 다시 투자자의 관점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퀀트 투자 방식의 제일 큰 매력은 <1. 거의 확실하게 시장을 이길 수 있다>, <2. 단순한 지표를 기준으로 간단한 원칙을 정해서 꾸준히 실천하기만 하면 되므로, 쉽다.>이다. 투자를 단순화시켜서 경제적 자유와 함께 시간적 자유까지 확보할 수 있으므로, 남는 시간에 각자의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큰 매력이라 하겠다. 퀀트 투자의 결과가 정말로 이렇듯 보장된다면 주식 투자 입문자들이 이 방식을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인데, 아쉽게도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과거 백테스트 결과 좋은 결론이 도출되었다고 해서 이 방법이 미래에도 같은 결과를 낼 거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이다.

결국 퀀트 투자 방식이든 정성적 투자 방식이든 본인이 택한 투자 방식의 미래 효용성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이는 아마도, 선호의 문제이지 논리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수익을 내는 투자 방식과 투자자 개인이 선호하는 투자 방식은 닭과 달걀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어느 것이 먼저이고 어느 것이 그 다음에 오는 것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선호하지 않는 방식은 꾸준히 오래 지속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수익이 나지 않는 방식도 꾸준히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수익과 선호는 동행할 수밖에 없다. 둘다 얻거나 혹은 둘다 잃거나, 이중 하나로 귀결될 것인데, 그 판단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시 투자자 각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은 투자자 개인이 겪는 시대적, 개인적 경험이 그 인물의 투자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결국 투자자는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자신의 투자 서사를 만들어갈 때 일관성 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작년에 장기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종목은 총 다섯 개였다.
1. 파크시스템스
2. 케이아이엔엑스
3. 한독크린텍
4. 코웰패션
5. 한스바이오메드

이중,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세 개다. 한 종목이 하한가를 맞고 쓰러지는 바람에, 그리고 그 종목의 장기 내재가치가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나머지 두 종목의 자금을 쓰러진 종목으로 옮겼다. 그래서 현재 장기 보유 종목은 세 개로 압축되었고, 이중 한 종목은 한번도 속을 썩이지 않고 우량한 우등생의 모습으로 포트를 지켜주었다. 다른 한 종목은 낮은 거래량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장기 성장 가능성에는 이렇다할 의문이 들지 않아서 그저 꾸준히 가져갈 뿐이다. 하한가를 맞고 쓰러진 종목은 3년 내에 원래 가격을 회복할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3년 동안 연 평균 24%의 복리 수익률을 얻게 되는 셈인데,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이라 생각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도통 주가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 해당 투자금을 단기 투자자금으로 잠깐 돌렸다가 다시 돌아오면 안 될까 하는 충동이 불쑥불쑥 든다는 게 단점이다. 장기 투자 대상을 짧은 호흡으로 다루어 버릇 한다면 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장기 호흡법을 익힐 수 없다. 그러니 참아야 한다. 하지만 참기가 어렵다. 절충안을 내보자. 주식담보대출을 일으켜 일부를 유동화하자. 현재는 이렇게 절충안을 찾아간 상태다.

투자자가 자신의 서사를 만듦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투자비중의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투자 대상에 비중을 실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투자 판단의 문제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정체성 문제까지도 담게 된다. 시험해보고 싶은 단기 투자 아이디어가 있고 그 아이디어의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어 단기 투자 대상에 투자 비중을 높게 실었던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것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뒷맛이 씁쓸할 거라는 점이었다. 수익이 나든 그렇지 않든 과한 비중을 실었기 때문에 자괴감이 들거라 예상되었다. 아이디어의 성공 확률과는 상관없이 단기 투자대상에 기꺼이 실을 수 있는 비중에 한계를 두어야 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그게 투자자의 정체성 문제라는 것을.

'수익'보다는 '선호'가 먼저 파악된다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투자자에게는 투자 서사를 만드는 일은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해가는 일이라기보다는 적당한 수익을 '나답게' 만들어가는 일에 가깝다. 투자비중의 결정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나의 투자 서사에서 어떤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가, 하는 문제다.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그 생각의 결과를 수행하는 것이 투자자가 갖추어야 할 성의일 것이다.

위의 기업 중에서 '파크시스템스'를 예로 들면, 일정 비중 이상을 실었을 때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이 정도의 비중을 실을 정도로 공부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보유 종목 중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해당 기업에 더 많은 비중을 실어야 하지만, 초보 투자자인 나의 단계를 감안할 때 한 기업에 실을 수 있는 비중의 한계는 당연히 중수 투자자나 고수 투자자보다 낮아야 한다. 그러니 해당 기업에 비중을 더 싣고 싶다면 내가 투자자의 단계를 더 올려야만 한다, 라고 생각해야 투자자로서 성의를 다한다는 생각인 거다.

초보 투자자가 다소 경직된 태도로 어찌보면 우스울 수 있는 투자철학을 길게 논하고 있는 것은, 요즘 제어하기 힘든 마음의 동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큰 범인은 JTBC의 무명가수전 <싱어게인>일 것인데, 이 프로그램의 포맷과 그 출연 가수들에게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29호 가수 정홍일과 30호 가수 이승윤을 보면서, 저처럼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싶다고 얼마나 동경했는지 모른다. 언어의 마술사 유희열 심사위원과 김이나 작사가는 또 어땠으며, 위인으로 거듭난 MC 이승기의 활약과 그 뻔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포맷을 이처럼 멋지게 살려낸 윤현준, 김학민, 박지예 PD까지. 오죽하면 싱어게인을 보고 느낀 커다란 감동을 도무지 글로 적지 못해서 글쓰기를 처음부터 다시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몇 권의 책을 주문하기까지 했을까. 흥분이 지나쳤는데, 각설하고, 아무튼 모종의 이유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열렬하게 타올라서, 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을 한번 곱씹어 본 것이다.


서평 마무리

서평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런지 모르겠다. 다시 책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퀀트 방식'은 전통적 방식의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성적 투자 방식과 상호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계좌를 둘로 나누어서 하나는 퀀트 방식으로 다른 하나는 전통적 투자 방식으로 진행하면 될 일이다. 개괄적인 공부를 마치고 일단 시도해보면 둘중 어느 방식에 더 비중을 싣고 싶은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 투자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좀더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과 이 책, 『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을 읽기 전까지 나는 퀀트 투자 방식에 막연히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두 책을 읽은 다음에는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퀀트 방식으로 원래의 투자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업지배구조 개선' 즉 기업 거버넌스 문제는 역시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두서없이 긴 서평이 되고 말았는데,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p.s
이 책은 234페이지까지는 토비아스 칼라일이
345페이지까지는 옮긴이 심혜섭이
그리고 마지막 355페이지까지는 강환국이 쓴 글로 구성되었다.
어떻게 보면 공동 저자가 3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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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엄인정.김형아 옮김 / 생각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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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괴테의 이름을 본 게 언제더라. 기억대로 만약 대학 시절이라면 대략 십오 년만에 그를 만나는 셈이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운명적 사랑, 낭만주의에 매혹되었던 젊은 시절에 가슴앓이하며 읽은 책이다. 당시에는 특정한 한 사람과의 연결이 내게 그 무엇보다 특별하다면, 상대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젊음을 지나고보니 그건 상대보다는 대체로 나의 특성에 더 가까웠다. 그 사람 외의 다른 사람과는 깊은 연결을 맺을 수 없는-그리하여 결국은 그와도 깊은 연결을 맺을 수 없는- 나 자신의 서툰 관계맺음이 더 중요한 원인이었던 거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생각을 젊은이가 떠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젊은이에게는 젊은이의 시절이 더 중요한 것. 아마 나로서도 젊은 시절에 이 생각을 받아들여야만 했다면 그건 괴로운 일이었을 거다. 마흔이 된 지금 같은 생각을 떠올렸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어쩌면 우린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각자의 시절에서 사는지 모른다.

이 책은 괴테의 여러 저서에서 명문장을 뽑아 엮은 것이다. 옮긴이가 나름의 감상을 단 문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문장도 있다. 내게는 대체로 젊은이의 감성에 가까운 문장들로 여겨졌다.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문장이 많지는 않았다. 마음을 빼앗긴 드문 문장 중 하나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인용된 다음의 문장이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거겠지요. 그다음 예의라는 이름의 위로의 박수가 터지고 저는 그것을 거부하며 저주를 퍼부을 것입니다. 저는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 필연성이란 이름에 주저앉지 않겠습니다. 저를 파괴시키는 것이 어떻게 필연일 수 있겠습니까?

JTBC <싱어게인>의 여운 때문에 당분간은 유머를 잃어버린 채 진지한 문투의 글을 쓰게 될 전망이다. 그 프로그램은 정말이지 강렬했다. 만일 괴테가 <싱어게인>을 보았다면, 또 하나의 위대한 문학작품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다. 

우리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29호 가수와 30호 가수가 오랜 무명을 벗고 꽃피는 모습을 방송으로 보며 한껏 열광할 수 있는 시대 말이다. 새드엔딩이 아니라 해피엔딩에 진심으로 열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그리하여 새드엔딩에 가슴앓이 했던 지난날들을 덤덤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세월이 흘렀고, 그 흐른 세월이 덧없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편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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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주식 투자 교과서 - 채권쟁이 서준식의
서준식 지음 / 에프엔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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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투자자의 근황
무예 초보에게 가장 신나는 수업이 뭘까. 틀림없이 '겨루기' 수업일 거다. 무공의 원리를 배우거나 내공심법을 익히는 것도 물론 즐겁겠지만 바로 눈앞에 상대를 두고 실전을 치르는 흥분에 비할 바는 아닐테니. 겨루기에서 이긴 날은 이긴 흥분으로 진 날은 진 아쉬움으로 밤 늦도록 뒤척이겠지. 요즘 나의 밤들이 그렇듯.

투자 포트폴리오를 이렇게 맹렬하게 뒤섞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비록 몇 개월 안 되는 투자기간이지만 함부로 주먹을 내지르며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헌데 지금은 완전 딴판이다.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다 걸음이 꼬여 휘청거리는 모습이랄까. 간결하게 다섯 개로 종목을 추려서 긴 호흡의 투자를 이어가려 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포트에 열 다섯 개의 종목이 자리를 잡았다. 그중에는 오래 째려 본 이름이 익숙한 녀석뿐 아니라, '얘를 왜 샀더라' 도무지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 낯선 녀석도 있었다. 맙소사.

남일이라면 질풍노도의 시기인 것 같으니 잘 추슬러봐라, 한마디 하고 말았을텐데 본인 일이다보니 꽤 위태롭게 느껴진다. 주화입마에 빠지느냐 아니면 정공법의 효용을 깨우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왕이면 후자의 길로 가고 싶다.


채권쟁이 서준식의 다시 쓰는 주식 투자 교과서
가투소 고수님께 선물받은 책이다. 작년 11월 10일에 선물을 받았으니 읽는 데 거의 100일이 걸렸다. 참으로 면목이 없다. 그래도 명절 전에 읽고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음력으로는 아직 해가 바뀌지 않았다.

“사는 집을 빼면 전부 다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과격한 주장일지 모르겠지만, 난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은 이해가 안 간다. 채권 투자해서 얼마나 받나. 이거 저거 제하고 나면 1~2%다. 예금과 별 차이 없다. 그걸 투자하느니 저평가된 배당주를 사겠다.” -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2016.09.25 중앙일보 인터뷰 (https://news.joins.com/article/20632083)

내가 채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주식도 잘 모르는데, 주식쟁이가 되려는 사람인데, 채권이 웬 말이냐, 했던 거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기존 생각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다만 앞으로 시장상황이 바뀌면, 즉 시중금리가 오르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하면 그때는 채권투자를 본격적으로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근 몇 년처럼 채권의 금리가 1~2%대에 불과할 때는 경기가 많이 나빠져도 추가로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채권의 위험 분산 기능이 많이 약화되어 있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채권의 비중을 낮추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처럼 채권 금리가 많이 낮을 때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채권형 주식을 매입해 주식 비중을 높여 부족한 현금흐름을 보완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281p)

책도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채권 투자의 메리트가 작다고 설명한다. 채권 투자가 빛을 발하는 때는, 경기가 활황인 고금리 시기에 만기가 긴 채권을 투자했는데 경기가 하방으로 꺾이는 경우다. 경기가 하강하면 주가는 하락하지만 경기 하강은 곧 금리 인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채권 시장에서는 기존 채권의 가격이 올라간다.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동에 의한 수익이 더 커지는데, 이를 '롤링효과'라 부른다고 설명되어 있다. 

- "지금 지방채가 7% 내외, 각종 시중 은행 후순위채가 8% 내외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개인이 매수하기에 좋은 채권들이죠."
오래지 않아 한국은행은 5% 이상이던 콜금리를 2%로 급히 낮추었고, 이에 따라 채권 가격은 순식간에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낮추기 전에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는 주식 투자로 입은 손실의 상당 부분을 채권 투자로 만회할 수 있었다. 보통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 채권 가격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시는 시장의 혼란으로 그러한 메커니즘이 곧바로 작동하지 않아 채권 가격이 뒤늦게 상승했으며, 덕분에 채권과 주식 간 위험 상쇄 효과를 아는 투자자는 흔하지 않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265p)

"채권 펀드 매니저는 어둠의 자식들 같아." 친한 친구가 예전에 내게 했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경기가 엉망이 되어 주가가 하락하고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인데, 금리 하락으로 채권값이 상승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지니 채권쟁이의 표정이 밝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권시장의 호황기는 대부분 경기 하강기에 있어 그 친구의 말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 (165p)

265페이지는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이야기인데 채권 투자의 메리트가 잘 드러나 있다. 경기가 호황일 때 '인버스보다 채권으로 헷지하면 더 괜찮겠는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위의 지식을 써먹기 위해서 꼭 오래 기다려야만 하는 건 아니다. 투자의 세계는 글로벌하기 때문이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투자자의 위험은 현금흐름과 많이 연동되므로 현금흐름이 많은 자산(배당률이 높은 주식, 이머징 마켓 채권 등)에 비중을 두어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주식 비중이 월등히 높은 투자자는 채권 부문에서 장기채나 초장기채를 보유하는 것이 적절하다. (283p)

이머징 마켓 채권이라면 현재로서도 투자 매력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 회사채 3년 BBB-의 수익률이 8.45%이기 때문이다. 이머징 마켓의 동일 등급 채권의 수익률은 이보다 높을 것이고, 투자자금을 차입해서 동원한다면 자기자본 이익률은 상당히 우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채권을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가. 그것도 이머징 마켓 채권을?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권하는 채권 매입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증권사에서 채권을 매입한다. 대형 증권사 등의 창구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각종 국공채, 여러 등급의 회사채 및 각종 신종자본증권 등을 판매한다. 안전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신용등급이 A 이상인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좋다. 증권사의 HTS에서도 채권을 매입할 수 있지만, 전문성을 가지지 못했다면 채권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직접 창구로 가서 세후수익률은 얼마인지, 수익률은 복리로 잘 계산되어 있는지를 따져가면서 매입하는 것이 좋다. (94-95p)

친구 S와 함께 처음으로 브라질 채권을 매입한 것인 2015년 3월 27일이었다. 당시 헤알화 환율은 356원이었다. S는 8년 정도 남은 채권을 1억 원어치 매입했다. 그 전부터 투자해 손실을 봤다는 다른 친구가 손사래를 쳤지만, 금리가 13%로 높고 이자 관련 세금이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134p)

주의해야 할 사항은 해외 채권에 투자할 경우 환율도 중요 고려 대상이란 점이다. 이쯤되면 그냥 주식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역시 이코노미스트보다는 애널리스트가 내 적성에 맞다.


주식 투자 교과서

채권 얘기만 했는데 이 책은 엄연히 '주식 투자 교과서'다. 채권 이야기가 길게 쓰여있는 건 채권 분석 관점으로 주식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그 정수가 "5장 워런 버핏 투자법의 핵심, 채권형 주식 투자"에 기술되어 있다.

"채권을 살 때는 미래의 일을 정확히 예상할 수 있다. 9% 이자율의 10년 만기 채권에 투자한다면 10년간의 이자표에 9%에 해당하는 금액이 인쇄되어 있는 셈이다. 주식 투자 역시 이자표가 있는 무엇인가를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이자표에는 이자율이 인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이자표에 금액을 인쇄해 넣는 것이 내 일이다." - 워런 버핏 (219p)

이를 위한 "주식의 기대수익률 산정 방식 5단계"가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다.

산정 방식
1단계
채권형 주식의 현재 가격과 순자산 가치를 확인한다.
(예) 가격 2만 원, 순자산 가치 3만 원
산정 방식
2단계
과거의 ROE 추이 관찰 등을 통해 미래 10년간의 평균 ROE를 추정한다.
(예) 미래 ROE 평균을 8%로 추정
산정 방식
3단계
10년 후 예상되는 채권형 주식의 순자산 가치를 구한다.
현재 순자산 가치 × 미래 추정 ROE 10년 승수 = 10년 후 예상 순자산 가치
(예) 3만원 × 2.16(연 복리승수 조견표에서 10년, 8%에 해당하는 수) = 6.48만원
산정 방식
4단계
예상 순자산 가치를 현재 가격으로 나눈 값이 10년의 몇 퍼센트 승수인지를 찾는다.
예상 순자산 가치 ÷ 현재 가격 = 기대수익률 10년 승수
→ 기대수익률 10년 승수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찾는다.
(예) 6.48만 원 ÷ 2만원 = 3.24
→ 10년 복리승수 조견표에서 3.24에 해당하는 수익률 = 약 12.5%
투자 판단 단계
계산된 채권형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투자자의 목표 기대수익률보다 높을 경우
채권형 주식에 투자한다.
(예) 12.5%는 목표 기대수익률 15%보다 낮아 매입을 보류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각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구할 수 있어 각 주식간 투자비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라 모형을 단순화 시키다 보니 실제 투자시 중요한 고려 요인(부채비율이라든가 배당성향이라든가 자사주매입 등의 친주주 정책 같은)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나 그런 요소들은 차후에 다른 책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을테니 여기에서는 그에 대한 논의를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위 모형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데, 이는 위 사례를 실제 투자 분석에 적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논의다.

위 모형의 가정에는 현재는 주가와 순자산 가치가 2만원과 3만원으로 다르지만, 10년 뒤에는 주가와 순자산가치가 일치됨을 전제하고 있다. PBR 0.66에서 PBR 1.0이 된다는 가정인 거다. 가격과 가치의 괴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소된다는 것이 가치투자의 전제임을 감안할 때, 위 모형은 내재가치가 순자산가치와 동일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10년 뒤의 주가를 추정하지 않고 10년 뒤의 순자산 가치를 그대로 현가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할 때, 어떤 한 기업의 PBR이 역사적으로 0.5~0.7 수준을 왔다갔다 했다면, 위의 방식으로 분석하면 고평가가 될 것이다. 반대로 어떤 한 기업의 PBR이 역사적으로 4.0~5.0 수준을 왔다갔다 했다면 위의 방식으로 분석할 때 저평가가 될 것이다. 그러니 위 모형을 적용할 때 해당 기업의 역사적 평균 PBR을 고려하여 "산정 방식 4단계"의 순자산 가치에 해당 PBR을 곱한 후 산식을 적용한다면, 보다 흥미로운 수치가 도출될 것이다.


복리 투자의 블루오션, 비상장주식[장외주식]

- 오래전부터 나는 주위 투자자에게 비상장주식 투자를 권유했다. (...)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싼 주식이 많다. 현재 수많은 상장주식 중에 버핏식 산정 방식 기준에 따른 매수 가능 종목을 찾기는 무척 힘들다. 반면 비상장주식 중에는 앞의 기준에 따른 매수 가능 종목이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익이 잘 나고 자산 가치도 좋은 상장주식은 이미 가치와 가깝거나 그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비상장주식 중에는 자세히 살펴보아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저평가 종목이 다수 있다. (237-238p)

- 기업 재무제표 등 정보의 기본은 금융감독원 웹사이트 내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상장 기업뿐 아니라 비상장 기업의 감사보고서, 재무제표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비상장주식의 기본적인 분석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239p)

-  한편 2014년에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 거래 시장인 'K-OTC 시장(www.k-otc.or.kr)'이 생겨, 이곳에 등록된 꽤 많은 비상장주식을 증권사 HTS를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239p)

비상장주식 중에 꼭 하나 투자해보고 싶은 기업이 있다. 헌데 마음만 있고 투자하는 방법을 몰랐는데 책을 읽은 기념으로 투자 방법을 알아봐야겠다. 현재는 코넥스에 상장되어 있는데, 코넥스 기업은 증권사 hts에서 바로 매매가 가능한가 알아봐야겠다. (유전자가위 기업이다. 이 기업도 다른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독서의 힘이란!)

더욱이 비상장주식 시장이 저평가 기업의 보고라면, 따로 시간을 내어 보물창고를 뒤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듯하다.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가슴이 설렌다.


서평을 마치며

초보 투자자로서 적정가치 구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여러 책을 살펴보고 있다. 입문자를 위한 적정가치 구하는 법이 적힌 책으로는 <채권쟁이 서준식의 다시 쓰는 주식 투자 교과서>, <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 <현명한 초보 투자자>,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이 자주 거론된다. 올해 투자 기업의 적정가치를 구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고 싶은데, 현재는 투자 기업의 업종에 따라 가치 산정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갈 길이 멀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다. 다음 책으로는 조엘 그린블라트의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을 읽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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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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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된 이유

내 취향을 잘 아는, 아는 동생이 추천한 책이다. 동생은 책을 추천받는 일이 싫다고 했다. 성공 확률이 너무 낮은 소개팅이어서다. 그런 동생이 권한 책이니 어찌 흥미가 동하지 않겠는가.

명언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생각나는 건 코카콜라 광고다. "상쾌한 이 순간"이란 광고 카피가 멋졌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그 카피를 남발하며 호언장담을 했다. "난 내 명언으로 책을 낼 거야."

책을 펼치니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 치고는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왜 소설을 안 보냐고 물으면 "분량 대비 건질 문장이 없다"라는 말을 뻔뻔스럽게 늘어놓곤 했다. 다독가라기보다 문장 수집가로, 서사보다 문장을 탐했다. 우표 수집가가 우표를 모으듯 책에서 네모난 문장을 떼어 내 노트에 차곡차곡 끼워 넣었다.

남의 얘기 같지 않은 글일세.

니체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의 문장 스승은 크게 둘로 나뉜다. 니체와 다른 작가들. 니체는 뜻도 모르고 읽었고 이해하지 못한 채로 빠져들었다.

옳커니!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동생에게 니체의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문장수집가이자 니체의 팬이 쓴 책을 서점에서 발견했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바로 꺼내들었을 거다. 소개팅은 성공이다.


어떤 책인가

저자는 모종의 사연으로 인하여 생계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는 독학으로 익혔다고 한다. 현재는 여덟 권의 책을 낸 작가이고, 글쓰기 강좌를 열어 학인들을 가르치고 있다. 책은 총 104 개의 명언과 그에 대응하는 저자의 한 쪽짜리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 페이지에는 명언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에세이가 있는 구성이다. 문장 001에서 문장 104까지 chapter 구분없이 쭉 달려나간다. 프롤로그가 워낙 좋았던 탓에 초반 문장과 에세이는 상대적으로 덜 좋게 읽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첫인상의 호감이 되살아났다.


읽고 무슨 생각이 떠올랐나

글은 창(窓). 글쓰기는 창을 여는 일이란 생각을 했다.

미련하게 잘도 참았네요. 첫 아이를 낳는 날, 산통이 시작되어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몸속에 손을 쑥 집어넣더니 한 말이다. 산도가 십 센티미터 열려야 태아가 나오는데 벌써 절반이 열렸단다. 초산은 산모들이 너무 일찍 와서 탈인데 나는 많이 참다 온 특이한 경우라고 했다. 살던 집을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 주위에서 동정 섞인 핀잔을 들었다. '어떻게 몰랐냐', '쯧쯧쯧, 미련하다' 같은 말들. 그러니까 미련은 내게 익숙한 삶의 태도였던 것 같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도 친구와 약속을 하면 전봇대처럼 그 자리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냥 기다리곤 했으니까.
살다 보니 때를 놓친 것, 사라져 버린 것, 엉망이 되어 버린 것, 말이 되지 못하는 것이 쌓여 갔다. 자주 숨이 찼다. 참을 인자로 가슴이 가득 찰수록 입이 꾹 다물어졌다. 토사물 같은 말을 쏟아 내긴 싫었던 것 같다.
(23p)

프롤로그에서 느꼈던 저자의 활기가 첫 에세이에서는 느껴지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돌아오니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이때는 글쓰기를 만나기 전의 상황이다. 창이 열리기 전,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 똑같은 세계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매일 조금씩 소멸해가던 때의 이야기.

수첩에 받으려다가 충동적으로 가방에 있던 책을 꺼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지금처럼 글쓰기 도서의 종수가 많지 않았을 때 고전으로 꼽히던 책이다. 표지를 열어 연둣빛 페이지를 내밀었다. 이름을 말하고 작가님처럼 글 '잘'쓰고 싶다고 말한 것 같다. 이렇게 쓰여 있는 걸 보면.
"간절하게 원하면 지금 움직이세요. 노희경입니다. 2005.6"
(29p)

창을 열면 낯선 세계의 풍경과 함께 바깥의 공기가 밀려 들어온다. 비로소 숨이 쉬어진다. 낯선 풍경과 쉬어지는 숨. 그리하여 미련했던 한 사람은 낯선 곳으로 가는 발걸음을 뗀다. 생계에 쫓기듯. 그러나 꼭 거기여야만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쪽으로. 그녀에게는 글쓰기였다.

책을 내면 부끄럽기도 하고 좋기도 한데, 부끄러운 건 책을 낸 사실 자체이고 좋은 건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점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내게 좋은 친구를 여럿 만들어 주었다. 가령 이런 말을 들려주는 사람들이다. "'생의 감각'이 살아나는 기분이다." "매우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글쓰기 책이다." "글쓰기를 배우려다 삶을 배워 버렸네." 
(229p)

세상이 주지 않은 이유를 스스로 손에 들고서 시작한 글쓰기는 그녀에게 부끄러움과 친구를 선물했다. 부끄러운 건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책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열어 볼 수 있게 했기 때문이고, 친구가 생긴 건 창을 열어 본 사람 중 몇 명이 곁에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잘 살았다. 그녀 식으로 말하자면, 잘 '썼다'.

산다는 건, '산다'는 동사를 다른 동사로 바꾸는 일일지 모른다. 그녀는 '쓴다'라는 동사를 골랐다. 나도 쓰기를 무척 좋아하지만 그녀만큼은 아니다. 나는 애호가 정도다. 프로가 감동을 빚을 때 애호가는 즐거움을 빚는다, 고 말할 수도 있겠다. 글이든 사랑이든 인생이든 애호가로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다면 근사한 일일 것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독서 애호가이자 글쓰기 애호가로서 큰 즐거움을 누렸다. 추천해 준 동생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아우님, 제대로 된 소개팅이었어!'

(비밀 아닌 비밀을 말하자면 나는 소개팅을 한번도 못해봤다. 그런데도 마치 경험자처럼 말했는데, 이해하시라. 형들은 원래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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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좋은 투자에 이르는 주식 공부 - 투자에 임하는 마음, 주식을 분석하는 기술
송선재(와이민) 지음 / 워터베어프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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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어드벤처의 월드모노레일

롯데월드 어드벤처 3층에 월드모노레일이 있다. 기구를 타면 어드벤처 내부와 외부의 매직 아일랜드까지 롯데월드 전체를 구경할 수 있다. 다른 놀이기구처럼 현란하지도 아찔하지도 않지만 롯데월드 전체를 파악하는 데는 이만한 선택이 없다. 이 책, <스스로 좋은 투자에 이르는 주식 공부>는 '투자 - 주식 투자 - 가치 투자'로 이어지는 가치투자 어드벤처를 3층 높이에서 체험하는 월드모노레일이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첫 여행객도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을테지만, 그보다는 다른 형태로 가치투자 어드벤처를 먼저 구경했던 재방문객들이야말로 이 관람에 만족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투자 서적에서 두서없이 수집한 다양한 투자 지식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꿸 수 있게 해준다. 중요 거점이 표시된 어드벤처 세계의 지도를 갖는 셈이다. 

책의 미덕은 가치투자 전반을 다루면서도 총 260페이지로 분량을 제한한 것이다. 자칫 지루하게 늘어질 수 있는 투자 개념에 대한 논의나 투자 흐름에 대한 설명을 중언부언하지 않고 핵심을 추려 적었다. 이는 전적으로 저자의 공이다.


책의 편집/구성에 대한 아쉬움

반면 책의 편집과 구성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책 날개에 적힌 저자의 소개를 보면, '『현명한 초보 투자자의 주식 공부』를 저술했으며'란 언급이 있다. 아마도 책의 제목이 한번 바뀌어서 최종적으로 현재의 제목이 된 모양인데, 날개의 저자 이력 부분은 수정되지 않은 채 책이 발간된 것 같다. 이러한 detail의 아쉬움은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1. 64page의 그래프 : 주식 가격의 궤적과 기업가치의 궤적이 본문의 설명과 그래프에 표시된 내용이 반대로 적혀 있다.
2. 177page : 적정가치 산정 파트라 수학적 정밀함이 중요한데, 5년 평균 PER 14.9는 데이터 상 도출될 수가 없는 숫자다. 그래서 계산된 적정가치까지 오류가 생겼다. '='을 '+'로 오기한 건 덤이다.
3. 210page : 이 책은 단색으로 출간되었다. 검은색과 회색 정도로만 색채가 구분되는데, "아래 그래프에서 파란색 선은 자산 가격의 장기 흐름이고, 빨간색 선은 중기 가격변동을 포함한 가격의 흐름, 그리고 마지막 녹색 선은 변동성이 확대된 가격의 변동을 나타냅니다" 이런 설명과 함께 흑백 그래프가 나오면 독자는 당황하게 된다.

그 밖에 문장에서 단어가 생략되었거나 조사가 맞지 않는 비문들도 몇 보였는데, 한 권의 책에서 발견된 양치고는 다소 많아서 책을 읽는 동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은 책의 가격으로, 통상 이 정도 분량의 단색 책의 경우 13,000 원 정도의 가격이 책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소 놀랍게도 책의 가격이 17,000 원이다. 내용이 훌륭했기 때문에 가격을 적극적으로 책정한 것이라면, 편집과 구성의 디테일이 지금보다는 나았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가장 큰 소득 : 스스로 기업의 스토리 만들기

가치투자 서적을 도합 서른 여권 읽었지만 여전히 기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막막했다. 회계를 공부하면 읽는 법을 알게 될까? 애널리스트가 쓴 산업보고서나 기업분석 보고서를 먼저 읽으면 도움이 될까? 여러 혼란이 있었는데, 다행히 이 책을 읽고 두서없는 의문들을 하나의 방법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요는 산업과 기업을 이해하여, 해당 기업의 스토리를 스스로 만드는 데 있었다. 재무제표에는 기업의 과거 스토리가 숫자로 담겨 있고, 사업의 내용에는 기업이 산업 내에서 점유하고 있는 포지션이 정리되어 있다. 사업보고서에서 기업의 과거와 현재 스토리를 추출하고, IR자료 및 대표 인터뷰 등을 통해 얻은 기업의 미래 경영계획과 산업의 동향으로부터 기업의 미래 스토리를 그려내면, 한 기업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의 그림이 완성된다. 그러니까 사업보고서를 읽는다는 건 의미모를 숫자와 재미없는 정보들을 읽는 게 아니라 기업의 스토리를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 이 가르침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개인적 의문 : 주식 담보대출은 스스로 좋은 투자에 이르는 과정이 될 수 있을까?

요즘엔 주식보다 다른 분야 책이 더 잘 읽힌다. 단기 투자로 접근했던 한 종목 때문이다. 사업과 숫자를 아무리 검토해보아도 2020년의 실적과 배당이 발표되면 도저히 지금의 주가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년 연말부터 야금야금 더 모으기 시작했더니, 그 종목이 어느새 포트에서 전체 비중 1, 2위를 다투고 있다. 짧게 만나려 했던 상대와 이렇게 깊은 관계가 되다니. 그것만 해도 원칙에서 벗어난 일이라 달갑지 않은데 지금은 마냥 기다리기밖에 다른 할 일이 없어 한번 더 속상하다. 이런 상태니 주식 책이 잘 읽힐리가.

당초 나는 본캐와 부캐의 개념을 차용해서 장기자금과 단기자금을 나누어서 투자했다. 그런데 계좌를 나누지 않고 한 계좌에서 운영하다 보니 자꾸 단기자금이 장기 투자 항목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생겼다. 단기투자를 종료할 때마다 다음 투자처로 보다 확신 있는 곳을 골랐기 때문이다. 한번 장기 종목을 사면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팔지 않기로 해서 다른 단기 투자처가 발견되어도 돈이 말라 투자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장기 투자 종목을 담보로 삼아 주식 담보대출을 받았다.

책의 말미에는 "주식 초보를 위한 23가지 조언"이 적혀 있다. 그중 10번째가 바로 '우주 초고수가 되기 전까지 레버리지는 쓰지 마십시요'다. '레버리지를 쓰다가 폭락장 맞아서 퇴출된 사람을 수도 없이 봤다'는 게 저자가 든 이유다. 이 논지에 따르면 이제 막 주식 초보 투자자가 된 내가 벌써부터 레버리지를 쓰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 된다. 그러면 내가 실제로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내가 레버리지를 쓴 이유는 빠르게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기 투자 경험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레버리지 없이 투자를 이어갔더니 모든 자금이 장기 투자 대상 3~4개에 다 빨려 들어가버렸다. 그러면 올바른 가치투자 방법을 실천한 것이므로 바람직한 투자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는 초보 투자자다. 장기든 단기든 투자 횟수와 경험을 늘려서 그 체험으로부터 나만의 지식과 실행지침을 만들어가는 게 이 단계에서는 올바른 배움이다. 앙상한 경험의 토대에서 튼튼한 철학이 꽃필 수는 없는 법이다. 철학을 굳건히 하고 싶은 자는 경험 앞에서 주저하면 안 된다. 그러므로 나의 경우에는 공부가 가능한 선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켜 단기 투자를 지속하는 게 더 바람직한 초보 투자자의 공부 태도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의 조언과는 다른 선택을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태도가 책이 권하는 '스스로 좋은 투자에 이르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투자 인생을 산다. 원리와 철학이 선배 고수와 유사하다고 하여 그 세세한 방법까지 일치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선배와 다른 방법론이야말로 보다 깊이 있게 기초를 익히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부디 바라건대, 새해엔 그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기를.


※ 다소 송구스럽게도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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