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 - 그린블랫의 마법공식을 능가하는 칼라일의 신마법공식
토비아스 칼라일 지음, 이건 외 옮김 / 에프엔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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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 : 원제 THE ACQUIRER'S MULTIPLE

이 책의 원제는 『THE ACQUIRER'S MULTIPLE』이다. 저자 토비아스 칼라일은 어콰이어러스 펀드Acquirers Funds의 설립자겸 CFO로, 행동주의 헤지펀드 애널리스트, 호주 상장기업의 법률 자문, 사내 변호사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초과수익을 얻으려면 대중과 다른 견해를 가져야 하고 그 견해가 옳아야 한다.
2. 비범한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위 방법은 일반 투자자가 따라하기 어렵다.
3. 버핏은 '평범한 기업을 싸게 사는 그레이엄 방식'에서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멍거 방식'으로 투자방법을 바꾸었는데, 그 큰 이유는 '자금 규모' 때문이다.
4. 버핏은 소규모 자금을 운용한다면 기존 방식(꽁초투자)으로 지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5. 조엘 글린블라트의 마법공식은 버핏의 후기 투자방법인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방식'을 퀀트 형태로 정량화한 것이다.
6. 마법의 멀티플은 버핏의 초기 투자방법인 '평범한 기업을 싸게 사는 방식'을 퀀트 형태로 정량화한 것이다.
7. 양자를 비교했더니 모든 투자 기간, 모든 투자 풀에서 마법의 멀티플이 더 우수한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제의 의미를 그대로 살린 번역은 '기업인수배수'이나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마법의 멀티플'로 번역했다고 책 서두 '일러두기'에 적혀 있다. 바뀐 제목, 『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은 직관적으로 책의 핵심 주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예비 독자에게 원제보다 더 많은 설명을 제공하는 좋은 제목이다. 바뀐 제목이 비록 도발적이긴 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문체는 그렇지 않고 친절하다.


마법의 멀티플

조엘 그린블라트의 마법공식이 자본수익률과 이익수익률의 두 가지 지표를 통해서 '훌륭한 기업을 염가에 사는 방식'을 추구한 반면, 마법의 멀티플은 이익수익률의 역수인 'EV / EBIT' 단 한 가지 지표로 '평범한 기업을 싸게 사는 데' 집중한다. 백테스트 결과 마법의 멀티플이 더 우수한 투자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저자는 이를 '평균회귀 원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평균회귀에 의해서 저평가 주식은 상승하고, 고평가 주식은 하락한다. 폭등했던 고성장 고수익 기업의 주가는 다시 하락하고, 폭락했던 역성장 적자 기업의 주가는 다시 상승한다.
평균회귀는 주식시장은 물론, 산업과 경제 전반에도 작용한다. 그래서 경기순환에 의해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고, 주식시장에는 고점과 저점이 형성된다.

평균회귀는 왜 발생할까? 왜 고성장 고수익 주식은 다시 하락하고, 역성장 적자 주식은 다시 상승할까? 벤저민 그레이엄은 평균회귀가 '투자의 미스터리'라고 설명했다. 다소 겸손한 표현이었다. 미시경제학에서 제시하는 간단한 답은 '경쟁' 때문이다.
고성장 고수익 사업에는 경쟁자들이 몰려들고, 그러면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잠식된다.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경쟁자들이 떠나고, 그러면 경쟁이 감소하여 남은 기업들은 다시 고성장 고수익을 누리게 된다.
(43p)

퀀트가 통계적 투자 방식이라면 통계적으로 확률이 높은 평균회귀 원리를 반영하여 투자 전략을 짜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그린블라트의 마법 공식보다 마법의 멀티플의 성적이 더 우수한 이유는, 퀄리티 지표인 ROC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평균회귀 원리에 따라 고수익 기업이 평균 수익 기업으로 회귀함으로써 발생하는 투자 손실을 제거한 것이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요소가 마법공식의 밸류 지표와 마법의 멀티플의 밸류 지표가 같다는 사실이다. 둘 모두 'EV / EBIT'를(또는 그 역수를) 밸류지표로 사용한다.

퀄리티 지표와 밸류 지표를 함께 사용한 그린블라트의 마법공식보다 밸류 지표만을 사용한 토비아스 칼라일의 마법의 멀티플의 투자 성적이 더 우수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칼라일이 설명했듯, 워런 버핏이 강조한 경제적 해자는 특별한 소수의 몇몇 기업만이 가질 수 있을 뿐이며 투자자가 이를 파악하는 데는 비범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통계적 방식을 추구한다면 경제적 해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란 거다.

디 애슬래틱의 선임 기자인 키스 로는 그의 저서 『인사이드 게임』(2020)에 이와 꼭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남겼다.

- 눈앞의 특정 대상에 집중하느라 그 대상이 속한 전체 집단에 대한 데이터를 무시하는 오류를 '기저율 무시'라고 부른다. 즉 눈앞의 특정한 케이스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할 수많은 증거를 무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프런트는 인식론적 질문에 직면한다. 전통적인 관점으로는, 고졸 투수들은 다른 선수들보다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더 많은 보상이 리스크를 상쇄하는 것 아닌가? 지난 5년간 빅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클레이턴 커쇼는 고졸 투수다(2006년 LA 다저스에 전체 7순위로 지명됐다.). 1라운드 25순위로 지명됐던 그레인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 문제의 진실은 명확하다. 1라운드에 지명한 고졸 투수들은 다른 선수군(고졸 야수, 대졸 투수, 대졸 야수)에 비해 실패 확률이 높고 성공했을 때 잠재력도 크지 않다.

- 다른 정보의 뒷받침 없이 고졸 투수에게 1라운드 픽을 소모하는 것은 나쁜 전략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106~109p에서 발췌)

클레이턴 커쇼 같은, 경제적 해자가 장기간 유지되는 특별한 기업의 사례 때문에 고수익 기업에 자금을 배분하는 퀀트 전략은 그렇지 않은 퀀트 전략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열세하다는 게 토비아스 칼라일의 핵심 주장인데, 이와 마찬가지의 주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논의되었다는 게 흥미롭다. 역시 투자와 야구는 통하는 바가 많다.


마법의 멀티플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 : 기업 거버넌스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제도

우리에게는 아쉽게도 토비아스 칼라일의 설득력 있는 전략은 국내에는 잘 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옮긴이 심혜섭 변호사는 그 이유를 기업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내 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나라 상장 기업은 미국과는 달리 대체로 지배 주주가 있고, 지배 주주는 최대주주 할증을 감안하면 약 60%의 상속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1세대 지배 주주가 약 50%의 지분을 가진 상태에서 상속 이슈가 발생하면, 그중 5분의 3은 국가가 가져가고 나머지 5분의 2인 20%를 2세대 지배 주주가 갖게 된다. 그러므로 제도가 바르게 작동하고 있다면 2세대 지배 주주나 3세대 지배 주주는 있을 수 없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미스터리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마법의 멀티플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라는 게 옮긴이의 설명이다.

그외에도 주주가 기업의 저평가를 능동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측면에서 막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헤지펀드에 해당하는 펀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또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다. 헌데 우리나라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어떤 기업의 지분을 10% 넘게 취득하면 10% 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는 짧은 기간 내에 반드시 1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야만 하는 것으로 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거다. 2017년까지는 섀도보팅제라고 하여 주주 의결권을 예탁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가 있었다. 정족 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였는데 단순히 주식을 보관한 예탁기관이 대신 의결권을 행사하다니, 이는 말이 안 되는 제도라고 옮긴이는 비판한다.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할 뿐 주주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은) 방 관리인은 '방'을 위해 일하는 사람일 뿐, '방 안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략) 그런데 방이라는 무생물은 좋고 나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없지 않은가? 대체 누구 좋으라고 도배를 새로 한 것일까?
- 천준범, 《법은 어떻게 부자의 무기가 되는가》

기업을 인수하는 주체가 상대방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상대방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차입인수(레버리지 바이아웃 LBO)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LBO를 배임죄로 처벌한 판례가 많은 나라다. 이 유죄의 논리가 바로 상기에 인용한 문구에 표현된 논리인데, 옮긴이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기업사냥꾼, 적대적 인수 등의 활동이 제한되면 저평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가 어려워진다는 거다.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위 논의를 읽었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자본과 노동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민감한 역사적 주제라는 거다. 산업화를 일제 시대에 비자발적으로 겪은 우리나라에서, 자본은 일본이었고 노동은 대한민국이었다. 당시 산업 자본의 잔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어리고 젊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목숨을 잃었다. 일제 시대가 비자발적으로 종료되고 갑작스레 해방을 맞은 우리나라에서 자본과 경영은 모두 일본의 것에서 국내 것으로 바뀌었지만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다. 1970년 전태일이 분신할 때까지 자본과 노동은 해방되지 않은 식민지 관계를 답습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 일어난 IMF는 근로자들에게는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대가를 근로자들이 대신 갚은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되는데, 그 와중에 그 파국을 기회로 삼아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를 약탈했다는 시선이 함께 존재한다. 자본의 움직임을 주주와 경영인의 관점에서 보느냐, 아니면 근로자와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서사가 쓰여질 수 있을텐데, 옮긴이의 서술은 순수한 주주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주장, '나'의 선택은?

얘기가 무거운 주제로 흘러갔는데, 기업 거버넌스 확보에는 비지배주주들의 주인 의식 개선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해고의 유연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재취업의 유연성을 말하는 거다)도 필요하겠구나, 란 생각을 했다. 다시 투자자의 관점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퀀트 투자 방식의 제일 큰 매력은 <1. 거의 확실하게 시장을 이길 수 있다>, <2. 단순한 지표를 기준으로 간단한 원칙을 정해서 꾸준히 실천하기만 하면 되므로, 쉽다.>이다. 투자를 단순화시켜서 경제적 자유와 함께 시간적 자유까지 확보할 수 있으므로, 남는 시간에 각자의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큰 매력이라 하겠다. 퀀트 투자의 결과가 정말로 이렇듯 보장된다면 주식 투자 입문자들이 이 방식을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인데, 아쉽게도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과거 백테스트 결과 좋은 결론이 도출되었다고 해서 이 방법이 미래에도 같은 결과를 낼 거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이다.

결국 퀀트 투자 방식이든 정성적 투자 방식이든 본인이 택한 투자 방식의 미래 효용성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이는 아마도, 선호의 문제이지 논리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수익을 내는 투자 방식과 투자자 개인이 선호하는 투자 방식은 닭과 달걀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어느 것이 먼저이고 어느 것이 그 다음에 오는 것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선호하지 않는 방식은 꾸준히 오래 지속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수익이 나지 않는 방식도 꾸준히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수익과 선호는 동행할 수밖에 없다. 둘다 얻거나 혹은 둘다 잃거나, 이중 하나로 귀결될 것인데, 그 판단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시 투자자 각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은 투자자 개인이 겪는 시대적, 개인적 경험이 그 인물의 투자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결국 투자자는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자신의 투자 서사를 만들어갈 때 일관성 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작년에 장기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종목은 총 다섯 개였다.
1. 파크시스템스
2. 케이아이엔엑스
3. 한독크린텍
4. 코웰패션
5. 한스바이오메드

이중,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세 개다. 한 종목이 하한가를 맞고 쓰러지는 바람에, 그리고 그 종목의 장기 내재가치가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나머지 두 종목의 자금을 쓰러진 종목으로 옮겼다. 그래서 현재 장기 보유 종목은 세 개로 압축되었고, 이중 한 종목은 한번도 속을 썩이지 않고 우량한 우등생의 모습으로 포트를 지켜주었다. 다른 한 종목은 낮은 거래량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장기 성장 가능성에는 이렇다할 의문이 들지 않아서 그저 꾸준히 가져갈 뿐이다. 하한가를 맞고 쓰러진 종목은 3년 내에 원래 가격을 회복할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3년 동안 연 평균 24%의 복리 수익률을 얻게 되는 셈인데,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이라 생각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도통 주가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 해당 투자금을 단기 투자자금으로 잠깐 돌렸다가 다시 돌아오면 안 될까 하는 충동이 불쑥불쑥 든다는 게 단점이다. 장기 투자 대상을 짧은 호흡으로 다루어 버릇 한다면 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장기 호흡법을 익힐 수 없다. 그러니 참아야 한다. 하지만 참기가 어렵다. 절충안을 내보자. 주식담보대출을 일으켜 일부를 유동화하자. 현재는 이렇게 절충안을 찾아간 상태다.

투자자가 자신의 서사를 만듦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투자비중의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투자 대상에 비중을 실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투자 판단의 문제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정체성 문제까지도 담게 된다. 시험해보고 싶은 단기 투자 아이디어가 있고 그 아이디어의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어 단기 투자 대상에 투자 비중을 높게 실었던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것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뒷맛이 씁쓸할 거라는 점이었다. 수익이 나든 그렇지 않든 과한 비중을 실었기 때문에 자괴감이 들거라 예상되었다. 아이디어의 성공 확률과는 상관없이 단기 투자대상에 기꺼이 실을 수 있는 비중에 한계를 두어야 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그게 투자자의 정체성 문제라는 것을.

'수익'보다는 '선호'가 먼저 파악된다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투자자에게는 투자 서사를 만드는 일은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해가는 일이라기보다는 적당한 수익을 '나답게' 만들어가는 일에 가깝다. 투자비중의 결정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나의 투자 서사에서 어떤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가, 하는 문제다.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그 생각의 결과를 수행하는 것이 투자자가 갖추어야 할 성의일 것이다.

위의 기업 중에서 '파크시스템스'를 예로 들면, 일정 비중 이상을 실었을 때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이 정도의 비중을 실을 정도로 공부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보유 종목 중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해당 기업에 더 많은 비중을 실어야 하지만, 초보 투자자인 나의 단계를 감안할 때 한 기업에 실을 수 있는 비중의 한계는 당연히 중수 투자자나 고수 투자자보다 낮아야 한다. 그러니 해당 기업에 비중을 더 싣고 싶다면 내가 투자자의 단계를 더 올려야만 한다, 라고 생각해야 투자자로서 성의를 다한다는 생각인 거다.

초보 투자자가 다소 경직된 태도로 어찌보면 우스울 수 있는 투자철학을 길게 논하고 있는 것은, 요즘 제어하기 힘든 마음의 동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큰 범인은 JTBC의 무명가수전 <싱어게인>일 것인데, 이 프로그램의 포맷과 그 출연 가수들에게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29호 가수 정홍일과 30호 가수 이승윤을 보면서, 저처럼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싶다고 얼마나 동경했는지 모른다. 언어의 마술사 유희열 심사위원과 김이나 작사가는 또 어땠으며, 위인으로 거듭난 MC 이승기의 활약과 그 뻔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포맷을 이처럼 멋지게 살려낸 윤현준, 김학민, 박지예 PD까지. 오죽하면 싱어게인을 보고 느낀 커다란 감동을 도무지 글로 적지 못해서 글쓰기를 처음부터 다시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몇 권의 책을 주문하기까지 했을까. 흥분이 지나쳤는데, 각설하고, 아무튼 모종의 이유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열렬하게 타올라서, 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을 한번 곱씹어 본 것이다.


서평 마무리

서평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런지 모르겠다. 다시 책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퀀트 방식'은 전통적 방식의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성적 투자 방식과 상호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계좌를 둘로 나누어서 하나는 퀀트 방식으로 다른 하나는 전통적 투자 방식으로 진행하면 될 일이다. 개괄적인 공부를 마치고 일단 시도해보면 둘중 어느 방식에 더 비중을 싣고 싶은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 투자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좀더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과 이 책, 『주식시장을 더 이기는 마법의 멀티플』을 읽기 전까지 나는 퀀트 투자 방식에 막연히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두 책을 읽은 다음에는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퀀트 방식으로 원래의 투자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업지배구조 개선' 즉 기업 거버넌스 문제는 역시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두서없이 긴 서평이 되고 말았는데,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p.s
이 책은 234페이지까지는 토비아스 칼라일이
345페이지까지는 옮긴이 심혜섭이
그리고 마지막 355페이지까지는 강환국이 쓴 글로 구성되었다.
어떻게 보면 공동 저자가 3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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