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좋은 투자에 이르는 주식 공부 - 투자에 임하는 마음, 주식을 분석하는 기술
송선재(와이민) 지음 / 워터베어프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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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어드벤처의 월드모노레일

롯데월드 어드벤처 3층에 월드모노레일이 있다. 기구를 타면 어드벤처 내부와 외부의 매직 아일랜드까지 롯데월드 전체를 구경할 수 있다. 다른 놀이기구처럼 현란하지도 아찔하지도 않지만 롯데월드 전체를 파악하는 데는 이만한 선택이 없다. 이 책, <스스로 좋은 투자에 이르는 주식 공부>는 '투자 - 주식 투자 - 가치 투자'로 이어지는 가치투자 어드벤처를 3층 높이에서 체험하는 월드모노레일이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첫 여행객도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을테지만, 그보다는 다른 형태로 가치투자 어드벤처를 먼저 구경했던 재방문객들이야말로 이 관람에 만족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투자 서적에서 두서없이 수집한 다양한 투자 지식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꿸 수 있게 해준다. 중요 거점이 표시된 어드벤처 세계의 지도를 갖는 셈이다. 

책의 미덕은 가치투자 전반을 다루면서도 총 260페이지로 분량을 제한한 것이다. 자칫 지루하게 늘어질 수 있는 투자 개념에 대한 논의나 투자 흐름에 대한 설명을 중언부언하지 않고 핵심을 추려 적었다. 이는 전적으로 저자의 공이다.


책의 편집/구성에 대한 아쉬움

반면 책의 편집과 구성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책 날개에 적힌 저자의 소개를 보면, '『현명한 초보 투자자의 주식 공부』를 저술했으며'란 언급이 있다. 아마도 책의 제목이 한번 바뀌어서 최종적으로 현재의 제목이 된 모양인데, 날개의 저자 이력 부분은 수정되지 않은 채 책이 발간된 것 같다. 이러한 detail의 아쉬움은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1. 64page의 그래프 : 주식 가격의 궤적과 기업가치의 궤적이 본문의 설명과 그래프에 표시된 내용이 반대로 적혀 있다.
2. 177page : 적정가치 산정 파트라 수학적 정밀함이 중요한데, 5년 평균 PER 14.9는 데이터 상 도출될 수가 없는 숫자다. 그래서 계산된 적정가치까지 오류가 생겼다. '='을 '+'로 오기한 건 덤이다.
3. 210page : 이 책은 단색으로 출간되었다. 검은색과 회색 정도로만 색채가 구분되는데, "아래 그래프에서 파란색 선은 자산 가격의 장기 흐름이고, 빨간색 선은 중기 가격변동을 포함한 가격의 흐름, 그리고 마지막 녹색 선은 변동성이 확대된 가격의 변동을 나타냅니다" 이런 설명과 함께 흑백 그래프가 나오면 독자는 당황하게 된다.

그 밖에 문장에서 단어가 생략되었거나 조사가 맞지 않는 비문들도 몇 보였는데, 한 권의 책에서 발견된 양치고는 다소 많아서 책을 읽는 동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은 책의 가격으로, 통상 이 정도 분량의 단색 책의 경우 13,000 원 정도의 가격이 책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소 놀랍게도 책의 가격이 17,000 원이다. 내용이 훌륭했기 때문에 가격을 적극적으로 책정한 것이라면, 편집과 구성의 디테일이 지금보다는 나았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가장 큰 소득 : 스스로 기업의 스토리 만들기

가치투자 서적을 도합 서른 여권 읽었지만 여전히 기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막막했다. 회계를 공부하면 읽는 법을 알게 될까? 애널리스트가 쓴 산업보고서나 기업분석 보고서를 먼저 읽으면 도움이 될까? 여러 혼란이 있었는데, 다행히 이 책을 읽고 두서없는 의문들을 하나의 방법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요는 산업과 기업을 이해하여, 해당 기업의 스토리를 스스로 만드는 데 있었다. 재무제표에는 기업의 과거 스토리가 숫자로 담겨 있고, 사업의 내용에는 기업이 산업 내에서 점유하고 있는 포지션이 정리되어 있다. 사업보고서에서 기업의 과거와 현재 스토리를 추출하고, IR자료 및 대표 인터뷰 등을 통해 얻은 기업의 미래 경영계획과 산업의 동향으로부터 기업의 미래 스토리를 그려내면, 한 기업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의 그림이 완성된다. 그러니까 사업보고서를 읽는다는 건 의미모를 숫자와 재미없는 정보들을 읽는 게 아니라 기업의 스토리를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 이 가르침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개인적 의문 : 주식 담보대출은 스스로 좋은 투자에 이르는 과정이 될 수 있을까?

요즘엔 주식보다 다른 분야 책이 더 잘 읽힌다. 단기 투자로 접근했던 한 종목 때문이다. 사업과 숫자를 아무리 검토해보아도 2020년의 실적과 배당이 발표되면 도저히 지금의 주가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년 연말부터 야금야금 더 모으기 시작했더니, 그 종목이 어느새 포트에서 전체 비중 1, 2위를 다투고 있다. 짧게 만나려 했던 상대와 이렇게 깊은 관계가 되다니. 그것만 해도 원칙에서 벗어난 일이라 달갑지 않은데 지금은 마냥 기다리기밖에 다른 할 일이 없어 한번 더 속상하다. 이런 상태니 주식 책이 잘 읽힐리가.

당초 나는 본캐와 부캐의 개념을 차용해서 장기자금과 단기자금을 나누어서 투자했다. 그런데 계좌를 나누지 않고 한 계좌에서 운영하다 보니 자꾸 단기자금이 장기 투자 항목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생겼다. 단기투자를 종료할 때마다 다음 투자처로 보다 확신 있는 곳을 골랐기 때문이다. 한번 장기 종목을 사면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팔지 않기로 해서 다른 단기 투자처가 발견되어도 돈이 말라 투자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장기 투자 종목을 담보로 삼아 주식 담보대출을 받았다.

책의 말미에는 "주식 초보를 위한 23가지 조언"이 적혀 있다. 그중 10번째가 바로 '우주 초고수가 되기 전까지 레버리지는 쓰지 마십시요'다. '레버리지를 쓰다가 폭락장 맞아서 퇴출된 사람을 수도 없이 봤다'는 게 저자가 든 이유다. 이 논지에 따르면 이제 막 주식 초보 투자자가 된 내가 벌써부터 레버리지를 쓰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 된다. 그러면 내가 실제로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내가 레버리지를 쓴 이유는 빠르게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기 투자 경험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레버리지 없이 투자를 이어갔더니 모든 자금이 장기 투자 대상 3~4개에 다 빨려 들어가버렸다. 그러면 올바른 가치투자 방법을 실천한 것이므로 바람직한 투자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는 초보 투자자다. 장기든 단기든 투자 횟수와 경험을 늘려서 그 체험으로부터 나만의 지식과 실행지침을 만들어가는 게 이 단계에서는 올바른 배움이다. 앙상한 경험의 토대에서 튼튼한 철학이 꽃필 수는 없는 법이다. 철학을 굳건히 하고 싶은 자는 경험 앞에서 주저하면 안 된다. 그러므로 나의 경우에는 공부가 가능한 선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켜 단기 투자를 지속하는 게 더 바람직한 초보 투자자의 공부 태도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의 조언과는 다른 선택을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태도가 책이 권하는 '스스로 좋은 투자에 이르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투자 인생을 산다. 원리와 철학이 선배 고수와 유사하다고 하여 그 세세한 방법까지 일치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선배와 다른 방법론이야말로 보다 깊이 있게 기초를 익히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부디 바라건대, 새해엔 그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기를.


※ 다소 송구스럽게도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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