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In the Blue 1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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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크로아티아 여행기 ★




우리나라에서는 크로아티아로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크로아티아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체코나 이탈리아 등 주변국을 경유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조금 둘러가는 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몇 시간이 더 걸리든 얼마든지 참고 견딜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건 바로 내가 꿈에도 그리던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먼저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이동한 뒤, 버스를 이용해서 남쪽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자그레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그곳의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들을 보고 나의 모든 감각은 재빨리 내게 당황스럽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낯설다는 첫 느낌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자그레브의 모든 것을 쫓고 있는 내 시선에서 이미 견제하는 눈빛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시 모습에 감탄하면서 자연스럽게 그곳 풍경과 그곳 사람들에 동화되어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그레브는 잠시 머물다 떠날 이방인도 오래도록 정착하고 싶게 만드는 신비스런 재주를 지닌 도시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아무도, 누구도 이방인이 아니다.  나도 그곳에서는 이방인이 될 수 없었다.




자그레브는 가톨릭 도시답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중앙역에서 토미스라바 광장, 즈린에바츠 공원, 엘라치차 광장을 따라 쭉 걸어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방향으로 가면 성 스테판 성당이 나오고, 왼쪽 방향으로 가면 성 마르코 성당이 나온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광장과 공원이 도시 중간 중간 위치해 있는 게 부러웠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특색 있는 성당 디자인이었다.  특히 성 마르코 성당의 알록달록한 지붕은 내가 지금까지 본 성당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13세기에 만들어진 성당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유지, 관리하는지 그 방법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플리트비체는 자그레브 남쪽 140km 지점에 위치한 국립공원이다.  혹시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요정의 세계를 기억하는가.  나는 플리트비체에서 영화 속 풍경을 실제로 보았다.  신비롭다는 말밖에 다르게 표현할 단어가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나무로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걷는 그 시간은 현실이 아닌 듯 느껴지기도 한다.  플리트비체는 현실이 아니다.  요정들이 사는 세계, 신들이 사는 세계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답다.




플리트비체는 온통 초록빛이다.  초록색 나무들, 풀들 그리고 옥빛이 나는 물까지.  그곳에서는 내 몸과 마음도 모두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구시가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 유명하다.  미로 같은 구시가의 골목길에서 나는 누군가의 뒤를 쫓는 탐정이 되었다.  성벽에 둘려 쌓여있는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조용하면서도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탐정의 역할을 무사히 해 낼 수 있었다.




스플리트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말년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고 한다.  황제가 살던 궁전이 도시가 되었다니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있을까.  스플리트에서 나는 탐정도 되었고, 황제도 되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드디어 크로아티아의 최남단에 위치한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다.  두브로브니크는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13~16세기에 만들어진 두브로브니크시의 성벽은 아직도 원형 그대로 유지되어 있으며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보는 풍경이 유명한 도시다.  두브로브니크는 『해안 절벽 위에 서 있는 그림 같은 고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발걸음 닿는 곳마다, 눈길 머무는 곳마다 모두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말밖에 더 이상의 표현은 불가능하다.  파란 아드리아 해와 어울리는 붉은 빛깔 지붕들만으로도 두브로브니크는 충분히 눈부시게 아름답다.  성벽 위에서 보는 구시가의 전체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다.  나는 분명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시간은 21세기의 시간이 아닌 듯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두브로브니크는 최고의 여행지이다.  몸과 마음의 진정한 휴식처이다.




나의 크로아티아 여행은 가치창조에서 출간된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라는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여행책자가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글은 아끼고 크로아티아의 풍광이 담긴 사진을 가능한 많이 실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글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느낌을 통해서가 아닌 독자 스스로 크로아티아를 보고 느끼도록 한 배려 같다.  그 결과 나는 실제로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은 상상을 할 수 있었으니 내게는 큰 소득이었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고성을 걸으며 산책도 했었고, 오래된 좁은 골목길에서 탐정 놀이도 했었고, 아름다운 국립공원에서는 요정이 되어보기도 했었다.  정말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크로아티아는 한마디로 작은 동화 속 나라 같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환상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파란 아드리아 해, 붉은 색깔 지붕, 멋진 고성 등 그림 같은 경치에서 눈길을 돌리기 위해서는 대단한 인내력이 필요하다.  꾸미지 않아도 환하게 빛이 나는 매력적인 나라 크로아티아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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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 Angels & De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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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과 론 하워드의 첫 번째 작품 〈다빈치 코드〉를 보고 크게 실망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그들의 두 번째 작품 《천사와 악마》의 상영 소식을 듣고도 선뜻 보아야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았었다.  소설을 영화화해서 대중적으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소설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만들만큼 치밀한 구성을 자랑하는 원작의 장점을 허술하고 어지러운 구성으로 모두 허물어뜨린 영화는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인이 댄 브라운의 소설 중에서 ‘다빈치 코드’보다 ‘천사와 악마’를 더 재미있게 읽었었다는 말을 들은 후 영화도 《천사와 악마》가 전작보다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천사와 악마》는 재미있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려면 반드시 영화보다 소설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서, 영화 《천사와 악마》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느낀 이유는 바로 내가 소설 ‘천사와 악마’를 읽지 않고 영화를 봐서가 아닐까하는 의문도 들었던 게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전작 〈다빈치 코드〉보다 굉장히 빠른 전개가 확연히 눈에 보일만큼 영화 《천사와 악마》는 우선 영화를 감상하면서 지루함을 느낄 사이가 없도록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영화 《천사와 악마》는 가공할만한 힘을 가진 반물질이 연구소에서 사라지는 사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교황의 서거 후 ‘콘클라베’가 집행되기 전, 가장 유력한 교황 후보인 4명의 추기경이 납치를 당하고, 이는 가톨릭의 탄압으로 사라진 ‘일루미나티’의 복수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영화에서는 한 시간 간격으로 4명의 추기경을 한 명씩 죽이겠다는 위기일발의 순간, 쫓고 쫓는 과정의 긴박함을 잘 표현해 냈다.  그리고 가슴 졸이던 순간이 끝나갈 무렵, 적절한 타이밍에 완벽한 반전을 이루어내는 센스까지 보여준다. 




천사는 ‘선’을 대변한다 할 수 있고, 악마는 ‘악’을 대변한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뚜렷한 대결구도인 가톨릭과 일루미나티 중 어느 쪽이 선이고 어느 쪽이 악이란 말인가.  천사와 악마라는 제목은 누구는 선이고 누구는 악이라고 정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닐까. 




나는 영화 《천사와 악마》를 보면서 종교와 과학이 합일점을 찾기란 영화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참으로 풀기 어려운 난제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 합일점을 하루 빨리 찾는 것이야말로 인류를 위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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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 Angels & De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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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다빈치코드'에 실망해서 보기를 꺼린다면 전작은 잊어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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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U 단번에 격파하기 : 일본어 과목
마츠오카 타츠미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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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배우게 되었을 때였다.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우면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일본어를 배우는 것을 보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교양과목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무척 기뻐했었다.  그리고 일본어가 정말 재미있었기에 즐겁게 공부했었다.  그런데 학과 과목이 많아지면서 교양과목으로 한 학기 배웠던 일본어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재미있게 그리고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왜 그렇게 쉽게 잊어버렸는지 잘 모르겠다.  그때부터 일본어 공부를 지금까지 계속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후회가 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일본어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생각난 계기는 동생 책상에서 일본어와 관련된 책을 보게 되면서 부터였고, 무엇인가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때여서 일본어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 <EJU 단번에 격파하기>을 읽게 되었다.




일본유학시험인 EJU는 일본의 대학에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일본어시험의 달인 마츠오카 선생님’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EJU도 마츠오카 선생님도 모두 처음 접한 것이다.  그리고 일본어과목에 ‘청해, 청독해, 독해, 기술’4분야에서 문제가 출제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일본으로 여행 갔을 때 현지인과 간단한 대화가 되는 정도의 수준,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가쿠타 미쓰요」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사전을 찾아가면서라도 일본어판으로 읽을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는 게 목표인 나에게 EJU는 참으로 멀고도 먼 이야기인 것 같다.  EJU는 일본 내 대학에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을 준비하는 책이니 난이도가 무척 높다.  내가 학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책을 펼치면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이 책은 4분야로 나누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들을 설명한 후 기출문제와 경향분석을 싣고 있다.  얼마나 자세하게 풀어 놓았는지 잘 모르는 나도 ‘일본어 시험이란 바로 이런 것이 로구나’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옛날 수능시험을 준비할 때 각 과목을 치밀하게 분석해 놓은 문제집들이 떠올라서 웃음이 나왔다.




이 책 <EJU 단번에 격파하기>는 일본유학시험을 준비할 만큼의 수준이 되지 않는 사람이 본다면 듣기와 독해 등 일본어를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EJU는 단순히 시험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시험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이지만 마츠오카 선생님이 만든 책이 왜 유명한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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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박찬욱 외 지음 / 그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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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가 개봉하기도 전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할 때 즈음 소설로 <박쥐>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에서 관객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청각, 시각, 후각, 촉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가장 감각적인 영화를 의도’했다는 기사를 떠올리며 소설을 통해 만날 <박쥐>를 상상하여 보았다.




뱀파이어는 오랜 세월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져왔기에 낯설지 않은 장르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외로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존재,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존재로 그려진 영향 때문일까.  뱀파이어에게는 공포를 느끼기 보다는 반해 버릴 것만 같고 보듬어 안아 줘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뱀파이어가 아무리 멋진 캐릭터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서양인들에게 뱀파이어는 공포의 대상이다.  우리는 그려진 대로,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서양인들은 우리와 다르다.  동양과 서양은 두려움을 느끼는 코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얀 소복을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처녀 귀신이나 하나 뿐인 다리로 펄쩍 펄쩍 뛰면서 ‘내 다리 내놔라’를 외치는 외다리귀신에게서 공포를 느낀다.  이렇듯 공포에 대한 문화가 다르고 뱀파이어에 대한 인식 기준이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진 뱀파이어 장르가 우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소설 <박쥐>의 주인공은 ‘뱀파이어’다.  현실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자 생체실험에 육신을 내맡겼다가 흡혈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가 된 사제 상현과 상현의 피를 마시고 뱀파이어가 된 태주가 그들이다. 




병자와 병자의 가족들은 상현을 ‘붕대 감은 성자’라 칭한다.  병자들을 낫게 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났던 자.  그리고 그 곳에서 죽음을 이기고 살아 돌아온 자가 바로 상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자들과 병자들의 가족들은 상현이 경험한 기적을 그들도 똑같이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상현에게 가까이 가려고 한다.  라 여사도 그들과 같은 목적으로 상현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상현이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다. 




상현은 라 여사와 강우라는 바위에 깔려 생명 없는 인형처럼 살아가는 태주와 사랑에 빠진다.  상현과 태주는 서로에게서 천국을 본다.  그러나 그들이 동시에 본 천국의 의미는 다르다.  상현에게 천국은 성적쾌락이고, 태주에게 천국은 탈출 그리고 자유다.  상현은 태주를 위해,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강우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강우만 사라지면 행복해지리라 여겼던 상현과 태주는 갈등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그들은 생의 끝으로 내달리게 된다.




소설 <박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현의 능력을 동경한다.  먼저 병자들과 병자의 가족들이 그러하고, 라 여사가 그러하다.  그리고 상현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노신부가 그러하다.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고 앞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등 원하는 목표를 위해 상현에게 접근하는 그들의 모습은 초라하고 비굴해 보이지만, 그들 모두 나약한 인간이기에 그리고 나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기에 그들의 행동이 창피하다기 보다는 상현 앞에서 몸을 낮출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는 데에 동정심을 느끼게 된다. 




피를 마셔야만 살 수 있으니 인간의 목숨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주와 피를 마셔야만 살 수 있으나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므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으로 피를 마시겠다는 상현, 두 사람의 생각은 생존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라는 관점에서 일직선상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피를 마시길 원하는 욕망은 생존을 위한 욕망과 정확히 일치하기에 그러하다.  그렇기에 도덕적인 관점을 내세워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 버린다. 




소설에서 작가가 상현과 태주를 통해 보여주는 갈등의 문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많은 갈등요소들을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요구와 욕구, 기회 등의 문제에 봉착하였을 때 도덕적, 윤리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기준을 무엇으로 정하는가가 바로 인간이 풀어야만 하는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다.




사제의 불륜과 살인이라는 금기시되는 소재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므로 비극으로 끝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불행한 결말이 슬프도록 아름다워 보이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두렵고 불안하고 놀랄만한 인간의 본성을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 <박쥐>를 올 여름에 꼭 읽어 봐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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