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전
쓰카 고헤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도구가 아니라 자립성을 가진 '인격'으로 존중해야 한다.(p315)

 

 

한 달하고도 보름 전 즈음인가, 친구 녀석 생일을 축하해 줄 겸 집 근처에서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누가 물어보면 우리는 토론 중이라고 말한다.  그 날 우리가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던 것 중의 하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념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게 보일 수도 있다.  다만 내 관점에서는 시간 낭비, 돈 낭비로 보이는 하찮은 행동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읽지도 않는 책을 사고, 읽은 책은 반드시 후기를 남겨야 마음이 편해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듯이, 무엇이 건전하고 건설적인가 하는 판단은 함부로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 날의 결론이었다.

 

나는 무엇을 중요시하는가, 생각해 보았다.  나의 마음과 힘을 바쳐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획을 그을 만한 결단도 내린 적 없고 지금 죽어도 아쉬울 것 없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으면서도 내 눈에 비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비웃은 적은 너무나 많았다.  이런 내가 한심스럽고 부끄러웠다.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주저 없이 망설임 없이 행하는 그들의 모습이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그래서 이 소설이 더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이 소설에는 세상이 변해도 언제나 변함없는 이상을 내걸고 앞을 향해 매진하는 학생들(p517)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다간 여성이 숨 쉬고 있다.

 

이 소설은 1970년대 치열했던 일본의 학생 운동을 소재로, 자신들의 신념과 이상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순수한 남녀의 사랑과 혁명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가 재벌이지만 첩의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혼자 자라다시피 한 주인공 긴바야시 미치코와 그녀를 사랑한 두 남자, 가쓰라기 준이치로, 야마자키 잇페이가 등장한다.  소설 전반적으로 한 여성, 미치코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미치코와 그녀를 사랑한 두 남자, 즉 세 사람의 만남은 이미 정해진 운명인 듯 보인다.  하지만 정해진 운명을 벗어날 수는 없었는지, 소설 이곳저곳에는 미치코의 슬픈 마지막을 암시하는 복선을 깔아두고 있다.  마음 깊은 곳에 오랜 시간동안 담아둔 외로움과 고독 때문에 그녀는 안정감, 안도감을 찾길 원했고 마침내 그것을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행복한 미래는 상상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  1968년 3월 28일 도쿄에 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1970년 2월 11일 최종 결전의 날까지, 그 짧은 이년이 그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한다.

 

이 책 <비룡전>은 제일교포로는 최초로 나오키상을 받은 작가 쓰카 고헤이의 작품이다.  그는 이 소설에서 데모대와 기동대원의 충돌 속에서 사망한 실존인물인 도쿄 대 재학생 '간다 미치코'를 여주인공으로 삼았다(p524)고 한다.  그래서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 않았을까 생각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듯 내게도 역시 그러했다.  이것이 나오키상 수상자의 저력이라고 해야 할까.  흐트러짐 없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어떤 작품이든 간에 작가가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그 무엇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그리고 이 소설 속 미치코를 비롯한 학생들이 이루려고 했던 혁명의 중심에도 인간이 있다.  새로운 미래, 꿈을 위함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서 희생되는 것 또한 인간이다.  인간을 위해 인간이 희생되는 세상,  진정한 새로움을 원한다면 그것부터 막아야하지 않을까.  인간이 존중받는 세상이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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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8-10-1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반가운 닉네임이 당첨자 명단에 있어서 찾아 왔어요.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