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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 - 정답 없는 질문에 나만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단단한 식견을 위한 인문 사 ㅣ 인문 사고
최원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8년 6월
평점 :
얼마 전에 종영한 JTBC '미스 함무라비'는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거리를 많이 준 드라마였다. 처음에는 전직 판사가 쓴 법정 드라마라 현실성이 높을것 같아 보기 시작했다. 비록 법조계에 있어보지는 않았지만, 풍겨지는 느낌이 다른 법정드라마에 비해 리얼리티가 강했다. 또한, 각 회마다 던져진 실제 사회적 이슈들과 등장인물들이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이 다양하게 생각해보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아라 님이 맡은 '박차오름' 판사의 캐릭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원래 그런 익숙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 남들은 귀찮다고 생각하는 작은 일에도 "왜"냐고 물으며 사건에 깊숙히 들어가는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지만 놀랍게도 아주 가끔은 세상이 바뀐다.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꼭 해야 되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그런 질문을 "
- 미스 함무라비 마지막회 中 -
'미스 함무라비'가 끝날 무렵 한 권의 책을 만났다. 한마디로 박차오름판사같은 책이었다. 최원석 저자의 [그 질문에 왜 아무말도 못했을까?] 제목부터 미스 함무라비의 포스가 느껴졌다. 저자는 30년간 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기자 생활을 한 베테랑이다. 그의 문장에서 저자만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 또한 포용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모든 시선들을 융합하여 촌철살인의 통찰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회색인간'이 되라고 권한다. 양극단에 휩쓸리지 않는 중립적인 인생 말이다. 그래야 세상 전체를 잘 볼 수 있기 때문에다. 중간에 서 있으려면 열린 마음을 가지고 합리적인 의심과 질문 그리고 관찰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점을 뒤집어 사고하면 당연시돼왔던 일들이 달라 보이고, 세상을 관조하며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프로로그에서 하고자 하는 주장을 던지고 각 장마다 꼼꼼하게 설명한다. 1장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에서는 왜 회색인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역사적 사실들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섣부른 판단들로 참을 거짓으로, 거짓을 참으로 실수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일들을 통해 생각의 프레임을 넓혀야 함을 이야기한다.
2장, 3장, 4장에서는 앞에서 말한 회색인간이 되기 위한 합리적인 의심, 질문, 관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전체적인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에 의심을 품으며 질문을 낳는 글들이 지금 이 사회를 다시 보게 만들었고, 질문하게 되었다.
"시스템, 혹은 시스템 속에 녹아들어 있는 사고방식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경계하고 자신의 행동과 생각으르 돌아보고 의심하고 경계하는 이유다. 시스템은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인간다움'이 빠진 시스템은 사람을 옭아매는 재갈과 같은 역할을 한다.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유연함이 사라지고, 꽉 짜인 틀 속에 사고의 자유는 재단된다. (p120)"
내 주변 동료가 박차오름과 같은 캐릭터라면 어떨까?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감명깊게 볼 수 있을까? 솔직히 엄청 피곤해할 것 같다. 그냥 넘어가면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야근에 출장을 더하여 건건이 알아보고, 부장이 이렇게 하라고 지시해도 다른 자신의 생각을 던지는 모습은 트러블 메이커로 찍히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우배석 판사 임바른도 처음에는 그랬다. 원래 그러니 그냥 넘어 가라고 조언하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야 세상이 정의로워진다는 원칙주의자였다. 하지만 남의 일에 절대 끼지 않는 개인주의자 임바른 판사도 박차오름 판사 일에는 조용히 남 모르게 도와준다. 그리고 그도 조금씩 사건에서 원칙과 더불어 사람을 보게된다.
이런 임바른 판사의 변화가 이 시대에 필요한 사고법일 것이다. 즉, 저자가 말하는 갈대처럼 사는 법이다. 한 가지 관점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며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비판적으로도 보고 타인의 시선으로도 보며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 그 사건을 올바르게 정의롭게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끝내 흔들리지 않기 위해, 그 직전까지는 흔들림 속에 사는 것이 오히려 낫다.(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