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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평점 :
언어에 재능이 없는 편이어서 그런지 타국의 언어를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멋있어 보인다. 언어가 단순히 사람과의 소통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사상 그 모든 것을 응축해 담아낸 것이라 생각하기에 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끔은 언어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곤 한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읽게 된 책 중 하나였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은 저자가 프랑스에서 산 20년 동안 생활하며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왔던 단어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책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서른네 개의 단어는 사전적 의미 그리고 작가의 부연 설명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단어에 관련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 이야기는 때로는 작가 개인적인 이야기 혹은 역사, 알려지지 않은 사실 등 각기 다른 내용들이 책에 담겨있다.
예를 들어 책에 나온 단어 중 하나인 봉주르에 대해 말해보자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사말인 봉주르는 서로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표하는 방식이라는 점.
그리고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 『슬픔이여 안녕』의 원제는 'Bonjour tristesse' 즉, 안녕 슬픔이라는 의미인데 봉주르는 만날 때 하는 인사이기에 『슬픔이여 안녕』은 슬픔을 떠나보내며 하는 말이 아니라 슬픔을 맞이하는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소설을 읽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단어에 대한 페이지가 끝날 때쯤에는 알지 못한 새로운 내용,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불어에 관련된 지식들이 하나씩 쌓인 듯한 느낌이 들었던 『파리에서 만난 말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도 음식처럼 읽기에 좋은 계절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책이 급격히 싸늘한 온도가 느껴지는 요즘에는 술술 읽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파리에서 만난 말들』 이 책은 가을과 어울리는 책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파리에서 만난 말들』는 저자의 이야기와 엮은 서른네 개의 단어들은 불어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거 같다. 다른 언어를 알아간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책.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를 포함하여 새로운 단어, 그리고 언어에 대한 뉘앙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파리에서 만난 말들』은 언어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거 같다.
프랑스 말에 깃든 삶과 정신, 문화, 뉘앙스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