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아버지가 세상, 그리고 손자와의 이별을 다룬 이야기. 기억을 잃어간다는 게 아직 어떤 것인지
실제로 겪어본 적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이렇구나 느낄 수 있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슬프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
"선생님께서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노아가
얘기한다.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그렇죠? 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애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 -p71~72
"노아는
물고기를 낚는 법과 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준 노인의 손을 잡는다.
거의 모두가 두려워하는 영원이라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니 그런 점에서 수학이 노아에게는 축복이었다. 노아가 우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죽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 자신을 떠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p73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 아이는 다시
속삭인다.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보담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더욱 세게 잡는다. -p81
"여보, 기억들이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어, 물과 기름을 분리하려고 할 때처럼
말이야." -p83
"머릿속
말이에요. 머릿속이 아프냐고요."
"아픈 느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단다. 건망증이 하나 좋은 게 그거야. 아픈 것도 깜빡하게 된다는 거."
"어떤 기분이에요?"
"주머니에서 뭔가를 계속 찾는 기분. 처음에는 사소한 걸 잃어버리다가 나중에는 큰 걸
잃어버리지." -p103
"노아노아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p133
[기억과 놓음] 헤어짐이라는 건 누구나 경험하는
거지만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는 걸 알고 있는 지금. 이렇게 이별을
덤덤하고 느리게. 그리고 섬세하게 풀어낸 이 책이 정말 아름다운 이별을 담아낸 유일한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