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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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한 내용일거라 지레 짐작했는데 「잡화감각」이 책은 예상과 다르게 굉장히 현실적이면서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잡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한마디로 규명짓기 너무나도 어려운 책.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읽고 난 후에도 정리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던 거 같다.

책이 끝나고 해설과 옮긴이의 이야기에서 이 책은 ‘잡화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에세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었는데 딱 그 말이 잘 맞아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보단 단단히 준비하고 읽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7년에 초판이 나왔다는데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통찰력이 참으로 놀라운 지점도 있어 살짝 뜨끔하기도 했다. 미래를 미리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저자의 날카로운 관찰력이 참으로 흥미롭게 느껴진 책이라 책이 처음 출간된 시점을 생각하며 읽으면 더욱 좋을 거 같다.


책 속 문장

잡화는 어디에서 왔을까? 돌아오는 길 내내 그런 개운치 않은 마음을 품은 채로 어느 투박한 가게에 들렀다. p96

일단 구름에 빨려 들어가면 어떤 사람이 어떤 잡화를 보고 '갖고 싶다'라고 생각한 순간의 욕망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원천을 찾아가기란 불가능하다. 즉 왜 좋다고 느꼈는지 대체 누가 좋다고 알려줬는지 단적으로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당사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의 감성과 의지로 물건을 골랐다고 믿는다. 만일 어떤 신호를 계기로 조금이라도 의심하기 시작하면 분명 그 사람은 소비자로서 무척 불안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p78

어딘가 아무런 연관 없는 취미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잇는 통로가 있을 거라고 로맨틱한 꿈을 꾸며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그건 장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독선적인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실제 사회에서 편향되어 있는 인간이 사회를 그대로 축소한 듯한 가게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사회 비슷한 것을 만들고 싶었다. 아직은 유령이 되고 싶지 않았다. p1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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