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
박지원 지음 / 몽스북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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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

푸르름이 감도는 배경 속에 한 여인(으로 보이는)이 음식을 먹기 위한 행동을 담아낸 표지를 보며 분명 음식에 관련된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처럼 책은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읽고 난 후 생각해 보니 책을 읽은 게 아닌 마치 타인의 인생 한자락을 경험한 듯한 기분이었다.



‘두 번의 이혼 후 재혼’

저자 소개에 쓰인 글을 보고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혼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소개 글 제일 첫 문장으로 쓰여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이것 또한 하나의 인생이고 지난날의 아픔은 더 이상 그녀를 힘들게 하지 않기 때문에 수정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분명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역시 가족에 대한 마음, 사랑 그리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각각 다른 소재로 다룬 것이 아닌 페이지마다 이 소재들이 어우러지는데 그녀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사랑의 테이블’이라는 단어가 절로 와닿는 듯했다. 매 순간 음식과 함께하는 저자의 소소한 일상 행복에 집중하다 보니 나 역시 잠시나마 타인의 인생을 맛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는 음식 이야기 외에 인생, 사랑, 행복에 대한 글들도 무척이나 와닿았는데 그 문장들을 하나씩 읽다 보니 사느라 바쁘다며 잠시 흐려졌던 가족이 문득 떠올랐다. 언제나 그렇듯 항상 옆에 있기에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나를 반성하며 시간이 더 흘러가기 전에 추억을 자주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고국에 있는 친어머니, 떨어져 사는 두 아들,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까지. 그들을 향한 다양한 색의 사랑을 책에서 보여준다. 나의 경우에는 그녀와 다른 상황에 놓여있어서 그녀를 100%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저자와 같이 가족을 이루게 되면 나 역시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유럽에서 살고 있지만 한때는 청담동 유명 레스토랑 ‘park’를 운영했던 저자이기에 음식에 대한 애정이 무척이나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다양한 음식들에 대한 내용은 더욱더 생생하고 실감 나게 다가왔던 『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


요리책이 아니기에 상세한 과정 설명과 사진은 담겨있지는 않지만 책의 마지막에는 그녀의 스타일을 담은 레시피가 있으니 읽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책 속 페이지



살아가면서 관계를 잘 유지해 가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제스처들이 필요하다. 기억에 남을 선물, 깜짝 놀랄 이벤트, 힘들 때 보태는 조력 같은 것은 어찌 보면 파악이 금방 되어 실행하기도 어렵지 않다. p110


내 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사랑하는 이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욱더 맛날 때, 그 맛을 알면 그것이 바로 ‘사랑’인 거다. p133


향기는 허브 잎사귀에 담겨 있으나 세상에 향을 피우는 것은 자그만 행복에 충실한 자의 부지런한 손에 달려 있다. 그 향내를 마음으로 맡는 자에게는 잎사귀 수만큼 하루하루가 행복이다. p139


그리움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이 시간에서 저 시간으로

그리움은 언제나 네가 아닌 나 때문이다.

네가 아닌 내 안의 그리움이기에 좀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p141


“오늘 찍은 가족사진이 아마도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겠지?” 조지가 덤덤하게 하는 한 마디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우리는 결국 죽음이라는 한 가지 결과만을 쥐고 살아가고 있다. 그 누구도 다른 카드를 가질 수 없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지금’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p147 - 148


달라서 싫을 수도, 그래서 힘든 것도 있으며 때로 재미나고 새롭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부부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특별한 답을 찾기보다는 그 안에서 놀아본다.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보듬고 그 안에서 평화를 찾다 보면 똑같은 실수를 다르게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이겨내게 된다. 세월 덕분에 서로 동무가 되어 싸우고 지쳐도 괜찮은 관계다. p167


호의를 가진 작은 행동을 적절할 때에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의 기술이다. p226



익숙한 사람도 가끔은 다른 배경을 두고 바라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느낌 속에서 온전히 서로에게 존재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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