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너머의 세계 - 세계적인 패션 디렉터가 제시하는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구리노 히로후미 지음, 이현욱 옮김 / 컴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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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분야는 역시나 패션 쪽이 아닐까.

패션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패션계는 언제나 그 어떤 분야에서도 가장 먼저 계절을 앞서가고 새로운 유행을 이끌어가던 분야였다. 그런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나에게 '트렌드는 없다'라고 말하는 이 책이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패션계에서 약 40년 동안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구리노 히로후미의 첫 책 「트렌드 너머의 세계」

Social, Work, Personality, History, Mission 이렇게 총 5장의 주제를 통해 그의 인생, 패션에 대한 철학, 세계 속의 패션 등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이어진다. 뒤로 갈수록 패션계에 대한 깊고 다양한 얘기가 나오는데 패션을 사랑하는 이라면 그의 이야기에서 많은 영감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듯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경우에는 관련 분야에 종사를 하지 않다 보니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을 남긴 책. 그래서 책에서 좋았던 글 대부분은 제1장 Social과 제2장 Work에 해당되는 내용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패션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

코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토양이 상하고 물이 대량으로 필요하고 양모를 얻을 수 있는 양의 트림은 오존층 파괴, 저렴하게 판매하기 위해 생산되는 화학섬유는 자연분해가 되지 않기에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생각지 못한 사실 등등. 한창 요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내용인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위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분야이기에 책에 담긴 이 글은 나에게 적잖이 충격을 주었다.

매 계절마다 입을 옷이 없다며 옷장에 있는 옷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다시 들이기를 반복했던 날들이 떠오르면서 앞으로 옷을 구입하게 된다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떠올리며 충동이 아닌 필요에 의해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옷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내용은 구리노 히로후미가 책을 통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트렌드 너머의 세계」은 오랜 시간 현역으로 패션계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놀라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글들과 패션계의 민낯을 제대로 읽어볼 수 있어 평소에 읽던 책과 또 다른 즐거움을 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패션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고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그의 생각들을 책에서 건져보았다.

이런 게 바로 시대를 읽는 통찰력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글들. 이를 바탕으로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보아야겠다.

책 속 페이지

직감과 공부

일단 무언가가 좋다는 생각이 들면 좋다고 생각한 자신의 직감을 그냥 흘려 버리지 않고 잘 기억해 둡니다. 다음으로 '왜 좋다고 생각했지?'를 객관적으로 체크하고 그 현상 자체에 접근하고 공부합니다. 잘 달라붙어 깊게 파다가 좋다고 생각한 근거를 제대로 찾는다면 '역시 이거다'라고 자신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낼 수 있고 징조를 이리저리 조합하여 하나의 큰 방향성을 그릴 수 있습니다. p35

공부의 기본은 신문과 책

어떤 사안에 대해 다면적으로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보도의(또는 다양한 현상에 대한) 중립성이라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항을 보도하거나 누군가의 의견을 소개하는 시점에서 이미 취사선택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의견에 대해서 아는 것입니다. p37

미술관에 갈 때는 대규모 기획적뿐만 아니라 지역의 작은 갤러리도 둘러보자

미술관이나 전시회라는 것은 시대와 다음 세대의 분위기를 여실히 반영하고 예측합니다. (···)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 왜 고흐인지, 지금 왜 마티스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거장의 회고전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큐레이션 방식에 따라 전시하는 그림부터 전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큐레이션에 '지금의 시점으로 본다면'이라는 의미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p40

해외 거리를 거닐며 생활을 엿보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다양한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각 지역마다 다른 인종과 계급, 직종의 차이, 지역 특성, 거리 개발의 변화, 사람들의 대화와 표정 등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지요. 패션이라는 일은 살아 있는 사람(고객)에게 옷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싶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거리와 그 곳의 생활 방식을 알려면 직접 발로 걸어보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이렇게 특정 장소에서 관찰하는 것은 제게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p43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은 완전히 당사자가 되는 것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은 '완전히 당사자가 되거나 최대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제를 개발한다면 내가 직접 세탁을 해볼 것, 과자를 만든다면 먹어볼 것, 패션 소매업 관련 일을 한다면 직접 쇼핑을 하고 패션을 즐겨볼 것. 직접 해보지 않고는 생활자의 기분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p44

좋아하거나 원하는 사람이 나 자신이니까 단순히 취향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쇼핑을 하는 대상에 대해 분석하여 그 사고, 기호, 지향에 깊이 파고들다 보면 그것이 곧 조사가 되고 마케팅이 됩니다.

시험 삼아 마음에 드는 한 가지 아이템을 골라 다양한 매장을 둘러보며 집중하면 이것만으로도 하나의 시장이 보입니다. 모두가 다 가지고 있는 것, 누구도 사지 않은 것, 디테일과 가격의 차이 그리고 시장에 부족한 것···. 내가 능력 있는 모니터 요원이 되어 분석하고 행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p45 - 46

잘 팔리는 사이즈의 변화에서도 사회의 흐름이 보인다.

어느 시기부터 S 사이즈도 품절이 되지만 L 사이즈도 의외로 잘 팔리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 이것은 단순히 실루엣적인 유행도 있겠지만 스트레스와 관련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이기에 편안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몸을 꽉 조이는 옷이 아니라 몸을 자유롭게 해주는 옷을 입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흐름을 매장에서 만들어내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고객에게도 반응이 돌아옵니다. 우리도 고객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알아채며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것입니다. p47

비교 대상이 없으면 이해하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은 비슷한 것을 비교하는 것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한다는 사실입니다. 눈앞에 태국 음식만 있다면 태국을 엄청 좋아하지 않는 이상 고수를 먹어도 먼가 특이한 채소를 먹은 것 같다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인도 요리, 인도네시아 요리, 베트남 요리 또는 중동 요리가 같이 있어서 에스닉 푸드라는 카테고리가 생기면 먹으면서 비교를 통해 태국 음식이 조금 맵다거나 향이 독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고수 또는 태국 음식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p77

회사의 규모와 건전한 자기긍정

건전하게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의 일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회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인기가 많아지려면 내가 인기인이 되어야지'와 같은 발상은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돈을 많이 버니까 해야지'라는 생각도 회사에서의 존재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p103

멋이란 삶의 방식에 관한 문제이며 나답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패션이란 자기표현입니다. 그리고 옷을 입는 다양한 방식을 즐기거나 나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찾는 것은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입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과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이인삼각과 같습니다.

'나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자각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알아가는 여행에 끝은 없습니다. p109 - 110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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