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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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지 못했던 인물에 관련된 책 2권을 읽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가 얼마나 유명하고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었는지도 역시 이번에 알게 되었다.

백지처럼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한 만큼, 사실 책의 내용이 무척이나 낯설고 어색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정여울 작가가 가슴에 깊이 품은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대한 내용인 동시에 그의 사상과 글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을 읽으며, 책을 읽고 난 후 아무런 감흥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책을 읽으며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그의 생각과 행동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처음 몰랐던 그 시간보다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생각 중 부분적으로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는 말로 소감을 전해보고 싶다.





책을 보면 눈에 띄는 핑크 컬러로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그 글처럼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머물렀던 월든 호수와 소로의 생각, 사상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그에서 끝나는 게 아닌 정여울 작가의 생각이 더해졌기에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 + 정여울 작가의 이야기 이렇게 1+1 콘셉트로 소로와 정여울 작가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읽어보아야 하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에서 눈에 띄는 점은 월든 호수와 소로가 머물던 오두막 등의 풍경이 담긴 사진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곳임에도 외국 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같은 시기라 그런지 사진만으로도 확실히 기분전환이 되는 점이었던 거 같다.

풍경의 경우 바라보는 이마다 다르게 느낄 텐데 그걸 글로만 남기지 않고 사진과 함께 담은 덕분에 각자의 월든 호수를 느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사진은 어쩌면 그 풍경을 같이 느끼고 싶었던 작가가 주는 작은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통해 읽어본 소로의 생각들 혹은 정여울 작가의 생각들 중에 마음이 동했던 구절들을 골라보았다.

거리두기 | 감정노동을 반복하는 삶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권리

삶의 방식이 급격히 바뀌기에 불편함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방역'의 형태로 여전히 지속되는 있는 지금. 어느 때보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을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아닐까.

이제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것들만을 생각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우리가 쟁취해야 할 것들'을 사유할 때가 되었다. p87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 보니, 삶의 풍경 자체가 달라졌다. (···)

접촉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체 사이의 거리를 넓히다 보니,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예의 발라지고, 불필요한 접촉으로 인한 감정노동을 줄이게 된다. 여기에 어떤 심오한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다닥다닥 붙어, 너무 격렬하게 경쟁하고, 과도하게 서로를 괴롭히고, '자기만의 공간'을 존중해 주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윌든」을 통해 나는 내 친구와 이웃과 가족을 향한 '마음의 거리두기'를 배운다. 개입하고 싶은 욕구를 참고, 참견하고 싶은 열망을 거두고,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참으로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 한다.

p87 ~ 89

은둔 | 명랑한 은둔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는 외로움을 넘어 고독을 꿈꾸었다. 외로움은 감정이기에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지만, 고독은 존재의 본질적인 조건이기에 감정보다는 성찰을 자극한다. 소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고독을 선택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았다. 소로는 현대인이 너무 서로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진로를 방해한다고 보았다. 신문과 뉴스가 실어 나르는 각종 소식이나 소문에 중독되는 것. 남들이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너무 많이 영향받고 요리조리 휘둘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저마다 대면하기 어려워하는 고독을 마치 열렬한 사랑의 대상처럼 지극히 아끼고 열망한 것. 그것이 소로의 용기였고, 비범함이었다. p207

간결하게, 더 간결하게!

빚을 내 집을 사고 그 빚에 묶여 젊은 날을 허비하는 현대인의 삶. 이 무거운 어깨의 짐은 언제쯤 벗어던질 수 있을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노예로 만드는 모든 노동과 관계와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자기착취의 시대가 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존감도 사랑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일이 생긴다. 자기 자신을 노동의 도구, 돈벌이의 도구로 만들지 않는 것이 진정한 독립과 해방을 위한 첫 번째 길이다. 소유를 위해 인생을 저당 잡히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한 삶'을 붙들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자신을 무거운 돈벌이의 짐으로부터 조금씩 해방시키는 삶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p234

뼈에 가까운 삶이 가장 달콤하다

자기계발을 하겠다며 온갖 것들에 기웃거리지 말라. 다 쓸모없는 짓이다. (···)

뼈에 가까운 삶이 가장 달콤하다. (···) 영혼의 필수품을 사는 데는 돈이 필요없다. 

무엇을 가진다는 것은 그것을 끊임없이 관리해야한다는 뜻임을 깨달은 그는 이렇게 소유물에 대한 애착을 버리면서 '뼈에 가까운 삶'으로 나아갔다. 그 어떤 잉여도 그 어떤 과도함도 추구하지 않는 삶. p245

하나씩 글로 옮겨보니 사람과의 거리, 관계, 소유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아마 이 글들이 끌린 것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여울 작가의 말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많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서로에게서 떨어져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얻게 되었다. '홀로인 시간'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얻게 되었을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나와 내 마음을 조금 더 알게 되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많은 이들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진정 나를 위하는 이와 아닌 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이라면 힘들고 지치는 시간들이지만 분명 이 시간들을 통해 얻게 되는 것들도 있겠구나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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