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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평점 :
따스하고 섬세한 문체로 마음을 다독여주는 오가와 이토의 신작 「라이온의 간식」
나에게는 오가와 이토의 책이라면 아묻따.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기에 이번 책 역시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냉큼 읽어보았다.
그녀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일본 특유의 섬세한 감정 선과 책 속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 듯한 표현들 역시 「라이온의 간식」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작 「초초난난」에서는 깨어질 듯 여리디여린 유리 같은 감성이 표현되었다면 이번 「라이온의 간식」에서는 가슴이 미어질 듯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의 선율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요컨대 그녀의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눈물지었지만 이번 책만큼 울분이 터지듯 울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간단히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라이온의 간식」은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레몬 섬에 오게 되면서 경험한 (타인의) 죽음, 사랑, 추억들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오가와 이토 작품의 특징인 음식에 대한 내용까지 볼 수 있는 책
언제라는 정확한 날은 알 수 없지만 ‘정해진 죽음’이 있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실로 경험한 적이 없기에 상상만 할 뿐- 세상은 불공평한 게 진리지만 오직 죽음만큼은 공평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상했던 시점보다 빠르게 나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면..? 어쩌면 하루하루가 마음이 어지럽지 않을까.. 매일 혼돈 속에서 살아가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온의 간식」 주인공 시즈쿠 역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받아들여 남아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살고 싶다’는 짙은 욕망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내게 만든다. 소설이지만 마치 나 자신을 투영하듯 책을 읽으며 얼마나 되뇌었는지 그래서 책을 중간중간 덮으면서도 감정의 끝이 오래 유지되었던 거 같다.
레몬 섬에 있는 호스피스 '라이온의 집'
라이온의 집 대표 마돈나, 주인공 시즈쿠를 웃게 만들어주는 애교 있는 강아지 롯카, 주인공의 마지막 사랑인 다히치 등 다양한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소설 속 이야기는 참으로 아늑하고 따뜻한 그러면서도 슬픔이 느껴지는 동화 같은 내용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각자의 추억이 서려있는 간식이 있는 시간. 실제 존재하는 곳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어딘가에 '라이온의 집'이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라이온의 간식」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책도 무척이나 좋았지만 영상으로 본다면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올까- 기회가 된다면 꼭 드라마를 보며 이야기에 푹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쳇바퀴가 돌아가듯이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지만 그건 삶이 계속해서 이어질 거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정된 삶이라면 분명 다른 의미로 다가오겠지.. 「라이온의 간식」을 읽으며 삶에 대한 의미가 흐려지는 순간 다시 읽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사전서평단을 통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