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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 평정심을 찾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 ㅣ 아날로그 아르고스 1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제임스 롬 엮음, 안규남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감정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의 경우를 떠올려보니 2가지 정도가 있는 거 같다. 바로 슬픔과 분노.
이 두 가지는 밖으로 표출하는 것보다 안으로 삭이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에게 보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특히나 슬픔보다 분노의 경우에는 순간 몰아치는 화를 이겨내지 못해 마치 화산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감정을 자제할 수 없었다. 분명 내 안에서 태어난 것이라면 당연히 내가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왜 그렇지 않은 것일까-? 지나고 나면 바스러질 감정임에도 그걸 참을 수 없다는 사실은 순간순간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이미 일어난 일들은 다시없던 일로 할 수 없기에, 나는 앞으로 내 감정을 다스릴 지혜가 필요했다. 여러 감정 중 나와 타인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분노’라는 감정. 이것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보기로 했다.
눈에 띄는 형광빛 오렌지 컬러의 표지.
색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책은 고대의 지혜를 담은 아르고스 시리즈 중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이다.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 손에서 놓지 못했던 건 아마도 나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때로는 책의 표지에, 제목에 이끌려 책을 고르게 되지만 만족감까지 채워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나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었다. ‘분노’에 대해서 이렇게 다양한 내용을 읽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현자의 지혜에 감탄함과 동시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을 여러 번 맞이하면서 분명히 책을 읽고 나면 '나'는 분명 '분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조절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는 3 part로 진행된다.
1 part는 분노의 민낯, 2 part는 마음속 분노를 다스리는 법 마지막 3 part는 폭발 직전의 분노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 다루었다. 조금은 비슷한 뉘앙스의 글이 나오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분노와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감정에 대한 주제를 담은 책 중에 이렇게 논리정연한 내용을 말하는 책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든다.
단순히 분노는 참아야 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분노는 어떤 감정인지 정확하게 바라보고 깨닫게 되며 분노를 어떻게 다스리는지 알 수 있는 책. 마지막에 쓰인 살아있는 동안 인간다움을 잃지 말라는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책 속의 글도 좋았지만 역시나 이 책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유에는 뒤표지의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잔뜩 찌푸린 인상의 얼굴. 괴로운 표정은 화낼 때 내 모습도 과연 이런 것일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만약 지금 당신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다면 거울을 들어 내 표정을 바라보자.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의 표정이 얼마나 끔찍한 지 알게 되고 그 표정을 바꾸려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책 속 페이지
p21 어떤 현자들은 분노를 ‘순간의 광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광기와 마찬가지로 분노 또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고, 예의범절도 무시하고, 우정도 개의치 않고, 시작되면 악착같이 끝을 보려 들고, 이성과 충고에 귀를 닫고, 별 것 아닌 말이나 행동에 흥분하고,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p24 물론 나는 분노 이외의 감정들도 감추기 힘들며 정욕이나 두려움, 용기 같은 감정들도 분명히 알아볼 수 있는 징후들을 보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안에서 강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는 어떤 식으로든 표정이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점이 무엇인가? 다른 감정들이 솟아 있는 정도라면, 분노는 우뚝 솟아 있다고 할 수 있다.
p28 시작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만 일단 시작된 뒤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를 끌고 가면서 조금의 뒷걸음질도 허용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 정신도 분노와 사랑 및 그 밖의 감정들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정신 자체의 중력과 아래로 향해는 악덕의 본성이 정신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p33 분노가 어떤 식으로든 위대함을 낳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위대함이 아니라 부은 것일 뿐이다. 마치 해로운 체액으로 팽만해진 몸에서 발생한 질병이 ‘성장’이 아니라 해로운 체액이 가득 차다 못해 흘러넘친 결과이듯 말이다.
p41 이제 분노 치료법을 다루어볼까 한다. 내 생각에 치료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예 분노라는 감정 자체에 빠지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가 났을 때 잘못된 행위를 피하는 것이다.
p47 분노의 제1원인은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간단하고 명백해 보이는 것이라도 곧바로 믿어서는 안 된다. 더러는 거짓이 진리의 외양을 하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때가 되면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p51 억제가 안되고 절제를 모르는 사치만큼 분노에 자양분이 되는 것은 없다. 마음은 웬만한 타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강하게 단련되어야 한다.
p56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들은 우리를 부당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을 돌려주고 있을 뿐이라고, 혹은 우리를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혹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혹은 알고서 행동한다고 해도 해를 입히려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p59 분노에 대한 최고의 치료법은 분노를 지연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너의 분노에 부탁하라.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판단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달라고. 분노의 감정은 처음에는 거칠지만,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누그러진다. 그러니 분노의 감정을 단번에 없애려고 애쓰지 마라. 조금씩 나누어 제거하다 보면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p75 - 76 누군가 화를 내면 친절함으로 대응하라. 한쪽이 물러서면, 싸움은 끝난다. 상대가 없으니 싸움도 없다. 싸움은 양측 모두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오를 때 일어난다. 먼저 물러서는 자가 더 나은 자다. 패배한 자가 ‘승자’다. 누군가가 너를 치면, 물러서라. 그에 맞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더 잦은 폭력의 기회와 구실이 될 뿐이고, 나중에 거기서 빠져나오고 싶을 때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p77 마음도 마음 자체의 의지가 아니라 우리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때 가장 건강하고 가장 건강하다.
p101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너무 많은 일이나 중대한 일 혹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해서 마음을 어지럽히거나 지치게 해서는 안된다.
p110 분노의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 일단 멈춰선 다음, 가능한 한 자신의 입에 고삐를 채워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 최선이다.
p113 웬만한 손해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라. 그러면 더 이상의 손해는 보지 않는다.
p114 얼마나 손해를 입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손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p115 분노를 정복하고자 한다면, 분노가 너를 정복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분노를 감추고 출구를 내주지 않으면, 분노는 정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가능한 한 분노의 신호를 내보이지 말고 남들이 모르도록 분노를 감추어라. ... 만일 분노가 우리 밖으로 뛰쳐나가게 내버려두면, 그것은 우리를 깔보게 될 것이다. ... 분노가 우리를 사로잡아서는 안 되고, 우리가 분노를 사로잡아야 한다.
p133 네 마음의 방어력이 커지지 않으면, 네 눈길이 닿는 곳마다 화낼 일이 널려 있다. 너는 이 사람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혔다가 또 저 사람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힌다. 불평불만이 끝이 없을 것이기에, 너의 분노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p147 머잖아 우리는 생명의 마지막 숨을 내뱉을 것이다. 숨을 쉬고 있는 동안은, 인간 세상에 있는 동안은 인간다움을 소중히 간직하자. 누구에게든 두려움이나 위험을 안겨주는 사람이 되지 말자. 손해, 해약, 모욕, 비웃음에 경멸을 보내자. 웬만한 짜증나는 일들은 참자. 흔히들 말하듯이 몸을 돌려 뒤를 보는 순간, 죽음은 지척에 와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