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임현주 지음 / 유영 / 2020년 12월
평점 :
언젠가 우연히 안경을 쓴 아나운서를 보게 되었다.
그때 순간 '어? 이제는 아나운서도 안경을 쓸 수 있나??'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조금은 놀라웠던 기억-
아나운서는 또박또박 뉴스를 전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반듯한 옷차림과 곱게 화장을 한 미모의 여성을 주로 봤던 터라 '안경'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던 거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눈이 나쁘면 당연히 안경을 쓸 수 있는 것인데 여자 아나운서는 왜 항상 예쁘게 보여야 하는 걸까..?
작은 의문은 순식간에 많은 생각으로 이어졌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비쳤던 많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다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만든 건 누구인 걸까 하는 의문도 동시에 들었다. 어쩌면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았을 일이지만 나는 뭔가 새로운 변화가 느꼈고 앞으로 뭔가 달라지겠구나 앞으로 바뀌게 될 아나운서의 모습이 기대되었다. 딱 거기까지. 그 기억은 금세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러다가 문득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를 읽으며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내가 보았던,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했던 사람이 바로 임현주 아나운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나운서는 우리나라에서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고 미모와 지성을 다 갖춘 부러움의 대상이라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아나운서를 하다가 그만두면 왜 저렇게 좋은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을 읽으며 그 숨은 진실을 마주하니 그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아나운서가 되기까지도 힘들지만 아나운서가 된 후 선택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한 경우 급격히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말. 정확하게 그녀의 말이 와닿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선택되지 못하는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된다면 나 역시 크나큰 좌절감을 느껴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보다도 능동적인 이미지의 아나운서였는데 마치 또 다른 이면의 모습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책은 잠시 침체된 분위기였지만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하나씩 하나씩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임현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급 반전!
활기를 되찾은 그녀의 활보는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렇게나 멋지게 자신이 원하는 걸 하나씩 해내다니, 그동안 나는 뭐 했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는데, 가끔은 비교되어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데 이번만큼 누군가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간다 생각하니 뭔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내가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나도 뭔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인데 그 동안 너무 안주했던 거 같아-' 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지금의 안정된 생활도 좋지만 때때로 내가 어떤 사람인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명함'에 대한 글을 읽고 나니 비로소야 내가 원하는 게 이런 거였구나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명함없이도 '나'라는 사람을 얘기할 수 있고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스스로 브랜드가 되는 것.
짧지만 스스로 기획하고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과정을 보여준 글을 보며 앞으로 내가 할 일을 하나씩 떠올렸다. 임현주 아나운서처럼 빠르게 브랜드가 될 수는 없겠지만 힘든 과정을 헤쳐나가다보면 누구 대신이 아닌 '나'라는 브랜드가 완성되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용기가 생겨났다.
누군가의 이야기지만 그 얘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우연하게 읽은 책이지만 많은 깨달음을 준 책. 내가 그랬듯이 현재 자신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을 통해 분명 본인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