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
정재혁 지음 / 파람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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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자리 잡은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중 내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사람과의 만남이 조심스러워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가족, 회사 사람들이 아닌 이상 한번 보자는 말을 쉽게 전하기 어려운 요즘.
그야말로 나 자신과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상황이다.


평소에 생각보다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코로나가 침범해버린 일상이 야속할 뿐이지만
어쩌면 '집에서만 활동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다르지 않은 일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작가, 번역가 등등 대면하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조금은 그들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코로나 발생 전과 후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작가의 자발적 집콕 생활을 담아낸 에세이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책을 읽기 전에는 코로나 이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작가의 평소 일상 이야기였다. 물론 뒤에는 코로나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서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은  '코로나'의 일상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은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앞서 읽었던 책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을 집필한 작가여서 흥미가 생겼기 때문. 어쩌면 나처럼 그 책을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사뭇 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장인들을 소개하기에 작가는 어쩌면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 모험을 즐기는 외향적인 작가이지 않을까 마음대로 생각했는데 책의 내용 중  「센서티브」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 내향적이고 섬세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나 역시 대체로는 얌전하고 조용한 편이지만 좋아하는 분야의 필드에서는 조금 활달하고 수다쟁이니- 책에 따라 다른 모습인 게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파도가 거의 없는 듯한 담담한 분위기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준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기대했던 내용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부분부분 공감 가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책 속 페이지


p25 - 26
책에는 책만의 '어긋남'이 있어요
이 말이 싱그러웠다. 귓가에 남아 떠나지 않았다. 책은 신간이란 딱지를 달고 출판되지만, 새로운 신간에 밀리기 마련이고, 책을 사더라도 정작 읽는 건 제각각. 책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은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이다. 책에는 그런 어긋남, 어떤 늦음의 계절이 흘러간다.


p28
책을 사는 것과 읽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간편하고, 간단하고, 가장 만만한 문화 활동인 듯 싶은 독서는 사실은 꽤 수상한 활동이라,
사놓고 보지 않은 책이 쌓여만 간다.  ...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일본에선 이렇게 게으름에 쌓여간 책들을 나중에 읽는 독서를 '츤도쿠'라고도 부른다.


p29
책과 나, 나와 책 사이엔 조금은 다른, 나름의 시간이 작동한다. 소위 영화관에 들어가면 좋든 싫든 2시간 남짓을 버텨야 하는 것과 달리,
책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종이더미에 불과하다. 야마다 점장의 표현을 다시 가져오면 책이 가진 '어긋남'.
가끔은 시대가 다시 책을 불러오고, 때로는 내가 그 책을 찾아 나선다.


p68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집에서의 24시간을 모두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늦잠을 자면 아침은 잃어버리기 십상이고 때로는 오전이 통째로 날아가기도 한다.
눈을 뜨고 활동하는 오후라 하더라도 패턴으로 움직이는 일상에 내가 마주하는 시간의 풍경은 정해져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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