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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
김윤정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맛있는 음식, 멋진 분위기, 친절한 접객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식당은 분명 오래오래 사랑받는 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 마치 연예인처럼 한번 뜨기가 어려울 뿐 한번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 그 초심을 잃어버리는 곳이 많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던 나는 초심을 지키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이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은 초심 그대로 아니 초심만큼 강한 신념과 의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은 바로 '고기리 막국수' 소위 말하는 유명한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 '고기리 막국수'는 방송 이후에도 여전히 줄을 서서 사람들이 찾는 맛집이며 음식에 대한 정성은 변함없이 그대로인 곳. 맛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께도 인정하실 정도로 변함없이 맛있다는데 어떻게 책까지 내게 된 것인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고기리 막국수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오로지 막국수와 수육 두 가지. (막국수는 물 막국수, 비빔 막국수, 들기름 막국수 3가지의 종류가 있다고 한다.) 막국수가 얼마나 맛있기에 하루에 1000 그릇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인지..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마음으로는 당장 달려가서 먹어보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책으로 그 비밀을 풀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대부분 단골)이 찾아오는 고기리 막국수지만 주인 부부에게 항상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잘 될 거라고 생각했던 첫 사업이 무너지고 찾아온 시련. 분명 그 시간은 힘들고 외로운 고난의 연속이었을 텐데 그 힘든 고비를 이겨내고 부부는 막국수로 다시 한번 도전했다. 지금은 1000 그릇을 판매하지만 하루에 한 그릇을 팔 정도로 쉽지 않았던 장사. 하지만 그들은 많은 노력 끝에 또 한 번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그들이 막국수로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진부할 수 있지만 그들의 성공에는 진심을 담은 정성에 가능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먼 발걸음 해주신 손님에게 내가 먹어도 너무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려는 마음, 변함없는 막국수의 맛, 머무는 공간의 쾌적함 등등 고기리 막국수에서의 모든 것들에는 고객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정성이 스며들어 있었다.
가식이 아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은 통하는 법. 고기리 막국수처럼 마음을 다한다면 성공하지 않는 게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많은 놀라움 속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책.
어쩌면 이 책이 오늘날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한 마케팅 서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고기리 막국수' 이야기. 만약 가게를 운영한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책 속 페이지
P23
아무리 좋은 방법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습니다. 훌륭한 전략을 머리로 이해하고 정보를 쌓아도 그것이 저절로 자기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실제로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읽고, 거기에서 얻은 통찰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게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P43
막연히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특히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를 세세하게 들여다보았던 것도 중요했습니다. 어떻게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지 조금씩 터득해나갈 수 있었거든요.
P45
해가 거듭할수록 식당을 한다는 것의 가치는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점점 뚜렷해집니다. 오래가는 생명력을 지닌 식당을 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생명력이라는 것은 본질에 다가갈수록 강해지겠지요.
맛의 근본에 이를수록,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가닿을수록, 어떤 큰 위기가 닥쳐도 손님들의 귀한 선택을 받으리라 믿습니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 언제 들어도 좋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음악처럼요.
P73
함께 먹는 행위는 사람 사이의 소통의 일종이고, 음식은 타인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했지요.
P80
손님은 작은 것들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작은 것이 모여 결국 손님에게 기억됩니다.
P141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세상에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마음이었습니다.
P162
그렇게 저는 다른 사람에게 헤아림을 받았고,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깊게 연결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P177
사람의 마음을 가장 쉽게 움직이는 건 수려한 음식, 뛰어난 기술, 화려한 인테리어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이 지닌 힘입니다. 제가 듣기 좋았던 말을 상대방에게 해주면 좋은 말이 돌아왔습니다. 제 감정을 상하게 한 말이나 듣기 싫었던 말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주인이든 손님이든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었더니 어떤 손님과도 통할 수 있었습니다.
P193
많은 분이 방문해주시고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데이터의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이루는 마음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손님의 마음을 아는 것이 문제 해결에 가장 최적화된 길일 테니까요. 이는 우리가 살면서 다른 사람과 처음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사이'를 만들어나가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좋아하면 되도록 상대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하게 되고, 사람은 누구나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끌리게 마련이지요.
P218
음식은 손에 거쳐 구현되지만, 실제로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지닌 마음가짐을 통해 구체적으로 발현됩니다. 각각의 조리 과정이 융합되면서 세밀한 요소가 개입되는데 그 요소는 바로 수치가 아니라 '사람'인 듯합니다. 음식을 구상하고 어떻게 조리할지 반복해서 머릿속에 다 넣은 뒤에는, 손끝에서 이런 것들이 묻어나야 합니다.
재료를 대하는 태도, 집중하는 마음, 손님에 대한 존중 말이지요.
손님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한 끼에서 인생의 행복을 떠올립니다. 저희는 그 한 끼를 준비하는 사람이고 그 한 끼를 내어갈 때 손님과 마음을 다해 교류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믿습니다. 음식은 주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식당을 하면 할수록 음식이 사람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로 하려면 제 삶부터 잘 살아내야 할 일입니다.
P242
'어떤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만드는가'보다는 '손님의 관점에서 얼마나 맛있게 드셨는가'라는 손님의 경험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집이 왜 잘되는지 알겠다며 끄덕이는 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P253
결국 손님이 원하는 것은 '작은 눈치라도 보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님들이 식당을 찾는 이유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서니까요. ...부담을 갖지 않을 때도 손님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P254
"잘 먹었습니다"라는 손님의 말씀에도 다양한 의미가 있을거예요.
인사의 뜻으로 하는 '잘 먹었습니다',
음식 자체가 맛있다는 뜻의 '잘 먹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는 의미를 담은 '잘 먹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의 '잘 먹었습니다'를 늘 듣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