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르메유의 숲 -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앙굴렘 페스티벌 최고상 수상작 ㅣ 바둑이 폭풍읽기 시리즈 1
까미유 주르디 지음, 윤민정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0년 11월
평점 :

어릴 때도 책을 사랑했던 나는 그대로 자라 책을 찾아 읽는 한 명의 어른이 되었다.
아이였을 때는 형형색색의 동화책이 아닌 글만 가득한 책을 읽었는데 재밌게도 어른이 된 나는 활자로 이루어진 책뿐 아니라 그림이 가득 그려진 동화책에 이상하게 마음이 이끌렸다. 어쩌면 어린 시절에 못 읽었던 동화책을 지금이라도 읽어보고 싶었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하게 얘기해보자면 장황하게 풀어쓴 이야기보다 짧은 몇 줄이 마음을 관통하듯 깊은 울림을 준 경험을 겪고 난 후 동화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마음에 드는 동화책을 하나씩 모으고 있는데 최근에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표지 하나로 꼭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책이 생겼다. 그 책은 바로 2020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창작동화 「베르메유의 숲」
사랑스러운 파스텔톤 색감이 책에 그대로 표현되어서 읽는 내내 환상적인 동화 속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베르메유의 숲」
예쁜 색감의 일러스트들은 그림 자체도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상상 그 이상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겉돌지 않고 이야기 속에 잘 어우러진 덕분에 더욱 책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베르메유의 숲」은 재혼가정에서 마음이 혼란스러운 한 소녀가 가족과의 여행을 떠난 중에 우연히 요정을 만나며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 창작동화이다. 재혼가정이라는 현실이 반영된 동화지만 하나 둘 등장하는 베르메유의 숲속 친구들이 등장하면서 그 사실은 조금 지나지 않아 (내)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진다.
현실이 싫은 외로운 소녀 조, 자유를 빼앗기면 빛을 잃어가는 알록달록한 조랑말 베르메유, 악랄한 고양이 황제, 무뚝뚝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여우 모리스, 여섯 개의 발이 귀여운 비숑 퐁퐁 등 상상하지 못한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베르메유의 숲속의 한 일원처럼 흠뻑 빠져있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조금 신기했던 건 소녀 '조'가 숲속 친구들이 본인과는 다른 생김새임에도 놀라지 않고 베르메유 숲속 친구들과 금방 어울려지냈던 부분인데 이 생각을 하는 동시에 어른이 된 내가 나와 다른 건 멀리하는 편이었구나 하는 걸 깨닫아 놀라기도 했다.
가끔은 동화책을 읽으면 깨닫지 못한 내 현재 상태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가족일로 고민이 많아 보였던 소녀 '조' 가족에게 분명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텐데 그들과 멀리 있는 걸 선택했던 소녀는 숲속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감정,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본인의 모습을 찾게 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난 후 「베르메유의 숲」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지 참으로 궁금했는데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마음을 베르메유의 숲속 여행을 통해 가족에게 표현할 용기를 얻은 것일까? 소녀는 내일을 기약하며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신비로운 색감에 계속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베르메유의 숲」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선을 뗄 수 없었던 환상적인 동화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