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만약 피터팬이 영원히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었다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훌쩍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생각과 마음은 어린아이에 머무는 '모리 마리'처럼 말이다

 

「홍차와 장미의 나날」의 매혹적인 제목, 세밀한 음식 묘사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모든 것들을 저 멀리 훅 던져버리는 책이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음식을 사랑하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애정한다. 그래서 여태 읽어본 음식 에세이겠지 하며 읽었는데 이 책은 단순히 음식에 대해 찬양하는 혹은 기록하는 글이 아닌 모리 마리라는 사람의 음식에 대한 철학 그리고 그녀의 환상을 담은 책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처음에는 이상하다, 왜 같은 내용이 다시 반복되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은 어떤 주제(음식)를 가지고 쓰인 게 아니라 그녀가 쓴 글들을 하나씩 모아 만든 책이었던 것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내가 느꼈던 중간중간 붕 뜨는 느낌의 원인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이 책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작가로서 극찬을 받은 모리 마리.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달콤하기만 하진 않았다. 달달하면서도 씁쓸한 인생이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은 모리 마리는 부모의 권유에 의해 이른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이혼을 하게 되고 그 후로도 한 번 더 이혼의 경험을 겪게 된다. 누구 하나 그녀를 책임져주지 않기에 그녀는 글을 쓰며 돈을 벌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그녀는 환상적이고 우아한 글 솜씨로 수많은 장편 소설을 남겼다고 한다. 산문집을 읽고 독특한 그녀의 문체가 신경 쓰였는데 소설을 어떤 스타일일지 궁금해진다.

 

주변의 평가로는 굉장히 솔직하고 제멋대로의 성격이었다는 작가 모리 마리.


풍족한 삶이 아니었음에도 맛있는 걸 먹지 않으면 소설이 써지지 않는다는 말을 할 정도로 뛰어난 음식 솜씨와 미각을 가진 그녀에게는 맛있는 음식이 행복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인생 전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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