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이유미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9CM 편집숍 이유미 카피라이터의 「문장 수집 생활」 ,  「사물의 시선」 에 이어 세 번째 책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그녀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책 제목대로 살고 싶은 마음에서일까 그래서 더욱 끌렸던 이 책

 「문장 수집 생활」 ,  「사물의 시선」은 카피라이터로서 낸 책이라고 한다면 세 번째 책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은 이유미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반가운 책


에세이의 장점은 읽기 쉽고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인 만큼 그녀의 에세이도 내가 공감할 포인트가 곳곳에 있었다.

카피라이터 일을 하지만 그림을 그렸고 가구 디자인과를 졸업한 카피라이터 이유미
사실 나도 문과를 졸업했지만 지금은 문과와는 관련없는 업무를 하고 있다보니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쉬운 길만 택했다.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그때 잠깐 멈추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였을까, 뭘 할 때 가장 행복했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후회를 덜했을 텐데. 그땐 왜 그렇게 쫓기듯 진로를 정했는지, 휴학도 해보고 그 기간동안 다른 일도 좀 해보면서 진짜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걸 좀 더 일찍 찾았더라면 좀 다른 인생이 되지 않았을까? p112"

 
학생 때 좋아하는 건 많았지만 진로와 연관되어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인생이 참 구불구불 우여곡절이 많아서 울기도 많이 울고 고민도 많이 했더랬다. 물론 지금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직접 찾아서 하고 있지만 때로는 추억에 잠기다 보면 그때 당시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어떤 책은 반드시 읽는 '시기' 즉 '때'와의 궁합이 있다. 당장은 집중도 안되고 페이지도 잘 안 넘어가는데 나중에 읽어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안 읽었을까 싶은 책 말이다. p142"

 
이 말에 참 공감한다- 난 책은 인연 그리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 책도 어쩌면 내가 읽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인연이 닿아 읽게 되었고 공감을 하게 된 만큼 책은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작가의 말처럼 반드시 읽는 시기가 적용된 책도 있는데 그 책은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고등학생 때 월마다 동일한 금액을 내면 책을 몇가지 고를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그때 책을 구입하고 실제 다 읽기까지는 몇년이 지난 후였던 거 같다.


넘겨지지 않는 앞의 페이지를 여러번 반복하고 겨우 1권을 넘어서면서 속도가 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내용이 흐릿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봤던 책 중 하나. 책을 다 읽고 장미의 이름에 심취해서 작가의 설명이 담긴 책도 따로 구입했을 정도로 푹 빠졌던 그 책을 다 읽게 될 줄 고등학생때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책은 때때로 읽는 시기가 있기도 하다.

 
"사랑은 '나를 너에게 주고 나는 비어가는 일'이 아닙니다. 서로의 경험과 느낌과 생각과 세상을 함께 나누면서 같이 넓어지는 것'이 사랑이길 바랍니다.(중략) 그리하여 이별 역시 '그가 나를 가져가서 내가 비어버리는 일'이 아니라 '그는 떠났지만 그에 게서 배운 것이 내 안에 남는 일'이 되길 바랍니다

- 정현주≪거기, 우리가 있었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 사람의 취향에 맞는 책 또는 음악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책에 공감할수록 작가가 좋아하는 책 그리고 음악을 찾아보는데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에서도 다음에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

"적당히 미움받고 적당히 사랑받는 게 최선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마음먹어야 한다. 안 좋은 감정을 내 속에 담아두지 말자. 안 좋은 에너지는 사람을 바닥으로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상대를 미워하는데 내가 기운 날 리 없다. 누군가 꼴도 보기 싫어지면 안 좋은 생각이 머리나 마음에 가득 차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내 인생에서 마지막인 오늘을 싫어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으로 시간을 흘려보낼 순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썰물 빠지듯 잡념들이 깨끗이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 미적미적 남아서 나를 힘들게 한다. 그렇게 남는 찌꺼기들을 털어버리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냥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도 닦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속 편한 사람은 남 신경 안 쓰는 사람이다. 자기가 우선인 인생이다.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치거나 상관하지 않는다. 나 좋으면 그만이다.
짧은 인생이지만 겪어보니 그런 사람이 더 잘 먹고 잘 살더라. 어찌 보면 그 사람이 현명한 거다. 구구절절 남에 의해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삶이 구차하고 지겹다
아, 홀가분해지고 싶어라. p180"


인생이란 나를 위해 사는 것인데 뭐 그리 신경 쓸 게 많은지- 사실 남을 신경 쓸 필요는 없는데 가끔은 오지라퍼가 되서 참견하게 되는 내 모습. 나름 참고 참아서 정말 안되겠는 부분을 말하는 건데 아마 상대방은 뭐야? 싶겠지. 정말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시선에 굴하지 않고 철저하게 나를 위해 살고 싶다

 
"그때 진작 별 재미도 보람도 못 느꼈던 미술 선생이란 타이틀을 떼버리고 좀 더 일찍 글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잔잔한 일상에 안주하기보다 모험을 하더라도 진짜 원하는 걸 찾으려고 좀 더 빨리 노력했더라면. 흘러간 시간이야 되돌릴 수 없고 그 시간 또한 어떻게든 내 인생에 자양분이 됐지만 말이다. p245"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 나 자신이 있기까지 그 수많은 시간들을 결코 무시하고 싶지 않다. 평탄한 삶은 비록 아니었지만 그때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공감하고 이해하고 추억하던 시간
솔직 담백하게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역시 책이란 참 좋구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