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길, 천 개의 시내버스

"삶의 아름다움이란 대단한 사건이 아닌 소소한 것들에 있다.

상처가 깊은 사람은 간간히 누군가를 괴롭혀야 산다.

"아빠, 기사들 무슨 불만 있어? 마스크에 새까만 선글라스까지 끼고!"
"아빠도 가끔 그래."
"정말 재수 없어!"

"하루 종일 운전하고 나면 목이 칼칼해,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잖아. 앞문 열었다 닫았다 하면 먼지가 얼마나 날리는데."
"그럼, 새까만 선글라스는?"
"자외선 때문에 눈 따갑고 시어서 운전 못 해. 그러다 백내장 걸리면 돈들고."

2017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육천사백칠십 원이다.

2018년, 현 정부 들어 내 가족의 삶의 질은 놀랍게 좋아졌다.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퍼센트 올라 딸아이 월수입이 이십만 원가량 늘었다. 아들한테는 얼마 늘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상적인 격일제 운행을 가능케 했던 근로기준법 59조 독소조항 폐기로 4월 현재 아빠는 그토록 고대하던 1일 2교대 시범운행 중이다.

미원 넣고 음식 하면 죽는 줄 알거든근데 미친놈이 바로 이 맛이라는 거야

탕 : 기점에서 종점까지 편도 1회를 운행하는 속어.
노선마다 다르며 보통 하루 10회에서 12회를 운행한다.

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양화대교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씨팔것, 벌 수 있을 때 벌어야지!"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버스기사는 근골격계 질환이 많다. 앉아서 장시간 반복 동작을 하다 보니 관절에 무리가 많은 듯하다. 이백여 명의 동료 중 한두 명은 늘 병가중이다.

전주 시내버스는 결손가정이다. 승객이 노인 아니면 학생이다. 엄마 아빠는 자가용 타고 돈 벌러 다니기 바쁘다. 아이들이 버스 안에서 무얼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버스는 도시와 도시를 잇고
마을과 마을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도시와 마을과 사람을 잇기도 한다.

산다는 건 리듬을 타는 일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이동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자유‘는 ‘자기의 이유‘로 사는 것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시내버스기사만큼 정직한 직업도 드물다. 차 바닥에 떨어진 십 원짜리동전 하나라도 보는 즉시 돈통에 넣는다. 하루 종일 CCTV 네 대가 안팎으로 기사를 돌본다.

무슨 일이든지 하려면 한도 끝도 없고 안 하려면 할 게 없다.

데마찌 : 막일하는 곳에서 많이 사용되는 일본말. 일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회사 수습기간은 삼 개월이지만 기사 내부 수습기간은 삼 년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예측하며 산다.

무 빵 : 접촉사고를 낸 적이 없다는 속어.

시내버스 3대 핵심 업무 중 하나가 운행 중 동료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이다.

기사 생활 이 년여 만에 터득한 시내버스 최고의 덕목은 닥치고 빨리달리는 것이고 승객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는 친절한 언행이 아니라 과감한 신호위반이다!

"삶은 당신이 잠들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無가 배경이다.

시내버스의 세 가지 큰 덕목

승객이 있건 없건 시간 맞춰 제 궤도를 돈다.
빠르고 넓은 길을 놔두고 굽이굽이 돌아 나온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사랑법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

당신 몸이 앞으로 안 쏠리면 시내버스가 아니다.

치매 등급이 절실한 가족은 막상 치매 판정을 받기가 어렵다. 판정위원앞에서는 바짝 긴장해 정상이 되기 때문이다. 치매 판정을 받으려면 치매처럼 보여야 하는데 치매 때문에 연기가 안 된다. 늘 네거티브를 즐기던 장모님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허 서방 같은 사람도 없어‘ 하실 때치매라는 걸 처음 인정했다. 딸 앞에서는 자주 무너지시던 양반이 사위앞에서는 무너지신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복 따복 : ‘조금씩 조금씩‘의 방언.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

버스는 한번 문 닫으면돌이키기 어렵다"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는 옳고자기 인식 수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삶이 징그럽게 외롭고 고독한 대목이다."

"몸으로 먹고사는 사람은팔짱 끼고 자신을 부리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생각이나 눈으로는 쉬워 보여도막상 몸으로 그 기대를 실현해내기는어렵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좋다. 싫다. 기쁘다. 슬프다. 밥이나 먹자!
다섯 마디 외는 모두 미혹이듯버스에서는 간다. 안 간다. 딱 두 마디만 진실이다.
쓸데없는 소리가 쓸데 있는 소리보다 많다."

"갑이 을의 노동을 완전하게 이해하고배려할 수 있다는 것은인간미의 정점이라고 본다.
분명 그분들의 삶도 고단했을 것이다."

"과로사회의 최전방에서 장시간 운행을 통해서만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모든 직업운전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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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14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민ngs01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2022-01-14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