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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평점 :
“특히 프리랜서로 살기로 결정한 후에는 불안들이 더 쑥쑥 자라는 것 같습니다. 수풀집에 싹을 틔운 한 포기 광대나물처럼 어디선가 날아와 싹을 틔우고, 아름다운 꽃으로 매력을 뽐내다가 어느덧 마음 밭을 점령해버리는 걸 느껴요. 불안에 너무나도 취약한 저는 그걸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7월의 텃밭에서 여전히 기세등등한 광대나물을 뽑으며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런 불안이 찾아오면 뿌리내리기 전에 얼른 뽑아내야겠다고요.”
텃밭 나무에서 뜯은 개두릅을 데쳐 직접 담근 고추장, 짜낸 들기름으로 무쳐 점심을 먹고, 늦가을 곱게 빻아 둔 도토리 가루에 물을 섞어 뭉근한 불 위에서 천천히 저어 묵을 쑵니다. 커피를 내려 봄볕이 따뜻한 마당으로 나가요. 꽃나무 이름을 맞히며, 사는 이야기를 하며 하하 호호. 볕을 등지고 앉으니 등이 따뜻해 잠이 솔솔 옵니다. 모처럼의 5월 휴가에 찾은 시골 본가에서의 한때.
엄마 아빠가 직접 기른 작물들로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밥을 먹으면 뱃속이 뜨끈해지고 힘이 납니다. 세사에 시달리는, 키만 자란 여려빠진 어른을 위로하고 토닥이는 힘이 여기, 내가 나고 자란 이곳에 이 사람들에 있는 듯해요. 치열한 도시 생활에, 회사 생활에 지친 작가들에게도 오늘의 나처럼 흙과 나무와 볕의 위안이 필요했던가 봅니다.
문경과 금산, 전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지역에 각자의 ‘집’을 마련해 각자의 취향대로 알차게 시골살이를 하고 있는 두 작가.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 묶음.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x귀찮,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입니다.
수십 통의 편지를 나눠 책으로 엮을 사이니 당연히 시작부터 이미 아주 가까울 거라 생각했는데, 두 작가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점점 마음을 나누고 친밀해지는 게 눈에 띄게 느껴져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어요.
마냥 익숙하지만은 않았을 시골살이를 선택하고, 척척 해내는 작가들의 하루가 멋지고, 어떤 날을 귀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합니다.
프리랜서의 삶을 살려 한다고, 도시를 떠나 살려 한다고 그렇게 제대로 정착해 철별로 작물을 심고 잡초를 뽑고 동네 원주민들과 교류하며 지내는 생활을 이렇게나 잘 해낼 줄이야.
‘농부’답게 날씨와 계절, 그리고 특히 ‘절기’를 화두로 삼는 두 친구-가 된 작가들-의 소박하지만 꽉 찬 생각과 환경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어떤 단단한 다짐들이 담긴 편지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갔답니다.
이들처럼, 내가 마음 쓰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자고, 새 다짐을 적어 봅니다.
출판사(밝은세상)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계절책갈피와, 시골집 마당 화분에 심은 씨앗연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