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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양식 - 우리 집 식탁이 레스토랑이 되는 셰프의 비법 레시피
이상민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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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요리를 선사하는 셰프가 되기를 꿈꾸는 동안에도, 그런 셰프가 되어서도 십수 년 간 온 정성으로 열심히 기록해 온 소중한 요리 족보. 《오늘의 양식》입니다.

셰프, 파티시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늘 나오는, 재료 하나하나 더하고 덜고, 조리 방법을 바꾸어 가며 요리의 맛과 모양의 변화를 노트에 기록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느끼곤 했어요. 스스로 추구하는 최고의 맛과 플레이팅을 찾아가는 과정, 셰프 개인의 취향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의 입맛과 시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맛과 모양을 찾아가는 길.

요리 초보인 제가 하면, 같은 요리라도 할 때마다 맛이 달라요. 공식 없이 느낌으로 하니까. 엄마에게 물어 따라 해도 엄마 손맛은 따라갈 수 없고 매번 '얻어걸려' '그래도 겨우 먹을 만한' 맛에 이르는 느낌. 아직 부족한 실력이지만 저도 재료의 종류별 양, 손질 방법, 조리법을 담아 나만의 레시피를 기록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셰프의 비법을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좇아 완성한 요리로 축하할 일이 있는 날, 기분 좋은 날, 혹은 지쳐 힘이 빠지는 날 스스로와 가족에게 축하의 의미로, 때로는 보약으로 선물하고 싶네요.

첫 도전은 “새우 새송이버섯 크림소스를 곁들인 등심스테이크와 누룽지 야채볶음 그리고 라디치오로 감싼 단호박 샐러드&산딸기”. 산딸기는 산딸기 철에. 가끔 먹던 붉은 채소의 이름이 라디치오인 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잘 할 수 있겠지요!



출판사(메이킹북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_making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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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클럽
김쿠만 외 지음 / 냉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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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고 걷고 밥을 해 먹은 것밖에 없는데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생활비가 급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모아놓은 돈이 빠져나가는 게 아깝긴 했다. 그렇다고 일을 구하는 건 싫고 아르바이트라도 할까. 음 아직 일러. 하지만 아르바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낼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방학도 없이 한 직장에 꾸준히 다니고 아침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는 걸까. 몇 달 전까지 나도 그렇게 살았으면서, 왜인지 그때의 내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소설집 《러닝클럽》, 최미래 <호흡 메이트> 中

러닝클럽 앱과 함께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섯 편의 소설을 묶은《러닝클럽》.

현실에서 잠시라도 도망가고 싶어서, 갑자기 이상한 병증이 생겨버린 몸을 되돌려 보기 위해서, 돌아가신 아빠와 함께 뛰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다쳐서 갇히고 막힌 내 마음을 다시 꺼냈으면 하는 친구의 바람 때문에...

달리기 시작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모두에게 '달리기'가 결국은 치유와 회복의 방법이 되어준 듯해요.

나는 '지쳐서', '사람들의 솔직함이 징그러워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달리고 요리해 먹고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퇴사 후에 온몸에 비정상적인 땀을 낼 수 있게(?) 된 나를 걱정한 친구 민영이 건강한 땀을 흘리라며 러닝클럽 앱과 함께 달리기를 제안했어요.

러닝클럽 브리드라인으로 연결된 인연으로 만난 로즈 언니가 알려 주는 요리 꿀팁, 인생 꿀팁(귀엽게 살기)은 소소한 듯하지만 큰 도움이 됩니다.

나보다 몇 달 먼저 회사를 나갔던 채리 씨, 안부를 묻는 척하며 채리 씨가 스티커 사진 가게를 차렸단 소식을 전하는 오지랖 넓은 전 직장동료 덕에 채리 씨의 근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한 동료 하나 없이 지냈어도, 혼자 먹는 도시락에도 정성 들여 스스로를 위할 줄 알던 채리 씨는 지금, 그때보다 훨씬 잘 살고 있는 것 같네요. 나는 어떨까요.

책을 읽는 내내, 탁 트인 곳으로 나가 짧게라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귀엽고도 메시지는 묵직한, 힐링 소설이었답니다.




출판사(냉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lh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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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서전 - 100가지 질문에 답하며 완성하는 엄마의 이야기
부키 편집부 지음 / 부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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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을 쓴다는 건, 좀 쑥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언젠가 엄마 아빠와 TV를 보는데, 돌아가신 아빠가 생전 손글씨로 빼곡하게 남긴 자서전을 책으로 엮은 딸의 사연이 나오더라구요. 아빠가 그리울 때마다 책을 쓰다듬고, 읽어 내려간다고.

그때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 자서전을 쓰는 거야 쑥스러워도, 엄마 아빠의 이야기가 남는다면, 그건 내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돼 줄 것 같다는 마음.

그래서 이번에 만난 이 책, 《엄마 자서전》이 더 반갑게 다가왔어요. 백 개의 질문으로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과 그 기록을 선물받았습니다.

엄마가 요즘 자주 하는, '나는 지금이 제일 좋다, 젊을 때로 돌아가라고 해도 싫다. 아등바등 안 하고 너네도 걱정할 것 없이 살고 여유로운 지금이 제일 좋다' 하는 말이, 그저 기쁘게만 들렸었는데 오늘은,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날의 엄마 아빠를 내가 안아 토닥여 주고 싶어요.



출판사(부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bookie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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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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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친구의 무덤가에 서서 한 줌 흙을 관 위에 뿌린다. 얼굴에 떨어지는 4월의 빗줄기가 차갑다. 그러나 그는 울지 않는다. 그는 장차 친구의 허파가 건강해질 날을, 병상에서 일어나 웃을 때를, 둘이 함께 맥주를 마시고 요트를 타고 이야기를 나눌 시절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는 울지 않는다. 그는 친구와 함께 나지막하고 밋밋한 식탁에서 샌드위치를 먹을 미래의 특별한 날을, 그가 사랑받지 못할까 두렵다는 말을 하면 친구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일 날을, 창유리로 빗방울이 흘러내릴 그날을 아련하게 기다린다."

앨런 라이트먼 소설, 《아인슈타인의 꿈》中

1905년 스위스 베른. 봄에서 초여름까지의 서른 날, 청년 아인슈타인의 시간에 관한 서른 가지 꿈의 기록. 앨런 라이트먼 소설, 《아인슈타인의 꿈》입니다.

아인슈타인의 꿈속에서 시간은 매번 전혀 다른 모습으로 흐릅니다. 어떤 꿈에서는 일정한 시간의 반복으로 일어났던 일들이 순서 그대로 무한히 되풀이되기도 하고, 어떤 꿈에서는 매일 오늘이 생애 첫날인 것처럼 집의 위치나 가족, 그 모든 것을 새로 알아가야 하지요. 사는 곳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사람이 늙어가는 속도가 다른 세상을 만나기도 합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꿈에서는 병으로 죽은 친구를 묻으며, 시간이 흘러 친구가 병 들기 전으로 돌아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함께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간이 각각 다른 모양으로 흐르는 꿈속 세상은 상상할 수는 있지만 다분히 비현실적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환상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네요.

시간이 미래로만 흐르지 않아도 된다면, 내가 원하는 속도와 방향대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 살 수 있다면 과거의 어느 때로 돌아가, 그때부터는 시간 본래의 흐름대로 내일, 내년을 향해 가면서 그렇게 살아 보고 싶어요.

아인슈타인의 꿈속에서는 미래를 이미 겪은 사람이 과거에 돌아와선 앞으로 일어날 일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방해하지 않기 위해 도시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미래를 알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어떤 세상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길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갈지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자극을 주는 “예쁜” 소설입니다.



출판사(다산북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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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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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리랜서로 살기로 결정한 후에는 불안들이 더 쑥쑥 자라는 것 같습니다. 수풀집에 싹을 틔운 한 포기 광대나물처럼 어디선가 날아와 싹을 틔우고, 아름다운 꽃으로 매력을 뽐내다가 어느덧 마음 밭을 점령해버리는 걸 느껴요. 불안에 너무나도 취약한 저는 그걸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7월의 텃밭에서 여전히 기세등등한 광대나물을 뽑으며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런 불안이 찾아오면 뿌리내리기 전에 얼른 뽑아내야겠다고요.”


텃밭 나무에서 뜯은 개두릅을 데쳐 직접 담근 고추장, 짜낸 들기름으로 무쳐 점심을 먹고, 늦가을 곱게 빻아 둔 도토리 가루에 물을 섞어 뭉근한 불 위에서 천천히 저어 묵을 쑵니다. 커피를 내려 봄볕이 따뜻한 마당으로 나가요. 꽃나무 이름을 맞히며, 사는 이야기를 하며 하하 호호. 볕을 등지고 앉으니 등이 따뜻해 잠이 솔솔 옵니다. 모처럼의 5월 휴가에 찾은 시골 본가에서의 한때.


엄마 아빠가 직접 기른 작물들로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밥을 먹으면 뱃속이 뜨끈해지고 힘이 납니다. 세사에 시달리는, 키만 자란 여려빠진 어른을 위로하고 토닥이는 힘이 여기, 내가 나고 자란 이곳에 이 사람들에 있는 듯해요. 치열한 도시 생활에, 회사 생활에 지친 작가들에게도 오늘의 나처럼 흙과 나무와 볕의 위안이 필요했던가 봅니다.

문경과 금산, 전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지역에 각자의 ‘집’을 마련해 각자의 취향대로 알차게 시골살이를 하고 있는 두 작가.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 묶음.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x귀찮,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입니다.


수십 통의 편지를 나눠 책으로 엮을 사이니 당연히 시작부터 이미 아주 가까울 거라 생각했는데, 두 작가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점점 마음을 나누고 친밀해지는 게 눈에 띄게 느껴져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어요.


마냥 익숙하지만은 않았을 시골살이를 선택하고, 척척 해내는 작가들의 하루가 멋지고, 어떤 날을 귀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합니다.
프리랜서의 삶을 살려 한다고, 도시를 떠나 살려 한다고 그렇게 제대로 정착해 철별로 작물을 심고 잡초를 뽑고 동네 원주민들과 교류하며 지내는 생활을 이렇게나 잘 해낼 줄이야.


‘농부’답게 날씨와 계절, 그리고 특히 ‘절기’를 화두로 삼는 두 친구-가 된 작가들-의 소박하지만 꽉 찬 생각과 환경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어떤 단단한 다짐들이 담긴 편지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갔답니다.


이들처럼, 내가 마음 쓰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자고, 새 다짐을 적어 봅니다.



출판사(밝은세상)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계절책갈피와, 시골집 마당 화분에 심은 씨앗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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