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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일본 교과서 속 일본 근대 문학
강산 / 바른번역(왓북) / 2024년 6월
평점 :
일본 교과서 속 일본 근대 문학
강산 김소희 김지영 옮김
내가 지금은 책을 많이 보지만 학창 시절에는 공부와는 담쌓고 살았었다. 그래도 교과서에 나와서 아는 작가들이 있다. 뭐 피천득, 이상, 김유정, 이광수? 사실 이들의 이름만 알지 아직도 작품은 제대로 못 읽어봤다.
그런데 일본도 당연히 교과서에 실리는 문학작품이 있다. 교과서에 실렸단 말은 일단 작품성이 검증이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작품 세계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또 독자들의 생각과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일본의 교과서에는 어떤 작품이 실렸을까?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궁금해졌다. 책에는 3명의 작가가 나온다. 각각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인듯했다.
[미야자와 겐지]
먼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같은 작품 3편이 나온다. 주인공에게 편지가 왔는데 들고양이가 보낸 것이다. 가장 훌륭한 도토리를 뽑는 재판에 참여를 위해서이다. 이 외에도 동물들이 첼로 연주자의 연습을 도와주는 작품, 병사 둘이 음식점으로 가서 이런저런 주문들을(옷을 벗어라, 총을 내려놔라, 크림을 몸에 발라라 등등) 받는 황당하고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품도 있다. 보면서 이웃집 토토로나 고양이의 보은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생각이 났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작가는 불교적인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런저런 곳에서 들어본 종교적 설화를 각색한 것 같았다. 도스토 옙스키의 소설 백치였나? 까라마조프였나? "양파 한 뿌리"의 단편이 있다. 그것과 내용은 똑같지만 그 양파 한 뿌리가 "거미줄"로 대체된 소설 #거미줄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죄인이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는 살아생전에 유일하게 잘했던 일, 바로 거미 한 마리를 살려 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부처님이 거미 한 마리를 지옥으로 내려보냈다. 죄인은 거미줄을 발견하고 그 줄을 붙잡아 지옥을 탈출하고 있었는데, 다른 죄인들이 따라와서 발버둥 치다 결국 줄이 끊어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거미줄은 어차피 사람 한 명도 지탱할 수 없다. 죄인의 자비심으로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 와중에 욕심을 내서 결국 구원을 받지 못한 이야기다.
마치 일장춘몽과도 같은 "두자춘"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었다. 내용을 미리 알려주긴 그렇고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교훈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바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이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듯하다.
[모리 오가이]
이 분은 고등학교 교과서 담당인가? 하며 봤는데 예상이 맞는 것 같다. 작품이 좀 더 섬세하다. 첫 작품 "무희"는 약간 문체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도 비슷했다. 독일로 유학을 떠난 일본 학생이 우연히 만난 무희와 사랑에 빠졌다. 이 작품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유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순간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걸림돌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어서인듯하다. 무희가, 아니 사랑이 걸림돌이 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출세를 앞두고 공부해야 하는 제국주의의 학생들에겐 그럴 법도 하다.
일본 교과서 속에서 나오는 문학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분량이 아쉬웠다. 일본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들이 많은텐데 2편도 더 두껍게 나오면 좋겠다. 번역가님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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