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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11년 7월
평점 :
5주에 걸쳐 완독한 책.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본문의 텍스트가 꽉 차있어서 일반책 800p 정도 될것 같다. 암에 대한 생물학적, 의학적인 지식을 얻고자 선택한 책이었는데, 그런 내용들보다 암에 걸린 환자들과 그 가족들, 암을 연구한 과학자들, 의사들에 대한 일대기들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암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
부처님이 생각나는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는데,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상을 받을만 하다는 생각을 넘어서, 이 책 아니면 어떤 책이 받았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수려한 문장과 시적인 표현,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과학자들과 환자들과 발병, 치료, 연구 사례들을 어떻게 정리해서 썼는지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과거에는 암에 걸리기도 전에 천연두나, 결핵 등의 전염병으로 먼저 죽어서 암의 존재는 덜 알려져있었다. 백신의 개발로 전염병으로 죽는 일이 대폭 줄어들고, 공중보건위생으로 결핵이 거의 사라졌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암 발병률 또한 늘어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흔한 질병이 되었다.
고대에도 암이란게 있었지만 치료법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고, 히포크라테스는 암은 치료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게 더 오래산다고 했다. 19세기까지 의사들의 수술은 손소독도 없이 이루어졌고, 마취도 없었기에 유방암에 걸린 환자의 생살을 잘라내야 했다.
이후에 마취와 소독이 이루어졌고, 암절제수술 부위 가장자리로부터 재발이 이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더 광범위하게 잘라내는 근치수술이 유행하였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방사선이 암세포를 죽인다는 것을 발견하고, 전쟁 화학전에서 사용하는 머스타드 가스가 백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전쟁에서 사용하는 화학공격이 암과의 전쟁에서 화학치료로 전환된 것이다.
항엽산제로 백혈병을 치료하던 시드니 파버는 암연구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지만 당시 암에 대해 국가적인 사활을 걸 정도의 인식이 없었다. 암과의 전쟁을 위해 정치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걸 절감한 그는 사교계 대모인 메리 우더스 래스커와 손을 잡고 대규모 광고와 모금활동을 활발히 하여 국회, 정부의 지원을 받는데 성공한다. 이들의 활약이 암과의 전쟁사에서 상당한 비중을 두기에 책에서도 중요하게 언급했고, 내 리뷰에도 언급해본다.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이나 화학치료를 하면 일반세포도 죽는것을 감수해야 했고, 좀 낫는다 싶으면 재발하여 과학자들은 늘 어려움에 빠졌다. 다른 치료제를 찾아내고 배합하고 시험하는 동안 수많은 환자들이 희생된다. 지금 암의학의 발달은 의사와 과학자들의 노고도 있지만 희생된 이름모를 환자들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암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세포속의 유전자까지 탐색하게 되며 결국 우리 유전자안에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실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로써 재발위험이나 일반세포도 죽이는 표준화학요법에서 분자표적요법이 발전되며 암치료는 진화하는 듯하나 암세포는 또 그 표적요법에도 적응을 하며 끝없는 행군이 지속되고 있다. 제자리 걸음인듯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 암에 걸린 사람의 생존기간이 늘어나고는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모든 유전자의 모든 돌연변이가 파악된 암 유전체의 서열 전체가 확보되고, 알고리듬으로 암의 성장과 생존에 기여하는 경로를 파악하여 표적요법으로 치료와 관리가 용이해질것이라고 한다.
암은 우리 자신의 일그러진 형태라고 한다. 분열하고 번식하고 전이하는 기능이 원래 세포의 기능 그대로이기 때문이며 다만 끄는 스위치가 없다는 것만 다른점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 살면서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희망사항이고, 언제 암에 걸릴것인가가 문제라고 한다. 암세포는 아주 느린 행군을 한다. 수없이 많은 세포분열 과정중에 돌연변이들이 쌓이고 쌓여서 암세포가 만들어진다. 많이 알려진 발암물질들과 나쁜음식, 환경호르몬 등이 이를 돕는다.
내가 암에 걸린다면 100살이 되고 싶다. 암세포도 우리 세포에서 온 우리 자신이다. 몸에 대해 이해하고 내 몸에 이로운 식습관을 가지며 암이 발생할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나가서 암 발병률을 낮춰야겠다.
책을 저술하신 싯다르타 무케르지와 번역하신 이한음씨에게 감사를 표한다. 책에 실리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무엇보다 환자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
📚"설령 완치가 눈앞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세대의 약물이 암들을 통제할 것이고, 첫 세대의 약물이 듣지 않으면 두 번째 세대의 약물이 굴복시킬 것이다."
- 저메인 번 <5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