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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필사책 어린 왕자 -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ㅣ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1년 3월
평점 :
어린왕자!
어린이 명작 동화부터,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 목록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이다.
누구나 제목은 들어봐서 너무나도 친숙한 이야기.
사실 어린왕자 책을 안읽어도 한번쯤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정도는 알수 있을 것이다.
이미 몇 번이나 읽어서 굳이 다시 손 가지 않을 책인데 이 도서는 특이점이 있다.
“필사”
익숙해진 디지털과 인터넷 세상에서 점점 손으로 필기하는 일이 없어졌고, 이력서 조차도 인터넷으로 작성하는 시대라 나, 혹은 타인의 손글씨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점차 글을 쓰는 팔의 힘도 약해지고, 필체eh 흐트려져 초등학생이 쓴 글씨 같아지고, 또 빠른속도에 의한 타이핑으로 발생되는 오타나, 유행된 줄임말들로 무엇이 표준어인지조차 헷갈리는 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나보다. 최근들어 필사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나 역시 필사를 해볼까 싶어 짧은 시집을 사서 안쓰는 노트하나 구해 써보기도 했지만,
책과 노트를 챙겨 몇장 따라 쓰는 과정이 귀찮았는지 꾸준함보다는 간헐적으로 쓰게 되었다.
그러다 한권으로 필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우연찮은 기회에 체험을 해보게 되었는데
책을 받은 순간 “어머 멋진걸?” 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미완의 책처럼 책 등 부분이 표지로 감싸지지 않고 실제본 형태로 되어있어서 책을 완전히 펼칠수 있고, 더불어 예전에 양반님께서 보시던 서책(?) 감성이 물씬나서 왠지 훈장님 앞에서 무릎꿇고 필사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을 펴보면 왼쪽은 보고 따라 써야할 “어린왕자” 내용이, 오른쪽은 빈 줄노트로 직접 따라 쓸수 있게 되어 있는 구성이다.
나는 만년필로 필사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종이가 얇았고, 그래서 뒷장에 배어나와서 보고따라 쓰는 부분에 얼룩이 생기진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어 망설여졌다.

고민은 잠깐, 용도에 맞게 만년필로 첫장을 써봤고, 우려와 달리 뒷장은 자국이 아예 없진 않아도 비쳐보거나 자세히 봐야할만큼 약해서 필사하는데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필기구를 골고루 테스트 해봤다.
2종류의 만년필, 연필, 볼펜, 플러스펜, 플러스펜은 색을 바꿔보면서도 해봤지만 그 어느하나 필사에 방해될만큼 뒷장에 영향을 주는 펜은 없었다.
오래전에 읽었었고,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라 다 안다고 생각했던 책을, 한자 한자 따라 쓰면서 한 장이 끝날 때 마다 사막한 가운데 떨어져서 외로움과 고요속을 경험했던 생떽쥐베리와 어쩌면 그의 어린날, 혹은 우리의 지난 어린시절일지 모르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음미한다.
매일 퇴근후에 한 장 혹은 여러장을 정성껏 쓰면서 어쩌면 나는 생떽쥐베리가 되어 지금 한자 한자 어린왕자를 집필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고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필사해보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