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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역
김준녕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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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배급되는 검은 죽 이외에는 인간의 존엄의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노동에 시달리는 '붉은구역'의 사람들. 열살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하루에 12시간 동안 페달을 밟고, 열일곱살부터는 광산에서 활성탄을 캐야한다. 정부가 지정한 붉은 구역의 수장이자 감시자인 '마름'과 늘 이 지긋지긋한 붉은 구역의 혁명을 주장하는 혁명대장이 뒤를 이어 혁명을 일으킨다.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각자의 삶을 쟁취할 수가 없어. 우린 그런 시대,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어. 모두가 나서야 해." p64
붉은 구역에서 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이 죽고 그 죽은 인원만큼 새로운 세대원으로 어린 아이들이 공급되는데 식량은 부족하고 인원은 보충되니 모든 것이 고통스럽다. 그러던 중 생존혁명으로 세대원이었던 '이아'가 마름이 된다.
세대가 흘러 4-4세대원의 대표이자 혁명간부였던 '피아'는 '이아'를 이어 마름이 될 운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정부의 발표로 87명이나 희생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혼란에 휩싸인다. 그러던 중 '이아'의 도움으로 경계면 밖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렇게 검은 구역으로 넘어오게 되는데 붉은 구역은 온통 남자 뿐이었다면 검은 구역은 남녀가 함께 있으며 온통 출산을 위해 힘쓴다. 산책을 하던 중 기절한 피아를 발견한 '하나'는 임신중이었으며 자신의 먹을 것을 피아에게도 준다. 여긴 한 사람이 두 사람 분의 먹을 것을 충분히 갖고 있다.
'무엇이 맞는 걸까? 일부 없이 전체가 있을 수 있을까? 전체 없이는 일부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p223
검은 구역에서 출산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오염구역으로 보내져서 청소하는 역할을 하러 보내진다. 물론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없다. 그 길을 가던 도중 페달을 발견하게 된 피아는 이 곳이 옛 붉은 구역이며 오염구역은 없고 오로지 인구수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계획임을 깨닫는다.
또 한 번 경계면을 넘어 '푸른구역'에 도착한다. 푸른 구역은 모두 여자이며 해녀들로서 바다의 풍부한 해양자원을 캔다. 물론 여기도 할당량이 정해져있지만 먹을거리가 풍부하니 평화롭다.
'정부는 전부 알고 있어. 어떤 사고가 벌어지고 몇 명이 죽을지!' p277
구역을 지나갈 때마다 점점 알게되는 정부의 실체. 그리고 보라구역으로 넘어간다.
'디기'라는 돼지와 흡사하게 생겼는데 사람의 말을 하는 생물을 발견한다. 사실상 인간의 눈으로 보면 '돼지 인간'이다.
'보이는 모습이나 풍기는 냄새는 모두 다르지만, 본질은 다 같아요."
"어떤 본질이요?"
"모두 이 땅 위에 살아 있다는 점에서요." p.313
보라구역은 할당된 노동도 없고, 집안에 잔뜩 쌓여있는 음식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붉은 구역을 비롯한 다른 구역에서 노동한 결과로 편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피아'의 화를 높였고, 쌓아둔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디기가 살던 곳을 불태우고 고기로 맛있게 먹게 된다. 그러면서 보라구역의 독특한 생명체를 만나는데 그 때마다 불태우고 다 잡아 먹는다. 보라구역의 마지막에 도착했을 때 더 이상 먹을 것도 없고 쓰러지는데 피아의 눈 앞에 나타난 한 대의 비행기.
"난 도저히 못하겠어. 인간답지 않아."
"무슨 상관이야? 우린 이미 그렇게 살아왔어. 각 구역에서 죽은 사람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태어났어." p.343
이 모든 것을 관리 했던 건 사실은 '에테르나라'라는 인공위성이며 오로지 '인간이라는 종의 종속'을 위해 지구를 관리하고 있다. 에테르나라의 최고 결정자는 집정관으로 불리며 두 명이 선택되는데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코스모큐브'가 내놓는 제안을 그대로 적용하고 실행버튼을 누르는 역할만 한다. 어느날 집정관 두명이 존재조차 없이 사라지고 건, 곤, 감, 리라는 이름의 4명이 집정관이 되는 시험을 치르며 지구2를 만들어 보는 시뮬레이션도 하고, 마지막 시험에서 실제 지구를 관리하다가 붉은 구역에서의 예상치 못한 혁명으로 인한 많은 죽음을 이유로 감, 리는 사라지고 건과 곤이 집정관이 된다.
'인류를 지속하는 것이 인류를 위하는 일일까? 만약 두 가지가 충돌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것이 아니라면? 만약 인류가 사라진다면? 이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대체 우리는 누구지?' p.418
건과 곤은 실체가 없는 에테르나라의 제 1서버 내부에 존재하는 것임을 알게 되고 지구의 인류의 생존에 책임감을 가지고 직접 지구로 내려가기로 한다. 곤은 피아에게로 건은 이아에게로.
"변화가 시작된 건 여기만이 아니었어!"
"그래, 모든 건, 이 모든 건! 우리에게서 시작된 거야!"
"죄, 선악, 벌, 심지어는 신과 구원까지!"
"심지어는 생존도! 우리가 사는 이 모든 것은 모두 우리가 만들어낸 거야!"
"그러니 우리 삶은 우리가 결정해야 해. 비록 그 끝이 멸망일지라도." p.447
지구의 기후 위기와 생존의 문제를 두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의 삶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고. 지구의 문제를 다루지만 외계의 행성에서 일어날 법한 괴리감이 있었고, 붉은 구역에서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 혁명이나 투쟁을 일으킬 명분이 다른 구역에서는 부족한 것은 사실이니까. 고통스러운 것은 하루를 온전히 편하게 살아갈 수 없는 식량과 물 그리고 언제든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온전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피아를 지나서 검은구역부터는 엄청난 속도감으로 읽을 수 있었다. 끝내 한 줄기 희망조차도 없다고 느낄 때 '기적'이라는 엄청난 생명에 대한 욕구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