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인생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을 맛있다. 지금 그녀는 돈, 그것도 그녀가 직접 번 돈을 소유하고 있었다. 구걸하고 졸라대고 구슬려서 얻는 돈이 아니라 그녀가 줄지 말지를 정할 수 있는 그녀의 돈.
284.


˝이제 우리도 정신을 차려야 하오. 여자들도 사람이지않소. 그들이 바보처럼 꾸며 입는 것은 알지만 그게 다 누구 탓이겠소? 우리 남자들이 그녀들의 바보 같은 모자를 만들어냈고 정신나간 패션을 고안해내지 않았소? 게다가 여자들이 용감하게 상식적인 옷차림을 하고 신발을 신는다면 우리 중 어느 누가 그녀와 춤을 추고 싶어하겠소? 그렇소. 우리는 여자들을 우리에게 빌붙은 존재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우리는 기꺼이 아내가 일을 하게 내버려두고 있소? 우리의 자신감에 상처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아내가 밖에 나가서 일을 하는 걸 허락하지 않지. 욕심 많은 결혼을 한다고 여자들을 비난하지만 돈 한 푼 없는 얼간이와 결혼하는 여자를 우리가 뭐라고 부르오? 불쌍한 멍청이라고 부를 뿐이지. 여자들도 그걸 알고 있다오. 이브에 대해서는 내가 거기에 있어본 것도 아니고 그 이야기를 부인할 수도 없지만 이것만 말하겠소, 이브가 세상에 악을 불러왔다면 우리 남성들이 그 이후부터 계속 악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몫을 해온 것 아니오? 이에 대해선 어찌 생각하오?˝

291.

내가 남자라면 /허랜드
샬롯 퍼킨스 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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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가 투덜댔다. ˝여자들이 머리만 길었어도 훨씬 더 여성스러워 보일 텐데.˝
하지만 나는 일단 익숙해지니까 여자들의 단발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왜 여자들의 왕관 같은 머리는 예찬하면서 중국 남성의 땋아내린 머리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우리가 여자란 자고로 머리가 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말의 경우 암수 모두 갈기를 가지고 있고, 사자, 버팔로 등의 생물체들은 수컷만이 갈기가 있는데 말이다.
59.

테리가 말했다. ˝여자들이 뜨개질을 하는 모습은 여성스러워보인다고 말할 수 있겠네.˝
제프가 바로 대꾸했다. ˝뜨개질이 여성성을 입증해주는 건 아니야. 스코틀랜드의 목동들도 항상 뜨개질을 하는걸.˝
60.

그녀들이 본질적으로 지닌 모성애가 문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우리가 말하는 ‘여성스러움‘이 현저히 부족했다. 이 점 때문에 나는 이내 우리가 너무도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매력들은 사실 전혀 여성스럽지 않으며 남성성이 반영된 결과물일 뿐임을 확실히 깨닫게 됐다. 즉 여자들은 남자들을 즐겁게 해줄 의무가 있어 그런 특징들이 발달된 것이고 이러한 특징들은 여성 스스로 자아실현을 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5.

˝선머슴들이야! 거의 다 그렇던데? 아주 냉담하고 무뚝뚝하더라. 어린 것들이 비판적이고 건방져 가지고는 소녀라고는 절대할 수 없어!˝
152.ㅡ테리

˝겸손함이 없잖아. 인내심도, 순종미도 없고, 여자의 가장 큰 매력인 유순함은 찾아볼 수가 없어.˝
172.ㅡ테리


남자들, 남자, 남자다운, 남자다움 등 남자란 말에서 파생된 여러 단어들을 들을 때 마다 우리는 세상과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들이 복잡하게 그려져 있는 거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남자로 성장‘ 하고 ‘남자답게 행동‘ 한다는 말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진정 방대하다. 이 말의 거대한 배후에는 열을 맞추고 줄을 바꾸며 행진하는 남자들, 새로운 바다로 배를 몰아 항해하는 남자들, 미지의 산을 탐험하고, 말을 길들이고, 소를 몰고, 땅을 일구어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거두며, 대장간과 용광로에서 노동하고, 광산을 파고, 도로, 다리, 높은 성당을 건축하며, 큰 사업체를 운영하고, 온 대학에서 가르치고, 온 교회에서 설교하는 남자들, 즉 온 세상에서 온갖 일을 하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 즉 세상 자체가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여자란 말을 들으면 한 성별로서만의 여성을 떠올린다.
그러나 지난 2천 년 동안 전혀 방해받지 않고 여성의 문명을구축해온 이곳의 여자들은 여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그들이 이루어낸 사회 발전만큼 거대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들에게 남자라는 단어는 단지 한 성별로서의 남성을 의미할 뿐이었다.
232.

허랜드
샬롯 퍼킨스 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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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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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새로운 생활을 기대하고 있어요. 둘이서 어디로 갈까요. 낡고 더러워도 비와 이슬만 피할 수 있다면 상관없어요. 하지만 뜰은 넓었으면 좋겠네요. 작물을 많이 기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쓰네가 신자에몬 에게
361.
안주.


˝산에는 여러 가지 신기한 일이 있거든. 이상한 일은 대개 산의신 때문이에요. 아가씨는 산의 아이가 아니라서 모를 뿐이에요.˝
헤이타가 오치카에게
75.
달아나는 물

안주
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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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자유로워야 해요. 남자들이 자유로운 만큼 말이에요˝ 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사실 이는 그가 속한 세계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여겨져야 할 문제의 핵심을 건드린 것이었다. 아무리 학대 당해도, ‘훌륭한‘ 여성은 자유 같은 건 절대로 요구하지 않아야 했다. 그리하여 아처와 같이 마음이 너그러운 남자들이 다른 이들과의 열띤 논쟁 속에서 그런 주장에 동의를 구하려는 기사도의 용기를 발휘한다. 이러한 말뿐인 관용은 사실상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전통이라는 구실로 묶어두고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관습을 기만적으로 위장한 것에 불과했다.
56.


˝내가 그녀에게 말했지. 맨슨 밍곳 가문에서 명예는 항상 명예로 남는 것이고, 정직함도 정직함으로 남는 거라고, 그것은 내가 살아 있는 한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노부인은 약간 마비된 쉰 목소리로 딸의 귀에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지. 하지만 숙모,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리자이나 댈러스예요‘ 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단다. ‘그가 너를 보석으로 치장한 순간 네 이름은 보퍼트가 된 거야. 그리고 그가 너를 수치에 빠뜨렸기 때문에 너는 보퍼트로 남아야 해‘ 라고.˝
314.
쓰러졌던 밍곳 노부인이 보퍼트 부인과의 대화를
딸인 웰랜드 부인에게 전함


아버지 세대는 서로의 속마음을 말 없이도 속속들이 알았던 반면 우리는 자기 마음조차 잘 모르긴 해요.
408.
아들 댈러스가 아처 에게


아들은 예민할 뿐 아니라 운명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자신과 똑같은 위치에 있는 대상으로 보는 자신감과 여유를 지녔다.
409.
아처가 아들 댈러스에 대해서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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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하고 허망한 것, 그저 먼지를 일으키기 위해 끊임없이 무른 돌을 갈아대는 것처럼 부질없는 게 바로 인생이라고. 너한테야 나 좋자고 하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나 같으면 깨끗이 자살하는쪽을 택할 거야.
24.
죽음이 귀스타브에게 인생에 대해


삶이란, 꼬마야, 그저 고단하고도 아름다운 여행만은 아니란다. 죽음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일이기도 하다고. 그건 견딜 수 없을만큼 고통스럽지! 인간은 그걸 참아내야 하는 거야. 어때, 각오가 돼있니, 꼬마야?
168.
시간이 귀스타브에게 삶에 대해


네 무기는 죽음이 직접 보내준 거잖아.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확신해도 돼. 죽음이 누구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자신도 탐나는 걸 준다는 사실. 그렇긴 해도 물론 그가 바라는 건 네가 임무를 수행 못해 결국 절망하고 자초자기해서 그 칼로 자살하는 거지만.
125.
판초가 귀스타브에게 죽음이 준 예리한 칼에 대해


귀스타브는 우주공간에서 이토록 소리가 잘 들린다는 사실에 놀라는 중이었다. 차르르 햇빛이 부서지며 쏟아지는 소리에, 저멀리 한참 떨어진 별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렸다. 막 달을 지나칠 때였다. 저 아래 어느 크레이터 안에서 작은 빛 하나가 반짝였다.
˝고요의 바다야.˝ 묻지도 않았는데 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죽음 이 사는 곳이지. 불이 켜져 있으니 집에 있나보군.˝
146.
시간이 귀스타브에게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건 정말이지 재미없어. 완벽한 교육을 받은 인간, 제 능력의 절정에 도달해 있는 인간의 목숨을 가져가는 게 훨씬 재미있지. 살면서 뭔가를 이룬 인간들, 그래서 쉰살쯤 되면 곧잘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데려오고 싶어.˝ 해골은 야비하게 히죽거렸다.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십 년간 뼈가 부서져라 일만한 인간말이야. 막 성공의 정점에 숨가쁘게 올라서는 마침내 자기 노동의 결실을 누리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그때, 콰당! 싹! 바로 그 순간 목숨을 낚아채는 기분이란! 정말 끝내주지!˝ 죽음은 뼈밖에 없는 주먹을허공에 대고 휘둘러댔다. ˝그런 영혼은 마땅히 기름질 수밖에 없고 그러니 더 잘, 더 밝게, 더 오래 타는 법이거든, 거기에 비하면 네 영혼은 빈약하기 그지없어. 태양까지 실어나르는 수고조차 아까울 정도라고.˝
190.
죽음이 귀스타브에게

한밤의 모험
발터 뫼어스
귀스타브 도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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