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고 허망한 것, 그저 먼지를 일으키기 위해 끊임없이 무른 돌을 갈아대는 것처럼 부질없는 게 바로 인생이라고. 너한테야 나 좋자고 하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나 같으면 깨끗이 자살하는쪽을 택할 거야.
24.
죽음이 귀스타브에게 인생에 대해


삶이란, 꼬마야, 그저 고단하고도 아름다운 여행만은 아니란다. 죽음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일이기도 하다고. 그건 견딜 수 없을만큼 고통스럽지! 인간은 그걸 참아내야 하는 거야. 어때, 각오가 돼있니, 꼬마야?
168.
시간이 귀스타브에게 삶에 대해


네 무기는 죽음이 직접 보내준 거잖아.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확신해도 돼. 죽음이 누구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자신도 탐나는 걸 준다는 사실. 그렇긴 해도 물론 그가 바라는 건 네가 임무를 수행 못해 결국 절망하고 자초자기해서 그 칼로 자살하는 거지만.
125.
판초가 귀스타브에게 죽음이 준 예리한 칼에 대해


귀스타브는 우주공간에서 이토록 소리가 잘 들린다는 사실에 놀라는 중이었다. 차르르 햇빛이 부서지며 쏟아지는 소리에, 저멀리 한참 떨어진 별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렸다. 막 달을 지나칠 때였다. 저 아래 어느 크레이터 안에서 작은 빛 하나가 반짝였다.
˝고요의 바다야.˝ 묻지도 않았는데 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죽음 이 사는 곳이지. 불이 켜져 있으니 집에 있나보군.˝
146.
시간이 귀스타브에게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건 정말이지 재미없어. 완벽한 교육을 받은 인간, 제 능력의 절정에 도달해 있는 인간의 목숨을 가져가는 게 훨씬 재미있지. 살면서 뭔가를 이룬 인간들, 그래서 쉰살쯤 되면 곧잘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데려오고 싶어.˝ 해골은 야비하게 히죽거렸다.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십 년간 뼈가 부서져라 일만한 인간말이야. 막 성공의 정점에 숨가쁘게 올라서는 마침내 자기 노동의 결실을 누리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그때, 콰당! 싹! 바로 그 순간 목숨을 낚아채는 기분이란! 정말 끝내주지!˝ 죽음은 뼈밖에 없는 주먹을허공에 대고 휘둘러댔다. ˝그런 영혼은 마땅히 기름질 수밖에 없고 그러니 더 잘, 더 밝게, 더 오래 타는 법이거든, 거기에 비하면 네 영혼은 빈약하기 그지없어. 태양까지 실어나르는 수고조차 아까울 정도라고.˝
190.
죽음이 귀스타브에게

한밤의 모험
발터 뫼어스
귀스타브 도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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