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I LOVE 그림책
하이로 부이트라고 지음, 라파엘 요크텡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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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

하이로 부이트라고 글, 라파엘 요크텡 그림, 마술연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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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어린왕자처럼 긴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아이. 《시간 여행》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당연한듯 타임머신을 떠올렸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이 시대를 이리 저리 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었지요.

책을 펼치고 가장 먼저 접한 글이 '방학이다'라는 것을 읽었을때 지금 겨울 방학이 시작된 아이들이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곧 있을 구정연휴에 할머니댁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 책에서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오네요!

'어서 할머니를 만나러 가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한 이야기가 그대로 책에 나와서 반가우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배경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풍경인데, 마음은 미래 어느 시대에 있을 법한 때와 지금의 생각이 통한다는 것이 말이죠.

우리는 왜 명절이 되면 도로가 정체되어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그 여정을 예측하면서도 길을 나서는 걸까요?

책 주인공이 자신이 살고있는 행성에서 멀리 떨어진 할머니가 사는 곳으로 왜 가는 지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 이 답이 우리가 명절이 되면 고향으로 향하는 답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할머니와 만난 소년은 할머니와 함께 동굴 벽에 그려진 다른 이의 손과 동물이 그려진 풍경을 보게됩니다.

아. 과학기술이 발달되어야만 지금 내가 과거로 가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린 이미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었네요! 과거 사람들이 자신이 본 동물들과 자신의 손을 그림으로 남겨놓았고, 그것을 보며 우리는 그 시대를 알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시간여행'인 것이죠!

할머니께서 주신 - 할아버지의 것이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것이었던 - 색연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신이 본 것을 종이위에 그려봅니다. 마치, 할머니와 함께 보았던 동굴 벽 위의 그림처럼 이 그림도 후대에 전해진다면 누군가에게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되는 것이겠지요?

내가 지금 누리고 살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이 이미 '현재'라는 시간을 '여행'하는 중이란 생각.

그리고, 우리가 남긴 기록이 기술이 발달되어 우주를 누비며 살 그 어느 시대를 맞이 한 다 해도 여기, 오늘의 기록과 삶, 함께하는 이들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며, 그들을 만나는 것이 가치있음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시간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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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I LOVE 그림책
앤드류 라슨 지음, 캐리 수코체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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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앤드류 라슨 글, 캐리 수코체프 그림, 신형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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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불 속에 들어가 손전등을 켜놓고 책을 보며 미소짓는 아이를 담은 그림책 표지. 반항기가 살짝 시작되는 사춘기 초기 아이들 같은 생각이 듭니다. '싫어!'라고 말하지만, 진짜 싫은 건 그 전체가 아니라 그 안의 어떤 부분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두루뭉술 이야기 해놓고는 날 봐달라고 이야기하는 아이처럼 말이죠. 이 그림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은 텍스트는 텍스트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각각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대로 글을 중심으로 읽었다가는 끝에가서 '이게 뭐지?'하고 다시 책 처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책입니다. 글에 익숙한 어른들보다, 그림을 읽는 능력이 탁월한 우리의 어린이들이 더 책 이야기를 잘 볼 수 있는 그림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요.

일어나는 순간부터 학교에 가고 그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 텍스트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요?

학교에서 그림그리는 시간,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잠시 등장합니다. 아이가 그리는 그림을 보세요. 무엇을 그리고 있나요? 우리 눈에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이야기는 처음 시작부터 아이와 함께한 고양이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왼쪽 면이 아이의 시간에서 보이는 풍경이라면, 오른쪽 그림에서는 학교간 아이를 따라 집 밖으로 나간 고양이의 일과를 보여줍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부터 아이가 걸음을 옮기는 매 순간마다 그 곁을 지켰던 고양이. 고양이는 자신의 친구이자 주인인 아이가 떠난 빈 방을 지킬 마음이 없어보입니다. 고양이 특유의 유연함으로 집 밖을 나와 자신의 최선으로 아이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맴돕니다. 아이가 다시 스쿨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자신도 집으로 냉큼 돌아올 만큼 영리하기도 하네요. 마치, 집 밖에는 나가지 않은 척 말이지요!

집으로 돌아와 문 뒤에서 자신을 마중하는 고양이를 본 순간부터 아이의 표정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알까요? 자신이 고양이를 보고싶어한 만큼 고양이도 자신을 보고싶어하고 그 곁에 맴돌았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자신의 모든 상황이 못마땅한 듯 '좋아하지 않는다'말하지만 해야할 일인줄 알고 해내는 아이에게 상처럼 주어지는 평안한 시간, 바로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에요. 수줍은 듯 아이가 이야기하는 말 '난 고양이 이야기는 좋아할지도 몰라'.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고양이 이야기가 담긴 이 그림책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내가 고양이를 아끼는 만큼 고양이의 일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보면 얼마나 놀라워할까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하는 아이를 보는 듯한 그림책, 그래도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고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어 앞으로이 아이의 '이야기'가 어떻게 풀어질지 더 궁금해지는 그림책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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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찾기 대소동 상상놀이터 15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원유미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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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찾기 대소동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원유미 그림, 배정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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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오빠,누나,언니)에게 동생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때론 같이 놀이친구가 되는 대상이지만 졸졸 따라다니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따라하며 혼자의 시간을 훼방놓는 존재?

평상시엔 동생이나 형제의 소중함을 느끼지못하더라도, 위급한 상황을 만나게 되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게되지요.

《잔소리 없는 날》 책으로 잘 알려진 안네마리 노르덴의 작품 《동생 찾기 대소동》에서 남매의 소중함, 오빠로서 동생에 대한 책임감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래놀이를 하는 곳에 자리를 잡은 얀 곁으로 다섯 살배기 여동생 안나가 찾아옵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받는 느낌, 오롯이 자신이 만든 세계가 부서질 것 같은 생각에 심한 말을 내뱉은 얀. 미안한 마음은 들었겠지만, 그보다 자신의 놀이가 더 소중하다고 여겼을거에요. 동생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기 전 까진 말이죠. 안나는 속상한 마음을 엄마에게도 비췄지만, 피곤한 엄마는 안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지요. 그렇게 속상한 마음을 안고 안나는 소파 아래에 웅크린채 잠든 것일 뿐인데... 얼마 안있어 집은 발칵 뒤집힙니다. 안나가 사라졌다!

같이 놀아주지 않은 얀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자책하며 안나가 가 보았을법한 곳을 찾아나섭니다. 그 날 하루 쉬는 날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린이집에도 들러보았다가 그 계단에 앉아 있던 토비를 만나지요. 토비 엄마가 어린이집이 쉬는 날인 줄 모르고 그곳에 토비를 두고 출근한 것인데, 안나를 찾고 있던 얀은 토비를 그냥 그곳에 두지 못합니다. 토비를 엄마에게 데려다 주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자, 토비 엄마가 데리러 오는 시간인 5시까지는 얀이 함께 있기로 하지요. 함께 안나를 찾으면서요.

안나를 찾으러 다니면서 얀은 안나가 좋아하는것, 안나가 머무를 만 한 곳을 계속해서 생각합니다. 그리고 골칫거리이기도 했지만 함께 있는 토비를 통해 함께있으면서 느끼는 든든함과 소중함도 다시 느끼게 되구요.

얀은 집 안 소파 아래에 있는 안나를 무사히 찾게 될까요?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음의 기쁨때문에 슬픈 날이 될 뻔 한 날이 미아를 찾은 파티가 된 날.

새로운 어린 친구도 생기고어린 동생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한층 더 성장한 오빠의 모습을 보게되는 동화

《동생 찾기 대소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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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 이야기 I LOVE 그림책
조앤 슈워츠 지음, 나히드 카제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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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 이야기

조앤 슈워츠 글, 나히드 카제미 그림, 신형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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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난 왜 목소리를 떨고 힘없는 목소리를 연출하며 읽어주고 있을까. 진짜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크기가 조금 작을지언정 젊었을 적 고운 목소리 그대로 가지고 계신데. 스스로의 변명은, 그렇게 해야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전해줄 때 인물 구분이 확실해 진다는 것이었어요. 예전에 동화 구연을 배우며 연습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그것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도 나이가 점점 들어가며 '나이듦'을 가까이 느끼기 시작하자 보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라는 이름 뒤에 너무도 분명하지만 보지 못했던 모습, 한 인간이자 여성이라는 모습을 말이지요.

이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볼품없이 늙은 개와 함께 살림살이가 별로 없는 낡은 집에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나이가 든 집과 살림살이들과 반려견.

그렇게 오래 살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 록 늘어나는 짐들을 보며 이게 정말 나에게 다 필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함께하는 가족이 한 명 한 명 늘어나면서 함께 늘어난 살림살이들. 자녀들을 다 키워서 보낸것인지, 아니면 독신으로 사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할머니 곁에는 할머니를 따르는 늙은 개와 꼭 필요한 살림살이만 남아있네요.

책 표지를 볼 때는 할머니 얼굴의 주름살이 안보이더니, 가까이서 보니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라는것이 얼굴 주름에서 느껴집니다.

하지만 몸이 노쇠해지고 힘이 없어진다고 생각이 사라지고 감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우린 종종 착각합니다. 할머니는 좋은것도 싫은것도 크게 내색하지 않으니 그런 감정조차 없다고 말이죠.) 책에서 보는 할머니의 산책은 늘 반복되는 길이건만, 마치 날아가는 까마귀가 날개를 펼쳐 바람의 흐름을 타고 미끄러지는 것을 처음 보는 것 마냥 그 설렘과 경이로움이 독자에게도 전해집니다.

할머니의 산책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은 젊음, 계속해서 내게 머물 것 같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늘 같은 장소 같은 길을 걷는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새롭게 변하는 풍경과 그 속을 걷고 있는 나의 매일 변하는 모습. 어쩌면, 젊음이 내게 머물었을 때는 그 풍경들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을것 같습니다. 꽃이 거기 있고, 달이 거기 있고 길은 집을 향해 있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시절. 이제는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더없이 웅장하고 거대하고 따뜻하고 아름답다 느낍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낄 수 록 더욱 간절해 지는 풍경들이 아닐까요.

책 마지막으로 향할 수록, 저는 이 끝이 할머니의 고요한 평화로움인듯 하면서도 혹시 이것이 이 땅에서의 삶을 마치고 난 뒤의 어떤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그런것을 의도한 것은 아닌듯 하지만요. 아무래도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나면 읽는 독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더해지면서 수만가지 이야기로 뻗어가게 되는것이니...

혼자이면 외롭고 쓸쓸하겠다, 나이가 들면 적적한 삶이 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책.

북적북적이는 가족 사이의 노년을 생각하지만, 온 자연을 오롯이 느끼는 삶의 일면을 보게 한 책.

《어느 할머니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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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네 프랑크야!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9
브래드 멜처 지음, 크리스토퍼 엘리오풀로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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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네 프랑크야!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시리즈

브래드 멜처 글, 엘리오풀로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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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안네 프랑크 이야기를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시리즈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실상을 십대 여자 아이의 일기를 통해 보게되어 더 생생하고도 실제적으로 느끼게 했던 안네의 일기.

예전에는 그저, 나랑은 거리가 먼, 전쟁 중 히틀러의 나치즘의 희생자로 안타깝다, 저런 현실이 비참하다고만 여겼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다시 접한 안네의 이야기는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안네가 일기를 쓴 때가 우리 아이 또래였고, 다시 접하게 된 안네의 일대기를 보면서 그녀가 태어난 해(1929년 6월 12일) 와 얼마 전 소천하신 나의 할머니의 연배가 일 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할머니의 일생을 다시 생각해보며 할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상황과 우리의 역사, 그로인해 지금 우리가 가족과 친척으로 연결된 이들을 할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만난 것이 떠오르면서, 안네가 그 때 홀로코스트로 가족과 힘든 시기를 보낸 때가 우리가 해방을 맞기 직전이라는 것, 동시대에 세계 이쪽과 저쪽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새삼 다가왔습니다. 그 때 살아남았다면 안네의 후손들도 일가를 이뤘을 거란 생각도 들었구요.




 

글을 배우고 쓸 수 있다는 것의 중요성. 일제강점기에 우리 할머니 연배에 우리말을 배우고 익히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글이 사상과 생각을 지배한다는 것, 그리고 글을 모르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 보게 되었지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나 학교에 들어가서는 한글은 자연히 익히고, 영어나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에도 교육열을 높이는 지금 현실에서는 안네가 글을 배우고 쓸 수 있었다는게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당시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여자는~' 글을 익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안네가 글을 알고 쓸 수 있는 일기장이 있었다는 것 조차 후세에 사는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한 일이라 받아들이게 됩니다.

시대와 무관하게 사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에 속한 이상 그 영향아래 자신의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유대인으로, 유대교를 믿으며 독일에 살 던 안네 가족도 독일이 히틀러의 통치아래 자신의 민족이 우월하다는 정책을 펼치며 다른 민족을 차별하기 시작하자 삶의 거주지를 네덜란드로, 또 거기서도 유대인의 별을 달고 살다가 결국 숨어사는 삶을 살게됩니다. 안네가 자신의 일기장에 쓴 이야기도 그런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지요.

그녀가 은신처 창문으로 보았던 밤나무의 변화, 발소리나 움직이는 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화장실을 사용하면서도 물을 내릴 수 없는 이야기는 물론, 한 가족이 살기에도 좁은 그 공간에 새로운 사람들을 환영하는 이야기, 유대인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음알음 안네 가족과 그들의 은신처에 있는 이들을 도운 이야기들... 안네는 자신이 쓰는 이야기들이 전 세계 사람들이 읽는 필독서가 될 줄 생각지 못했을겁니다. 개인의 이야기인 일기가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걸 예상이라도 했을까요.

그녀가 1945년, 베르겐- 벨젠 수용소에서 죽고나서 일기가 발견되고, 나중에 안네 아버지에게 일기가 건네져 1947년 안네의 일기가 출간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영감을 주는 책 중 하나가 되었지요.

당신 자신과 주위의 모든 것들에 깃든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부디 행복하세요

안네 프랑크

2021년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지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해를 맞이하면서 지금 내가 하는 개인적이고 소소한 행동들에도 시대의 모습이 녹아져 있음을, 그리고 그 속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 만이 발견할 수있는 밝음과 아름다움이 있음을.

쉽게 읽히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는 그래픽위인전 《나는 안네 프랑크야!》를 어린이에게 또,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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