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와다 마코토 그림, 다니카와 슌타로 글,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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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다니카와 슌타로 글, 와다 마코토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OO야, 너 구덩이 판 적 있니"
"응~ 얼마나 많이 팠는데~!"

[구덩이]라는 제목의 그림책.
제목도, 그림도 범상치 않은 다니카와 슌타로의 글와 와다 마코토의 그림인데
그림책 못지않게 놀란건 우리 아이의 대답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이런 상황이 있을까 싶은데, 흙과 어울리고 구멍을 파고 노는 것이 익숙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하지만 이 그림책 안에 나오는 상황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아이와 주변 이들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림책으로 다가왔습니다.



일요일 아침, 아무 할 일이 없던 히로는 구덩이를 파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런 히로 곁으로 많은 이들이 지나갑니다.

엄마가 묻지요.. "뭐 해?"
히로가 답합니다. "구덩이 파."
여동생 유키가 왔습니다. "나도 파고 싶은데."
히로가 대답합니다. "안 돼."

일상의 이야기지요?
엄마는 아이가 뭐하는지 보면서도 계속 궁금해하며 아이입으로 듣고 싶어하고,
동생은 오빠가 하는 거라면 뭐든 같이 하고 싶어하지만, 들리는 대답은 안된다는것.



친구도 왔다가지요. 친구에게는 "글쎄"라는 답만 남깁니다.
아빠도 묻습니다.
아니, 묻는다기 보다는 조언을 건네지요.
그에대한 아이의 반응은 "흠."
아이는 그 이야기를 받아들인다는 걸까요? 아니면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걸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에게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지만
히로의 구덩이로 찾아온 커다란 애벌레는
히로의 구덩이를 만나자 잠자코 도로 흙 속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지금까지 히로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지 않고 구덩이를 간섭하지 않은 존재,
그 구덩이를 우연찮게 맞닥들였지만 가만히 물러나주는 존재가 애벌레였어요.
그제야 히로는 구덩이 파기를 멈추고 그 안에서 쉼을 누립니다.



내 구덩이.
그리고 그곳에서 하늘을 보고, 나비를 만나지요.

히로는 그 이후에 그 구덩이를 자신의 아지트로 삼았을까요?
아니에요. 그 구덩이를 다시 메웁니다.
히로가 판 구덩이를 보고 엄마, 여동생, 친구, 아빠가 다시 다가와 질문을 던지지요.
그 성향은 바뀌지 않네요.
그리고 그에대한 히로의 반응도요.
아이에게 어떤 대답을 기대하기 전에, 우리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이를 궁지에 몰아놓고 왜 원하는 답을 하지 않냐고 다그치기 전에 말이에요.

왜 힘들여 구덩이를 파고서 다시 그 구덩이를 메우는 걸까요?
히로는 하룻동안 시간을 낭비했는 걸까요?
결국 땅은 그대로이니까?
그렇지 않을 겁니다.
히로는 자신만의 구덩이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하늘과 나비를 보았으니까요.
구덩이를 파도, 구덩이를 메워도 그건 히로의 구덩이었습니다.

무척 단순한 그림과 글
그리고, 한 아이가 무료한 어느 시간에 땅을 파고 다시 흙으로 덮은 이야기지만
그냥 지나칠 일상을 다시금 천천히 들여다보게 하는 그림책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보았으면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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