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공광규 지음, 김슬기 그림 / 바우솔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담장을 허물다


시 공광규, 그림 김슬기
바우솔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높이 세워진 담장이 좁은 길을 더 답답하게 느껴지게합니다.
여기는 조금만 시야가 트이면 바다가 보이는 동네. 가로막힌 담장을 허물면 곧 바다가 내 앞마당이 될텐데 말이죠.

2013년 시인과 평론가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로 선정된 공광규 시인의 시 [담장을 허물다]와
제1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신인 작가 공모전에 당선된 [딸기 한 알]의 김슬기 작가의 판화기법이 만난 그림책으로
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내것과 네것을 확실하게 구분해 놓는 표시이지요.
스스로를 보호하는 울타리기도 하고, 내 영역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도구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 담장을 허물었습니다.
더이상 스스로의 영역을 드러낼 주인이 없는 빈집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담장이 없는 집.
안그래도 오래된 집이 조금은 더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그곳에 앉아 있는 시인은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요?
무엇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 왔을까요?



우선 텃밭 수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사는 백 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 둥치째 들어왔다고 하네요.
그늘 수십 평과 까치집 세 채도 가지고서 말이에요.

담장을 허물고, 경계가 없어진 집을 초라하다고 생각했는데,
시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한계를 지었던 폐가는 이제 텃밭과, 느티나무를 앞마당으로 가진 어마어마한 집이 되었습니다!






노루도 멧돼지도 넉넉히 품어줄 수 있는 집
월산과 멀리 오서산 봉우리까지
'나의 정원'으로 삼는 시인.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마을을 정원으로 갖게 되었다.



그림과 함께 시 한편을 곱씹으면서
다시 책의 처음, 헌정사에 눈이 갑니다.

' 나를 허물어 더 큰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시골 흙집은 단순한 시골의 건물 한채가 아니었던것 같아요.
그것은 구습에 익숙한 나의 모습, 스스로를 한계짓고 의미없는 고집을 내세우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 한계를 허물면
더 큰 나를 만날 수 있는데 말이죠.
흙집 담을 가지고 있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정원을 누리게 되듯 말이죠.



좋은 시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곳에도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이 시 그림책 뒷편에는 안선재(앤서니 수사)님의 번역으로 나온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시를 더 풍성히 누리면서 어린아이도 함께 볼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풀어놓은 시 그림책
공광규 시인의 시 [담장을 허물다]를 김슬기 작가의 그림과 함께 만나본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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