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시 공광규, 그림 김슬기바우솔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높이 세워진 담장이 좁은 길을 더 답답하게 느껴지게합니다.여기는 조금만 시야가 트이면 바다가 보이는 동네. 가로막힌 담장을 허물면 곧 바다가 내 앞마당이 될텐데 말이죠.2013년 시인과 평론가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로 선정된 공광규 시인의 시 [담장을 허물다]와제1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신인 작가 공모전에 당선된 [딸기 한 알]의 김슬기 작가의 판화기법이 만난 그림책으로 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내것과 네것을 확실하게 구분해 놓는 표시이지요.스스로를 보호하는 울타리기도 하고, 내 영역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도구라고 할까요.그런데, 그 담장을 허물었습니다.더이상 스스로의 영역을 드러낼 주인이 없는 빈집에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담장이 없는 집.안그래도 오래된 집이 조금은 더 처량하게 느껴집니다.그곳에 앉아 있는 시인은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요?무엇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 왔을까요?
우선 텃밭 수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텃밭 아래 사는 백 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 둥치째 들어왔다고 하네요.그늘 수십 평과 까치집 세 채도 가지고서 말이에요.담장을 허물고, 경계가 없어진 집을 초라하다고 생각했는데,시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한계를 지었던 폐가는 이제 텃밭과, 느티나무를 앞마당으로 가진 어마어마한 집이 되었습니다!
노루도 멧돼지도 넉넉히 품어줄 수 있는 집월산과 멀리 오서산 봉우리까지'나의 정원'으로 삼는 시인.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나는 큰 마을을 정원으로 갖게 되었다.
그림과 함께 시 한편을 곱씹으면서다시 책의 처음, 헌정사에 눈이 갑니다.' 나를 허물어 더 큰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시골 흙집은 단순한 시골의 건물 한채가 아니었던것 같아요.그것은 구습에 익숙한 나의 모습, 스스로를 한계짓고 의미없는 고집을 내세우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그 한계를 허물면더 큰 나를 만날 수 있는데 말이죠.흙집 담을 가지고 있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정원을 누리게 되듯 말이죠.
좋은 시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곳에도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그래서 이 시 그림책 뒷편에는 안선재(앤서니 수사)님의 번역으로 나온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시를 더 풍성히 누리면서 어린아이도 함께 볼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풀어놓은 시 그림책공광규 시인의 시 [담장을 허물다]를 김슬기 작가의 그림과 함께 만나본 책이었습니다.